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불출석에 책임 경영 공백 논란 확산
통역 의존 청문회에 여야 질타 수위 최고조
과방위·정무위 잇단 고발 의결로 압박 강화
사과·보상 지연 속 국민 여론도 날로 악화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쿠팡 개인정보 유출 관련 청문회에 참석한 해롤드 로저스 신임 대표.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논란이 쿠팡의 책임 경영 부재 속 식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특히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국회 청문회에 불출석하는 등 '김범석 지키기'에만 골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쿠팡을 향한 여론이 더욱 들끓는 모양새다. 이에 국회는 김범석 의장에 대한 고발을 의결하며 강경 대응에 돌입했다.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 관련 청문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증인으로 소환된 김범석 쿠팡 의장의 불출석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과방위원장은 “이번 (개인정보) 침해 사고는 수많은 국민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중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의장과 박대준·강한승 전 쿠팡 대표가 불출석 사유서를 낸 데 대해 “국회를 넘어 대한민국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로밖에 볼 수 없다”며 “법과 절차에 따라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지적했다.
과방위 민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은 “김 의장이 5번에 걸쳐 국회 출석을 거부했다. 190개 나라를 다니면서 아무리 세일즈(영업)한다 하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이 분노하고 용서하지 않으면 그 기업은 온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최형두 의원 역시 김 의장에 대해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라는 이유로 참석 못 하겠다고 하는데 이건 정말 언어도단이다. 국민을 우롱하고 전 세계 시장에 있는 쿠팡 투자자들에게 절망을 안겨 줄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또 “(김 의장은) 한국 사람으로서 자신이 꿈꿨던 쿠팡의 혁신에 대해 당당하게 설명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로 이런 일이 생겨서 송구하다, 더 혁신해서 보답하겠다는 얘기를 모국어로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다”며 “모국어가 통하지 않는 외국인을 앞장세워 회피하려는 태도는 더더욱 비겁하다”고 꼬집었다.
이훈기 민주당 의원은 “쿠팡 매출의 90%가 한국 시장에서 이뤄지는데도 쿠팡의 존폐가 걸린 청문회에 김 의장이 출석을 안 한다는 건 대한민국에서 사업을 포기했다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이 호구인가”라고 강하게 말했다.
이러한 의원들의 비판에 청문회에 참석한 해롤드 로저스 쿠팡 신임 대표가 대신 답변에 나섰다.
그러나 청문회 내내 언어 문제로 소통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김범석 의장이 외국인을 앞세워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만 더욱 키운 모양새가 됐다.
실제 과방위 시작에 앞서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통역사를 통해 두 증인의 한국어 구사 능력을 물었다.
이에 통역사는 "로저스 대표는 한국어를 전혀 못한다"며 "'안녕하세요' 정도만 가능하다"고 답했다.
브랫 매티스 CISO 역시 통역사를 통해 "'장모님', '처제', '아내', '안녕하세요' 정도 할 수 있다"며 "여기서 의원들이 논의하는 것은 알아듣지 못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본격적 질의에서도 답답한 답변은 이어졌다. 해롤드 로저스 대표는 "김범석은 미국 쿠팡 Inc 이사회 의장이다. 한국 법인 대표로서 (제가) 모든 질문에 답하겠다"라면서도 답변 도중 "통역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말하며 답변이 지연되는 모습이 다수 목격됐다.
아울러 질의 내내 구체적 답변을 내놓지 못하면서 공분을 샀다.
로저스 대표는 김범석 의장의 사과 의사를 묻는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김범석 의장과 그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제 사과, 박대준 대표이사의 사과, 회사 차원의 사과를 말씀드린 것"이라며 "한국 법인의 총괄로서 모든 질문에 답변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보상 방안에 대한 질문에 "내부적으로 보상안을 검토하는 중이다. 규제 기관들의 조사에 성실히 대응하고 있고 함께 협력해서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라며 "조사 결과와 함께 책임감 있는 보상안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황 의원은 "제대로 된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나와야 될 것 같다"며 "쿠팡이 대한민국을 얼마나 우습게 알면 이런 식의 전략을 세우고 나왔는지 매우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최민희 위원장도 "외국인 증인의 답변이 같은 내용이 반복되고 있다"며 "내용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쿠팡이 김범석 의장의 사과를 회피하고 구체적 보상안을 내놓지 못하면서 여론은 지속해서 나빠지고 있다.
이에 국회는 김 의장을 잇따라 고발하기로 결정하며 '기장 잡기'에 나섰다.
국회 과방위는 김 의장과 박대준·강한승 전 쿠팡 대표를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최 위원장은 이날 쿠팡 청문회에서 “쿠팡은 사고의 원인과 책임, 재발 방지 대책 등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은커녕 회피성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 의장 등을 포함해 핵심 증인들이 출석하지 않은 점에 여야 막론하고 과방위원 모두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불출석한 증인에 대해선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정무위원회도 같은 날 전체회의를 열고 국회 증언·감정 법률 위반 혐의에 따른 김범석 증인에 대한 고발의 건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김범석 증인은 우리 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정당한 이유 없이 10월 14일과 28일 두 차례 불출석했다”며 “이의가 없어 가결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쿠팡의 버티기'에 '괘씸죄'가 확대되면서 국민 여론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잔팡족(잔류 쿠팡 회원)'의 '탈팡(쿠팡 이탈)'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7~13일 쿠팡의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는 평균 1561만2413명으로 집계됐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규모가 약 3370만명으로 늘어난 직후인 지난달 30일~이달 6일 하루 평균 이용자 수에 비해 약 8.9%(151만6000여명) 줄어든 셈이다. 유출 사태가 확산하기 전인 11월 23~29일 평균 이용자 수는 1603만9824명이었는데, 이때와 비교해봤을 때도 감소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에 쿠팡이 이번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김 의장이 직접 나서 책임있는 태도로 사태를 수습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쿠팡 내부에서도 이 같은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쿠팡지회(쿠니언)도 지난 15일 입장문을 내고 “김범석 의장은 책임을 회피하거나 실무진에 전가하지 말고, 실질적인 경영 책임자로서 고객과 직원 앞에 직접 나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형식적인 입장 발표나 법률적 표현이 아닌, 책임 인정과 재발 방지 약속이 담긴 명확하고 공개적인 사과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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