완벽한 ‘내 편’을 찾아서… 고립된 주인공들이 사람 아닌 존재와 손잡는 이유
최근 개봉했거나 개봉을 앞둔 외화들은 사람간의 관계보다 인간이 아닌 존재와 신뢰를 쌓아가는 흐름을 감정선 중심에 놓고 있다. 동물, 외계 생명체, 공룡 캐릭터처럼 인간 바깥의 존재와 유대를 맺는 서사가 반복해서 등장하는 것이다. 장르는 다르지만 결국 ‘내 편’을 만나는 과정이다.
‘슈퍼 마리오 갤럭시’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은 29일 개봉하는 ‘슈퍼 마리오 갤럭시’다. 28일 유니버설 픽처스에 따르면 이번 작품은 버섯왕국의 키노피오들과 공룡 캐릭터 요시 등 인간이 아닌 존재와의 공조를 이야기 한 축에 배치한다. 영웅 마리오가 홀로 위기를 돌파하는 구조라기보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힘을 합쳐 모험을 완성하는 팀플레이다. 오랜 시간 축적된 마리오 세계관 역시 이런 관계를 더 직관적으로 읽히게 만든다. 전편에서도 동키콩, 키노피오 등 다양한 존재들이 조력자로 기능했던 만큼, 이번에도 인간 캐릭터를 넘어선 공조의 감각이 서사의 핵심으로 이어진다.
지난달 18일 국내 개봉한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이 흐름을 보다 선명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우주 한가운데에서 눈을 뜬 중학교 과학교사 그레이스(라이언 고슬링 분)가 죽어가는 태양으로부터 지구와 인류를 살릴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을 그린다. 그는 지구에서의 기억을 하나씩 맞춰 나가던 중 돌의 형태를 한 외계 생명체 로키(제임스 오티즈 분)를 만나게 된다. ‘인터스텔라’나 ‘마션’ 같은 정통 SF를 떠올리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 예상 밖의 눈물을 흘린 건, 이 작품이 개체와 국적, 문화와 언어를 모두 뛰어넘는 우정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레이스는 인간 사회 안에서도 안정된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 아니다. 자신의 이론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고, 마땅한 가족이나 친구도 없다.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줄로만 알았던 그는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강제로 우주선에 태워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에 빠진다. 그럼에도 끝내 지구를 살리는 임무를 수행하고, 마지막에는 로키가 있는 행성으로 향하는 선택을 한다. 특히 스트라트(산드라 휠러)가 우주선에 강제로 태우기 전 “3시간 안에 결정하라”고 몰아붙이는 대사와 달리, 로키가 마지막에 지구로 돌아가기를 망설이는 그레이스에게 오래 생각하고 결정하라고 말하는 장면은 두 존재의 관계가 단순한 협업을 넘어 우정의 차원으로 나아갔음을 보여준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끝내 자신의 편이 되어주는 존재를 만나는 과정이야말로 관객이 따라가게 되는 이 영화의 핵심 감정선이다.
‘호퍼스’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지난달 4일 국내 개봉한 애니메이션 ‘호퍼스’ 역시 비슷한 결을 지닌 작품이다. 주인공 메이블(파이퍼 커다 분)은 학교와 사회 안에서 다소 괴짜처럼 읽히는 인물이다. 학교에서 키우는 동물들을 자연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자신의 생각이 무시당할 때마다 할머니 집 뒤편 비버 늪에서 위안을 얻었던 그는, 시간이 지나 그 자리가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놓이자 반대에 나선다. 이후 교수의 실험을 통해 동물 모형에 인간의 뉴런을 투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비버 모형에 자신의 영혼을 투영해 동물들의 생태계로 들어간다.
그 과정에서 메이블은 동물들이 다른 지역으로 흩어져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들을 원래의 늪으로 돌아오게 하려 한다. 결과적으로 인간의 공간까지 피해가 번지지만, 숲에 난 불을 끄는 과정에서 비버를 비롯한 동물들이 함께 힘을 보태고, 이에 깨달음을 얻은 재개발을 추진하던 시장도 공사를 멈춘다. 이 영화에서 동물들, 특히 이들의 왕 비버 조지(바비 모이니핸 분)는 인간 중심의 질서에 균열을 내고 주인공에게 끝까지 함께 서주는 온전한 ‘내 편’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쉽게 얻지 못한 신뢰와 연대가 인간 아닌 존재를 통해 구현되는 셈이다.
사람들은 살면서 내 편이 없다고 느끼고, 관계의 복잡함과 배신, 이해관계에 지칠 때 문화 콘텐츠에서 위안을 찾는다. 그런 점에서 말이 완전히 통하지 않아도, 같은 종이 아니어도 끝내 서로를 구해내는 관계는 지금 관객에게 필요한 우정의 판타지로 읽힌다. 비버와 외계 생명체, 공룡 캐릭터가 잇달아 스크린 중심에 들어오는 이유도 그 바람이 지금 관객 정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헤일메리’ 스틸컷 ⓒ소니 픽쳐
이 같은 흐름은 미국 사회가 오래 안고 있는 타자 불안과도 맞물린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미국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인간이 아닌 생명체가 주로 다뤄진다는 것은 자신의 공동체를 위협하는 이방인,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웃이라는 개념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며 “과거에는 불안과 공포의 대상으로 그리고 공동체가 단결해 이겨내야 할 존재로 그렸다면, 최근에는 오히려 그들에게서 위로를 받거나 도움을 받고 교감하는 이야기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E.T.’가 주목받았던 것도 공동체를 위협하는 존재일 수 있는 외계인이 사실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소통과 공감을 나눌 수 있는 대상이라는 점을 보여줬기 때문”이라며 “외계인이나 돌연변이 같은 타자는 오히려 우리 결핍을 상쇄시키고 잃어버린 것을 되찾게 해주는 존재로 그려져 왔다”고 짚었다.
이 설명을 최근 외화들에 대입하면, 말이 통하지 않거나 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배제와 두려움의 대상이 됐던 존재가 오히려 위로와 구원의 주체로 그려지는 것이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외계 생명체 로키와 ‘호퍼스’의 동물들, ‘슈퍼 마리오 갤럭시’의 키노피오와 요시는 모두 인간 사회 바깥에 있지만, 주인공이 가장 깊이 신뢰하게 되는 존재들이다.
김 평론가는 이를 현재 미국 사회의 분위기와도 연결해 해석했다. 그는 “트럼프에 의해 이민자들에 대한 불안과 공포, 공격성이 더 거세게 표출되는 상황에서 반대로 그들과 화해해야 한다, 그들이 우리를 치유해준다는 메시지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다인종 국가이자 이민자들에 의해 세워진 나라임에도 이민자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정치적으로 부추겨지고 있고, 그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 오히려 미국 콘텐츠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