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새 CEO에 ‘30년 현장통’ 이보룡…美 제철소 승부수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5.12.18 11:37  수정 2025.12.18 11:38

생산·기술 잔뼈 굵은 내부 인사 전면 배치

58억 달러 美 제철소, 새 수장 '첫 시험대'

이보룡 현대제철 사장ⓒ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제철 수장을 교체하며 생산과 기술을 두루 거친 내부 ‘현장통’을 전면에 내세웠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공급망 재편 등 복합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인사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18일 연말 임원 인사를 통해 이보룡 현대제철 생산본부장(부사장)을 현대제철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임명했다.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현대차그룹 기획조정실장으로 이동해 그룹 차원의 투자와 계열사 관리 업무를 맡게 됐다.


이번 인사는 미국의 철강 고율 관세와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철강 사업 구조·현장을 가장 잘 아는 인물에게 경영을 맡기겠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재무 중심의 관리 체제에서 생산·기술 중심의 대응 체제로 무게 중심을 옮긴 셈이다.


이 신임 사장은 1965년생으로 연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차그룹의 강관 제조 계열사였던 현대하이스코에 입사했다. 2015년 현대하이스코가 현대제철에 흡수합병된 이후에는 냉연생산실장, 생산기술실장, 연구개발본부장, 판재사업본부장, 생산본부장 등을 거치며 제철소 핵심 보직을 두루 맡아왔다. 업계에서는 기술·생산·판매 전반을 꿰뚫고 있는 대표적인 ‘제철소 라인’ 인물로 평가한다.


이 사장이 당면한 최대 과제는 미국 루이지애나주 일관제철소 건설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루이지애나주에 연산 270만톤(t)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설립해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 미국 현지에 공급할 철강재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어 4월에는 포스코홀딩스가 해당 프로젝트에 지분 투자로 참여하겠다고 공식화했다.


현대제철은 지난 16일 공시를 통해 총 58억 달러가 투입되는 이 제철소에서 자동차 강판 특화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연간 270만t의 열연·냉연 도금 판재류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금은 자기자본 29억 달러(50%)와 외부 차입 29억 달러(50%)로 조달할 예정이다. 자기자본은 현대제철 50%, 포스코 20%, 현대차 15%, 기아 15%씩 부담한다.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는 직접 환원철(DRP) 생산 설비와 전기로를 직접 연결해 원료를 투입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를 통해 에너지와 운송 효율성을 높이고 직접 환원철 투입 비중을 확대, 자동차 강판 등 고급 판재류 생산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속에서 관세 리스크를 줄이고 북미 자동차 강판 공급망을 현지에서 완결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평가된다. 다만 대규모 투자 부담과 현지 생산 체계 구축이라는 난제가 동시에 놓여 있어 철강 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경영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로 꼽힌다.


기존 서강현 사장은 그룹 컨트롤타워로 이동해 재무와 투자 관리 역할에 집중한다. 서 사장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출신으로 현대차 회계관리실장, 재경본부장, 기획재경본부장 등을 거친 대표적인 ‘재무통’이다. 업계선 미국 제철소 투자와 계열사 대규모 자본 집행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그룹 차원의 재무·전략 조율 필요성이 커진 점이 이번 이동의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제철은 새 대표 체제 아래 미국 관세 리스크 대응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수익성 회복이라는 복합 과제를 본격적으로 마주하게 됐다. 현장형 최고경영자(CEO) 카드가 위기 돌파의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모인다.


현대차그룹은 “이보룡 신임 대표는 30년 이상의 철강업계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개발(R&D) 분야의 엔지니어링 전문성과 철강 사업 총괄 운영 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이라며 “전략적인 대규모 설비·기술 투자를 연속성 있게 추진해 현대제철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적임자”라고 기대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현장'을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