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전쟁 이후 韓주식 35조 투매
에너지 관련 종목은 순매수
AI 사이클과도 높은 연관성
"에너지 믹스 필요성 높아져"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을 계기로 미·이란 전쟁 출구전략이 요원해진 가운데 '투자 피난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쟁 발발 이후 한국주식을 35조원 넘게 팔아치운 외국인은 물론, 연기금도 비중을 확대한 업종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달 3일부터 전날까지 국내주식을 약 35조5104억원어치 팔아치웠다.
반도체, 자동차 등 급등세를 보여 온 주도주에 대한 차익실현과 전쟁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는 전쟁 여파로 중요성이 부각된 에너지 관련 종목은 순매수했다.
화석연료 핵심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경제안보 측면에서 에너지 믹스 필요성이 커진 만큼 원자력발전, 2차전지,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산업 전반에 대한 주목도를 높인 모양새다.
실제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전쟁 발발 이후 산일전기(약 2794억원), 두산에너빌리티(약 1614억원), LG에너지솔루션(약 1340억원), SK이터닉스(약 631억원) 등을 사들였다.
연기금 역시 에너지주 비중을 확대하는 흐름이 포착됐다.
연기금은 국내주식과 관련해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삼성SDI(약 2247억원), 포스코인터내셔널(약 1226억원), SK이노베이션(약 968억원), 씨에스윈드(약 703억원), 엘앤에프(약 693억원), LG에너지솔루션(약 628억원) 등은 순매수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전방위적 에너지 확보가 관건이 된 상황"이라며 "전통에너지와 재생에너지 모두 기회가 발생하고 있다. 에너지 위기는 화석연료-재생에너지 관계를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 만든다"고 말했다.
화물선들이 아라비아만에서 아랍에미리트의 호르무즈 해협을 향해 항해하고 있다(자료사진). ⓒAP/뉴시스
투자 피난처로 부상한 에너지 업종은 인공지능(AI) 사이클과 높은 연관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특히 대규모 투자가 예정된 AI 데이터센터는 안정적 전력원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에너지 업종을 투자 피난처 이상의 '투자 병참기지'로 간주할 필요가 있다.
정현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쟁 이전에도 AI 산업의 폭발적 성장에 따라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한 에너지 믹스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었다"며 "투자 관점에서 원자력·재생에너지·에너지저장장치(ESS) 상장지수펀드(ETF)를 주목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동 전쟁 여파로 트럼프 대통령의 중간선거 패배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민주당이 다수당 지위를 확보할 경우 에너지 업종에 대한 관심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선거 결과 그 자체보다도 향후 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을 선반영할 가능성이 높다"며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낼 경우, 친환경 정책 복원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2차전지 업종 투자심리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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