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소녀 피살 동영상…이란은 어디로?

동성혜 기자 (jungtun@dailian.co.kr)

입력 2009.06.22 16:53  수정

서구언론 보도경쟁속 "무사비 지지 20대와 지식인뿐" 분석

"신정체제 아닌 정권의 위기"…중동국가들 파급영향 ´주목´

네다라는 이름의 16세 이란 소녀가 피격되는 장면.
이란 대통령 선거 결과를 둘러싼 보수와 개혁세력간 충돌이 극단적 대결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서방 언론은 이번 사태를 통해 이슬람 국가인 이란의 신정국가체제가 무너질까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런 와중에 16살 소녀가 총에 맞아 숨지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각) 이란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무력 진압을 담은 영상들이 인터넷으로 널리 유포되는 가운데 네다라는 이름의 한 소녀가 가슴에 총 맞고 쓰러져 죽어가는 장면이 인터넷에 공개된 것.

CNN이 뒤늦게 유투브를 찾아서 보도한 이 영상은 하얀 운동화에 청바지를 입은 소녀가 쓰러져 있고 카메라를 든 사람이 소녀에게로 달려가 화면을 비추는 장면이 담겨있다.

CNN을 비롯 서구언론들은 이렇듯 이란 사태를 핫이슈로 경쟁하듯 담아내고 있다. 서구언론의 관심은 한국 대통령을 초청해 정상회담을 갖고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는 도외시한채 이란사태에 대한 미국 대통령의 견해를 물을 정도로 뜨겁게 달궈진 상태다.

이러한 서구 언론의 관심에 대해 일각에서는 수십년을 지탱해온 이란의 신정체제가 흔들리는 것에 대한 ´희망´이 은연중에 담겨져있다고 보면서 워싱턴포스트 지의 여론조사 보도를 인용, 이번의 투표결과가 부정선거가 아닐 수 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체제 위기’가 아닌 ‘정권 위기’라는 해석이 높다.

‘중동 전문가’ 유달승 한국외국어대 이란어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22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체제위기라기 보다 정권위기”라고 밝혔다.

유 교수는 “이슬람 자체 위기가 아닌 정권위기 상황이지만 이는 이슬람이 새롭게 다른 형태로 진일보할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슬람 국가들에게는 중요한 정치실험”이라고 설명했다.

유 교수가 이번 사태를 ‘정치실험’이라고 규정한 이유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39년간 지속된 이슬람 체제에 대한 반발로 인한 문제제기라는 것. 사실상 중동 현대사의 한가운데에는 항상 이란이 있었다. 1951년 석유 국유화법을 통과시킨 후 아랍권에 자원민족주의를 확산시킨 것도, 1979년 혁명 이후 중동내 국가들에게 이슬람 원리주의를 퍼뜨린 것도 이란이다.

그렇기에 유 교수는 “폐쇄적이고 근본주의적인 이슬람의 가치 구현이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이슬람 정치로 갈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중동지역에 커다란 파국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왕정국가도 사실 종교를 매개로 자신들의 왕정을 유지했고, 시리아 같은 공화제 국가도 종교의 힘을 바탕으로 국가를 주도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이란 사태는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말 마저도 거부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신정체제’의 붕괴를 예상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유 교수는 “개혁파로 대표되는 미르 호세인 무사비는 이슬람 원칙에 헌신적인 사람이고 이를 지지하는 지지자들 역시 이슬람 근본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무사비는 이란 이슬람혁명의 주역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측근이었으며 이라크와 전쟁을 치른 1980년대 장기간 총리를 지내기도 했다.

다만 유 교수는 “이슬람 제도와 좀더 개방적인 서구식 민주주의가 결합할 수 있는 중요한 면이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성공할 경우 중동 전체에 그 파급 효과가 미칠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밝혔다. [데일리안 = 동성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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