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불 사업주 298명에 신용제재
경쟁입찰 제한 및 구인 제한 등 불이익
서울 시내 한 공사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이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장애인·고령자 등 취업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임금을 체불하고도 재판 과정에서 실제 운영자가 아닌 고문일 뿐이라며 책임을 회피한 사업주 등의 명단이 공개됐다.
고용노동부는 27일 고액·상습 임금체불 사업주 187명의 명단을 공개하고 298명에 대한 신용제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 대상은 2022년 8월 31일을 기준으로 이전 3년 이내에 체불로 2회 이상 유죄가 확정되고, 1년 이내 체불 총액이 3000만원(신용제재는 2000만원) 이상인 사업주다.
명단 공개 대상 사업주는 27일부터 2029년 4월 26일까지 3년간 성명·나이·상호·주소와 체불액이 노동부 홈페이지 등에 공개된다. 법인인 경우 대표이사의 성명·나이·주소와 법인의 명칭·주소도 함께 공개된다.
각종 정부지원금 제한, ‘국가계약법’에 따른 경쟁입찰 제한, ‘직업안정법’에 따른 구인 제한 등 불이익도 수반된다.
신용제재 대상 사업주는 인적사항과 체불액 등 체불자료가 한국신용정보원에 제공돼 7년간 신용관리 대상자로 등재되며 대출 등에 제한을 받는다. 신용제재 대상자에는 명단 공개 대상자도 포함된다.
이번 명단 공개 사업주부터는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에 따라 출국금지 대상이 된다. 명단 공개 기간 3년 중 다시 임금을 체불할 경우 반의사불벌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피해 노동자의 처벌 의사와 상관없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징역 살고도 또 체불…악의적 사례 속출
주요 사례를 보면 구미에서 여행업을 운영한 A씨는 3년간 9명 노동자에게 약 1억2000여만원의 임금과 퇴직금을 체불해 징역 1년 4개월(집행유예 3년) 등 2회 유죄판결을 받았다. 임금 체불로 노동자가 퇴직하면 신규 채용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이어갔으며, 정기적 수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상당 기간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소유 주택을 매도해 담보 채무 및 개인 채무 변제에 사용하는 등 체불 임금을 직접 갚으려는 노력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천안에서 건설업을 운영한 B씨는 3년간 88명에게 약 2억1000여만원을 체불해 징역 2년을 포함한 4차례 유죄판결을 받았다. 2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체불하고도 재판 과정에서 청산하지 못했으며, 근로기준법 위반죄로 수차례 처벌을 받은 뒤에도 재차 범행을 저질렀다.
부산에서 상시 50여명을 고용해 제조업체를 경영한 C씨는 3년간 33명에게 약 1억여만원을 체불해 징역 10개월(집행유예 2년) 등 2차례 유례판결을 받았다. 장애인·고령자 등 취업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임금을 체불했으며, 재판 과정에서도 실제 운영자가 아닌 고문일 뿐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전국 각지에서 건설업을 영위한 D씨는 3년간 24명에게 약 1억1000만원을 체불해 징역 1년을 포함한 2회 유죄판결을 받았다. 원청으로부터 공사 대금을 지급받아 다른 현장의 미지급금을 돌려막는 방식으로 경영했으며, 2005년부터 2020년까지 근로기준법 위반죄로만 9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임금체불액 2년 연속 최고치…지난해 2조679억원
이번 조치는 임금체불이 사상 최악 수준으로 치솟는 상황에서 나왔다. 노동부에 따르면 2025년 임금체불액은 2조679억원으로 전년인 2024년(2조448억원) 대비 증가세를 이어갔다.
2024년 체불액은 2023년 대비 14.6% 증가하며 사상 처음 2조원을 돌파했다. 피해 근로자는 총 28개3212명으로 2.8% 늘었으며, 노동부는 체불액 증가 배경으로 건설업 등 경기 위축, 일부 기업의 대규모 집단 체불, 임금총액 증가, 안이한 사회적 인식 등을 꼽았다.
2025년 기준 제조업(6146억원·29.7%)과 건설업(4165억원·20.1%)이 전체 체불액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번 제도는 임금체불 예방을 위해 2012년 2월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도입돼 같은 해 8월 시행됐다. 제도 시행 이후 현재까지 명단 공개는 총 3686명, 신용제재는 총 6232명에게 적용됐다. 올해 4월 기준으로는 명단 공개 187명, 신용제재 298명이 추가됐다.
권창준 노동부 차관은 “노동자의 임금은 노동의 대가이자 생계를 지탱하는 수단으로, 고액·상습 임금체불은 단순한 채무불이행이 아니라 노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중대한 위법행위”라며 “체불 사업주에 대한 법정형 상향 등 강화되는 제도 시행에 만전을 기해 임금체불을 가벼이 여기는 관행을 뿌리 뽑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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