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활성산소 제거·후기 혈관 생성 시너지…파괴된 침샘 조직 구조·침 분비 기능 복구
(왼쪽부터) 권성근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정지홍 융합의학과 교수 ⓒ서울대병원
방사선 치료 후 ‘침이 마르는 고통’을 겪는 두경부암 환자들에게 근본 치료의 길이 열릴 가능성이 제시됐다. 국내 연구진이 활성산소 제거와 혈관 재생을 동시에 유도하는 융합 치료 시스템을 개발해, 손상된 침샘 조직을 스스로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
서울대병원은 권성근 이비인후과 교수와 정지홍 융합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생체재료와 줄기세포를 결합해 방사선으로 망가진 침샘 조직을 성공적으로 재생시키는 ‘줄기세포 스페로이드 탑재 항산화 하이브리드 단백질 전달체’를 개발했다고 27일 발표했다.
두경부암 방사선 치료는 주변 침샘 조직의 수분과 반응해 활성산소를 과도하게 생성한다. 이로 인해 침샘이 파괴되는 난치성 구강건조증이 발생하면 저작, 소화, 말하기 등 필수적인 기능이 떨어져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된다.
현재 임상에서는 인공 타액이나 침 자극제 등 일시적인 증상 완화제만 처방할 뿐, 근본적인 조직 재생 방법은 없다. 대안으로 줄기세포 주사 치료가 주목받았으나, 방사선으로 인한 강한 산화스트레스 환경 탓에 세포가 살아남기 어렵고 조직에 잘 고정되지 않아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성산소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억제하는 ‘항산화 하이브리드 단백질 전달체’와, 혈관내피성장인자를 다량 분비해 신생 혈관을 유도하는 ‘줄기세포 스페로이드’를 결합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천연 항산화 효소인 글루타치온을 젤라틴 단백질과 결합한 뒤 무해한 블루라이트로 굳혀 전달체를 만들었다. 이어 그 내부에 300마이크로미터(μm) 직경으로 둥글게 뭉친 3차원 세포 덩어리를 탑재했다. 세포를 뭉쳐 중심부의 산소가 부족해지면,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신호 물질을 더 강하게 뿜어내는 생존 특성을 치료 설계에 활용한 것이다.
(a) 줄기세포 스페로이드 탑재 항산화 하이브리드 단백질 전달체의 전체 개요 (b) 전달체 투여 후 침샘 및 섬유아세포 내 활성산소 감소 그래프 (c) 전달체 내 줄기세포 스페로이드 탑재 이미지 (d) 융합 치료 시스템에 의한 혈관 신생 이미지 (e) 전달체 주사 후 천연 항산화 효소 발현 증가 및 산화스트레스 지표 감소를 나타내는 조직 형광 이미지 ⓒ서울대병원
방사선으로 침샘이 손상된 쥐 모델에 해당 시스템을 주사한 결과, 전달체는 체내에서 빠르게 분해되는 기존 항산화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활성산소를 안정적으로 억제했다. 세포 실험에서는 과도하게 증가한 활성산소가 정상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7일 관찰 결과 세포 사멸 인자 역시 4% 미만으로 낮아져 정상 수준(약 2.6%)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동시에 전달체 내부에 탑재된 줄기세포 스페로이드는 중심부의 저산소 환경에 반응해 혈관내피성장인자를 다량 뿜어냈다. 이 물질이 새 혈관을 만들어 손상된 조직에 재생 세포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원리를 바탕으로, 줄기세포 스페로이드를 단독 처리했을 때보다 약 5배 이상 높은 혈관 생성 능력을 나타냈다.
결과적으로 투여 초기에는 전달체가 활성산소를 제거해 조직 섬유화를 막고, 후기에는 줄기세포 스페로이드가 새로운 혈관을 생성하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 이를 통해 주사 6주 차에 파괴됐던 침샘 조직이 재생돼, 실제 쥐의 침 분비량은 물론 정상적인 침 성분까지 성공적으로 회복됐음을 입증했다. 즉, 외부에서 인공 타액을 주입할 필요 없이 스스로 다시 침을 만들어내는 근본적인 기능 복구가 이루어진 것이다.
권성근 교수(이비인후과)는 “이번 연구는 일시적 증상 완화에 그쳤던 구강건조증 치료의 한계를 넘어, 파괴된 침샘 조직의 근본적인 재생을 이뤄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개발된 융합 치료 시스템은 산화스트레스 억제 및 혈관신생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난치성 질환에 적용될 수 있는 차세대 임상용 치료제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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