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집단행동으로 파운드리 생산실적 58% 급감
글로벌 고객사, 삼성의 생산 차질 및 대응 계획 확인
"고객과의 신뢰 중요해…파업 변수는 우려 지점"
TSMC·인텔은 비용 효율화·수익 개선 총력전
삼성전자 초기업노동조합이 지난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 삼성로 일대에서 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이 노동조합의 집단행동 여파로 생산 차질을 빚으면서,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의 핵심 경쟁력인 '공급망 안정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같은 시기 TSMC와 인텔은 수익성 강화와 비용 효율화에 속도를 내며 대비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 고객사들도 삼성의 생산 차질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규모 물량을 맡기는 고객사 입장에서 '공급 안정성'은 최우선 판단 기준인 만큼, 이번 사안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평택 사업장에서 대규모 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한 직후 야간 교대 근무 시간(23일 22시~24일 06시) 동안 삼성전자의 메모리 및 파운드리 라인 전반의 생산 실적이 급격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모리 라인이 평균 15~25% 수준의 감소세를 보인 반면, 파운드리 부문은 같은 시간 전체 생산 실적이 58% 급감하며 사실상 '반 토막'이 났다.
라인별로는 기흥 S1 라인이 -74.3%로 가장 높은 하락률을 기록했으며, 화성 S3(-67.8%)와 평택 S5(-42.7%) 역시 심각한 차질을 빚었다. 메모리 공정이 표준화된 제품을 대량 양산하는 자동화 중심 구조라면, 파운드리는 고객사별 맞춤형 제품을 다품종 소량 생산해야 하므로 숙련된 인력의 실시간 대응이 필수적이다. 인력 공백 영향이 수치로 확인됐다는 평가다
문제는 이러한 단기적인 충격이 '하루 변수'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도체 공정은 24시간 돌아가는 '연속 공정' 특성을 지니고 있다. 단시간의 인력 이탈이나 업무 몰입도 저하가 전체 생산 수율과 물량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한 생산 차질은 곧 고객사와의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번 파업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주요 고객사들은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에 생산 차질 여부와 대응 계획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 비즈니스의 핵심이 '신뢰'에 있는 만큼 애플, 테슬라 등 빅테크 역시 공급망의 안정성 점검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삼성전자
이 같은 상황은 경쟁사들의 행보와 맞물리며 대비를 이룬다.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최근 최선단 공정인 2나노(㎚·1㎚=10억분의 1m) 이하 공정에서 ASML의 차세대 노광장비인 'High NA EUV' 도입을 2029년까지 늦추는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당 약 5000억원에 달하는 고가 장비를 도입해 비용 부담을 지기보다는, 기존 장비를 활용해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인텔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인텔은 2026년 1분기 파운드리 매출 54억 달러를 기록하며 외형 성장을 이뤘고, 영업손실 폭 역시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분기 -71.1%에서 최근 -45.0% 수준까지 회복하며 빠른 의사결정 구조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이다. CPU 시장의 견조한 수요를 바탕으로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18A(1.8나노급) 공정의 빠른 진전과 첨단 패키징 수주 증가를 이끌어내며 삼성과 격차 축소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삼성전자는 노사 갈등이라는 변수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초기업노조는 향후 총파업 돌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이재용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 형식의 집회를 예고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고객사 납기 대응과 품질 관리 측면에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파운드리가 반등할 기반을 다지면서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에 파업 변수를 만난 건 우려되는 지점"이라면서 "고객사와의 신뢰가 기반이 되는 파운드리가 불확실성을 만든 상황이라 흑자 전환 등을 기대하기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