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련소 투자 놓고...고려아연 ·영풍 갈등 점입가경
고려아연 사옥 전경. ⓒ고려아연
고려아연이 미국 테네시 제련소 건설을 계기로 국내 온산제련소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최대주주인 영풍·MBK파트너스는 해당 사업을 명분으로 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며 반박에 나서는 등 고려아연과 영풍 간의 공방이 연일 이어지는 모습이다.
고려아연은 과거 호주 제련소를 설립한 이후 해외 사업과 국내 온산제련소 간 시너지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 온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실제로 1996년 호주에 SMC 법인을 설립한 뒤 온산제련소는 지속적인 설비 투자와 공정 혁신을 이어갔고 현재는 단일 기준 세계 1위 비철금속 종합제련소로 성장했다는 설명이다.
SMC 제련소 가동 이후 고려아연은 온산제련소 증설과 TSL 공장 준공, 아연전해공장과 제2비철단지 구축 등 투자를 지속했다. 이에 지난해 기준 생산능력은 아연 64만톤(t), 연 43만톤, 은 2500톤까지 확대됐다. 반도체 황산과 친환경 동, 전략광물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도 다각화했다.
고려아연은 이러한 해외·국내 사업의 선순환이 실적으로도 확인된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연결 기준 매출은 2000년 1조1829억원에서 작년 12조529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호주 SMC 모회사인 SMH 매출도 2014년 5977억원에서 지난해 8944억원으로 증가했다.
고려아연은 현재 추진 중인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 역시 온산제련소 고도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온산제련소는 국내 반도체와 배터리 디스플레이, 철강, 방산 등에 필요한 핵심 소재를 우선적으로 공급하며 국내 공급망을 안정화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제련소의 경우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북미 수요를 흡수하고 특정국가 의존도를 대체, 신시장 개척의 중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번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는 온산제련소의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리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며 “국내와 해외 사업의 성장을 동시에 구현한 경험을 바탕으로 온산제련소에 대한 투자와 고용에 한 치의 소홀함도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영풍 사옥 전경. ⓒ영풍
이에 대해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MBK파트너스는 미국 제련소 건설이나 한미 협력 자체를 반대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문제의 핵심은 해당 사업을 명분으로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영풍·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이 미국 제련소 자금 조달 구조를 사실과 다르게 설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합작법인(JV) 구조상 미국 정부와 전략적 투자자가 출자하는 금액은 약 6억 달러·고려아연 출자금은 약 9000만 달러인 반면, 미국 정부로부터 조달되는 12억5000만 달러는 모두 상환 의무가 있는 차입금이라는 설명이다.
더 나아가 고려아연이 출자해 설립하는 미국 현지 사업법인이 조달하는 46억98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7조 원에 달하는 장기 신디케이트론 역시 고려아연이 최대 2040년까지 8조3900억원의 채무보증을 서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전액 채무보증이 수반된 차입은 회계·재무적으로 사실상 보증 제공 회사가 직접 차입한 것과 동일한 위험을 부담한다는 주장이다.
영풍·MBK파트너스는 해당 자금을 ‘저리 자금’으로 설명하는 것에도 반박했다. 최근 고려아연이 국내에서 3% 초반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한 것과 비교하면, 미국 신디케이트론 금리는 평균 6% 수준으로 2~3%포인트 높다는 것이다. 이 경우 연간 이자 비용만 약 4800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영풍·MBK파트너스는 “문제의 본질은 미국 제련소 건설이나 한미 협력이 아니라,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설계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라며 “전액 채무보증 차입을 ‘미국의 투자’로 포장하고 높은 금리를 ‘저리 자금’으로 설명하는 것은 주주와 시장을 호도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 제련소 건설의 재무적 부담 대부분은 결국 고려아연이 짊어지는 구조로, 이를 감추기 위해 과장된 표현과 왜곡된 설명이 동원되고 있다”며 “경영권 방어 목적의 유상증자를 정당화하기 위해 회사의 재무 현실을 흐리는 시도는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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