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농협중앙회장, 13일 대국민 사과문 발표
"농민신문·농협재단 겸직 사임…숙박비 4000만원 반환"
질의응답 없이 7분 만에 종료…'보여주기식 쇄신' 비판도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지난 13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8일 발표한 농협중앙회에 대한 특별감사 중간 결과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연합뉴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지난 13일 국민들 앞에 머리를 숙였다. 농림축산식품부 특별감사에서 ‘호화 출장’과 ‘이중 급여’ 등 각종 특혜가 드러난 지 닷새 만이었다.
이날 강 회장은 굳은 표정으로 준비된 사과문을 차분히 읽어 내려갔다.
"책임을 통감한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말이 이어졌지만, 사과문 낭독과 인사까지 걸린 시간은 겨우 7분 남짓이었다. 사전에 예고된 대로 취재진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대국민 사과'라고 부르기엔 지나치게 짧고 일방적인 자리였다.
사과문 내용만 놓고 보면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는 듯 했다. 농민신문사 회장과 농협재단 이사장 겸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고, 해외 출장 중 상한을 넘겨 지출한 숙박비 4000만원도 반환하겠다고 했다. 농협개혁위원회를 구성해 중앙회장 선출 방식과 지배구조를 손보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지난해부터 입 아프게 강조해 온 "뼈를 깎는 혁신"이라는 표현도 빠지지 않았다.
그러나 곱씹어 볼 수록 찝찝한 기분이 남았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 누가 있느냐는 질문으로 돌아가 보니 답은 명확했다. 이번 사태의 중심은 강 회장이었다. 그럼에도 정작 책임의 화살은 주변을 향하고 있었다.
책임이 가장 무거워야 할 당사자는 그대로인 반면, 자리에서 물러나는 건 전무이사, 상호금융대표이사 등 임원들이었다. 그 마저도 이들 대부분이 임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인사들이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부담이 적은 선택지를 택한 셈이다. '보여주기식 쇄신'이라는 비판이 따라붙는 이유다.
사과의 형식 역시 가볍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농협중앙회장이 대국민 사과에 나선 것은 지난 2011년 전산장애 사태 이후 15년 만이다. 그만큼 무게 있는 자리였지만, 질의 응답도 없이 7분 만에 끝이 났다. 시간이 사과의 진정성을 모두 말해주지는 않지만, 질문조차 허용하지 않는 대국민 사과가 책임 있는 조직의 모습인지 묻게 된다.
강 회장의 사과는 끝났지만, 책임의 윤곽은 여전히 흐릿하다. 이날 강 회장은 중앙회를 대표하는 수장으로서 고개를 숙였을 뿐, 자신을 향한 각종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끝내 직접적인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반환하겠다는 숙박비나 임기 말 임원들의 사퇴 역시 논란의 본질을 해소하기 어렵다.
업계 안팎에서 "잘못은 회장이 했는데, 책임은 임원들이 진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농협은 국내 최대 협동조합이다. 농민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구체적인 책임 이행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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