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불신의 베트남’ 뚫었다…K-분유로 700억 MOU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6.04.29 09:18  수정 2026.04.29 09:18

대통령 한-베트남 경제사절단 동행…유업계 첫 사례

가짜 분유 파동 이후 ‘신뢰 수요’ 정면 공략

분유→커피·단백질로 확장…동남아 거점 구축 본격화

23일 남양유업이 베트남 유통 대기업 ‘푸 타이 홀딩스’(Phu Thai Holdings)와 3년간 700억원 규모의 K-분유 기반 K-푸드 산업협력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 체결했다.(오른쪽부터) 찐 비엣 흥 푸 타이 홀딩스 비즈니스 디벨롭먼트 디렉터, 김승언 남양유업 사장), 이동춘 한앤컴퍼니 부사장, 팜 딘 도안 푸 타이 홀딩스 회장)ⓒ남양유업

지난해 베트남을 강타한 ‘가짜 분유 파동’이 한국 유업 기업에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대통령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베트남을 방문해 현지 유통 대기업인 푸 타이 홀딩스와 3년간 700억 원 규모의 K-분유·K-푸드 협력 MOU를 체결했다.


유업계 기업이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것도 이례적이지만, 투자 중심이 아닌 ‘제품 기반 산업 협력’으로 MOU를 체결한 사례는 더더욱 드물다. 단순 수출 계약을 넘어 국산 원유 기반 분유를 중심으로 유통망 확보와 브랜드 구축, 제품 라인업 확대를 동남아 시장에서 동시에 추진하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남양유업의 역발상…“불신 시장일수록 기회”


베트남 분유 시장은 동남아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던 시장 중 하나였다.


한국산 조제분유의 아세안 수출은 2015년 1023톤(약 1340만 달러)에서 2024년 2465톤(약 3070만 달러)으로 물량 기준 2.4배 증가했다. 중산층 확대와 여성 경제활동 증가, 프리미엄 소비 트렌드가 맞물리며 고급 분유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 결과다.


그러나 2025년 들어 상황은 급변했다.


현지 업체 두 곳이 4년간 573개 브랜드의 가짜 영양식 분유를 생산·유통해 약 276억원의 부당 이익을 취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장 신뢰가 붕괴됐다. 영유아 식품 특성상 불안이 빠르게 확산되며 규제 강화와 유통 구조 재편도 동시에 진행됐다.


이에 따라 한국산 분유의 베트남 수출은 2024년 919톤에서 2025년 631톤으로 약 31% 감소했다. 이는 단순 수요 감소를 넘어 가짜 분유 사태로 시장 전반의 신뢰가 붕괴되면서 소비 위축과 규제 강화, 유통 재편이 동시에 진행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남양유업은 이러한 시장 변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봤다. ‘검증된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국산 원유’ 기반 제품은 원산지 추적이 가능하고 국내 위생·품질 기준에 따라 관리된다는 점에서 ‘신뢰’ 자체가 경쟁력이 된다.


특히 분유는 안전성이 핵심인 만큼 가격보다 ‘출처와 품질’이 구매를 좌우한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해 남양유업은 올해 1월 푸 타이 홀딩스와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선제적으로 시장에 진입했고, 이후 전통시장·베이비숍 중심으로 거점 도시 입점을 확대하며 초기 수요를 확인했다.


시장 반응은 단기간 내 구체화됐다. 초기 판매 성과와 유통 확대 흐름이 맞물리며 사업 확장 기반이 빠르게 마련됐다. 단 4개월 만에 700억원 규모 중장기 협력 MOU로 확대한 것은 시장 반응을 빠르게 사업화로 연결한 사례로 평가된다.


남양유업 수출전용분유 생산 모습ⓒ남양유업
◇ 유통망 확보→시장 진입 장벽 돌파


푸 타이 홀딩스는 베트남 63개 성·시에 걸쳐 16만 개 소매점, 1000여개 슈퍼마켓, 2000여개 편의점, 2500여개 도매망을 보유한 핵심 유통기업이다. 오프라인 중심 구조인 베트남 분유 시장에서 이 유통망을 확보했다는 것은 사실상 진입 장벽을 넘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남양유업은 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분유 중심의 브랜드 신뢰를 구축한 뒤 커피믹스(프렌치카페), 단백질 음료(테이크핏) 등 K-푸드 전반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캄보디아에서는 이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남양유업은 프리미엄 제품 ‘임페리얼XO’와 현지 맞춤형 ODM 브랜드 ‘스타그로우’를 병행하는 이원화 전략을 통해 시장점유율 약 20%를 확보했다. 국산 분유 중 90%가 남양유업이다.


프리미엄 수요와 가격 민감 수요를 동시에 공략하는 이원화 전략이 성과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남양유업은 향후 베트남에서도 동일한 전략을 적용해 초기 공급 → 신뢰 확보 → 재구매 → 유통 확장으로 이어지는 성장 경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1월 남양유업, 베트남 푸타이 그룹(PHU THAI)과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 체결ⓒ남양유업
◇ “수출이 아닌 ‘시장 설계’”…글로벌 전략 전환


남양유업은 이번 협력을 통해 베트남을 동남아 확장의 핵심 거점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단순 수출이 아니라 유통망 선점, 브랜드 신뢰 구축,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을 동시에 추진하는 ‘시장 설계형 진출 전략’이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영업이익 52억원으로 5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체질 개선을 마친 이후 이제 전략의 무게 중심은 글로벌 확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이번 베트남 진출은 단순한 해외 매출 확대가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시장 공백을 선점하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향후 동남아 시장 전체 확장의 방향성을 가늠할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승언 남양유업 대표집행임원(사장)은 “분유를 중심으로 유통망과 제품군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동남아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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