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의 대가’ 김고은이 보여준 ‘비움의 미학’ [D:인터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12.28 08:59  수정 2025.12.29 08:17

달달하면서도 현실적인 로맨스 드라마부터 섬뜩한 분위기의 한국형 오컬트물까지. 매 작품 다른 얼굴을 꺼내 보이던 배우 김고은이 이번에는 사이코패스로 불리는 살인마를 연기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서늘한 분위기를 조성하는가 하면, 감정을 폭발시키며 높이는 몰입감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거친 김고은에게도 이번 작품은 쉽지 않았다. 이러한 도전 끝에, ‘새로운 얼굴을 발견했다’는 반응을 끌어낸 김고은의 변신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를 자아낸다.


김고은은 남편을 죽인 용의자로 몰린 윤수와 마녀로 불리는 의문의 인물 모은, 비밀 많은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자백의 대가’에서 사이코패스 살인마로 불리는 모은을 연기했다.


ⓒ넷플릭스

속내를 짐작할 수 없게 하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백의 대가’만의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모은의 모호한 면모가 ‘자백의 대가’의 섬뜩함을 책임지는 만큼 어깨는 무거웠지만, 그럴수록 비워내며 모은의 미스터리함을 부각했다.


그에게도 모은은 어려운 캐릭터였다. 이에 그의 감정에 대해 고민을 거듭하고, 말투 하나까지도 섬세하게 신경 쓴 결과, 기존의 범죄 스릴러와는 다른 결의 섬뜩함을 자아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끌어냈다.


“모은은 ‘감정적인 거세를 당한 인물’이라고 생각하며 인간이 저마다 감당할 수 있는 무게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어느 정도의 충격을 받아야 터질까’ 고민을 해봤다. ‘그렇게 고장이 난 사람은 어떤 상태일까’ 그런 상상을 하며 완성했다. 우선 생각한 말투는 강세 없이 나열하는 억양이었다. 모은은 스스로에게 ‘자격이 없다’는 감정을 제일 크게 느꼈을 것 같다. 나는 커피를 너무 마시고 싶다는 말을 할 때도 ‘내가 마실 자격이 있나’라는 생각을 할 것 같았다. 그저 사실을 나열하듯이 말하려고 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혼란을 야기하다가도, 모은의 과거사가 드러날 때는 정반대의 얼굴로 서사를 쌓아나갔다. 밝은 에너지를 내뿜다가 특정 사건을 겪은 뒤 폭발하기까지. 급변하는 감정을 완벽하게 소화해 보는 이들을 몰입시켰다.


과거부터 차근차근 이어지는 작품이 아니었기에, 과거사를 응축해 풀어내는 무거운 숙제도 안았다. 그럼에도 김고은은 납득 가능하게 감정을 풀어내며 ‘자백의 대가’의 완성도를 채웠다.


“태국에서의 장면들에 대해서 나도 고민이 많았다. 가는 비행기 안에서까지 머리가 복잡했다. 병실 같은 곳에 문을 걸어 잠그고 갇혀 있어야 하지 않았나. 그 정도의 큰일을 겪고도 원하는 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의 감정 수위는 어디까지 올라갈까 고민됐다. 일단 저는 꼭대기까지 올라가고자 했다. 장면마다 할애된 시간이 있는데, 오열하는 장면 자체에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아예 끝까지 가려고 했다.”


ⓒ넷플릭스

사이코패스를 되려 무표정하게 그려냈다면, 긴 머리도 짧게 쳐내며 모은 특유의 ‘날 것’의 느낌을 살렸다. 이는 김고은의 아이디어로, 주변에서 걱정하며 말릴 만큼 큰 변신이었지만 모은을 잘 표현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췄다.


“모은에 대해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일단 얼굴이 다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숨기는 게 많아 보이고,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지 않나. 그런데 모든 게 다 드러났을 때조차 그러기를 바랐다. 머리카락 한 올에도 숨을 수 없도록. 그냥 막연하게 아주 짧은 머리여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 ‘파묘’에서는 무당으로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전작인 ‘은중과 상연’에서는 친구 사이, 섬세한 감정을 포착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여기에 사이코패스 살인마 역할까지 소화한 김고은은 이 같은 노력을 알아봐 준 시청자들에게 감사했다.


“새 얼굴을 봤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캐릭터적인 시도를 하고 나면 불안함이 있다. 이걸 어떻게 봐주실까라는 걱정을 안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낯설어하면 어떻게 할까’, ‘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하시면 어쩌지’ 이런 고민들을 이번에도 했다. 그런데 새 얼굴을 발견 해주셨다면, 그게 이상하지 않았다는 뜻이지 않나. 그래서 좋았다.”


연기적으로 또 한 번 호평받을 수 있어 좋았지만, 전도연과 함께해 더 소중한 작품이 됐다. 김고은은 인터뷰에서 영화 ‘협녀’ 이후 10년 만에 한 작품에서 만난 전도연에 대한 존경심을 거듭 표하며 ‘재회’의 의미를 강조했다.


“ 전도연 선배님은 제가 배우의 꿈을 꿀 수 있게 해 준 사림이었다. 그 존재 자체가 소중하다. 초심도 아니다. 초심보다도 더 전인 거다. 배우의 꿈을 꾸면서부터 내 인생이 바뀌지 않나. 고등학교 때부터 꿈을 향해 달려 나간 시간들이 있다. 그런 것까지 다 포함한다면, 전도연이라는 존재가 내 인생에 너무 큰 영향을 준 것이다. 배우가 된 이후에도 내게 영향을 줬다. 그런 존재와 두 번의 호흡을 맞출 수 있어 너무 특별하다. 내 인생의 한 페이지로 기록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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