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이 끝나가는데…실종자는 아직도 7만 명에 육박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입력 2026.06.28 07:38  수정 2026.06.28 07:40

베네수엘라에서 이중 강진이 발생한 나흘째인 27일(현지시간) 라과이라에서 구조대원들이 야간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 AP/연합뉴스

126년 만에 최악의 ‘이중 강진’이 발생한 베네수엘라 북부 카리브해 연안 지역에 실종자 구조를 위한 ‘72시간 골든타임’이 끝나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통상적으로 지진 발생 후 첫 48∼72시간을 생존자 구조에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으로 간주한다. 이 시간이 지나면 수분 공급 문제 등으로 생존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진다. 실종자 상당수가 무너진 건물 잔해에 매몰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부 지원이 부족해 현장 구조 작업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 지원이 부족한 탓에 베네수엘라 시민들은 직접 삽과 곡괭이를 들고 나가 현장을 수색하고 있다. 많은 소방관이 손전등도 없이 휴대전화 불빛에 의존해 야간 수색에 나섰고, 일부 시민들은 가족과 이웃을 구하기 위해 맨손으로 직접 잔해를 파헤치며 수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 환경도 대단히 열악한 것으로 파악됐다. 베네수엘라 국립 의학 아카데미 전 원장인 후니아데스 우르비나 메디나 박사는 “병원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을 돌볼 방법이 없다”며 “의료용 가스, 진통제, 마취제나 항생제가 전혀 없다”고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가장 피해가 큰 라과이라에서는 공립병원 3곳 중 2곳이 운영을 아예 중단했다. 그나마 운영 중인 병원에도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아 의료진이 정맥 주사용 식염수로 손을 씻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비영리단체 베네수엘라 의사 연합 소속 하이메 로렌조 박사가 미 뉴욕타임스(NYT)에 전했다.


이에 따라 사망자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지난 24일 규모 7.2와 7.5의 지진이 잇달아 발생하는 연쇄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1430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전날 집계된 수치(920명)에서 하루 새 500명 이상 급증한 것이다. 부상자 수도 3238명으로 증가했다. 이날 오전 기준 가족들이 신고한 실종자 수는 최소 6만 8900명에 이른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일부 매몰자들은 극적으로 구조되는 희망적인 소식도 들린다. 이날 라과이라주 카라바예다 지역에서는 한 생존자가 6층짜리 건물이 무너진 잔해 속에서 무사히 구조됐다. 특히 라과이라주 한 주민은 아파트 붕괴 현장에 매몰된 16살, 22살 두 딸을 구조하기 위해 조그만 구멍 사이로 들려오는 딸들의 목소리를 따라 몇 시간 동안 홀로 잔해를 파헤친 끝에 겨우 이들을 구해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하지만 여진에 대한 공포가 이어지며 라과이라 일대는 사실상 거대한 대피소가 됐다. 일부 주민은 공항 인근 상점에서 화장지나 음식 등 생필품을 실어 나르고 있고, 약국 주차장은 방수포, 해먹, 텐트 등이 가득 들어찬 임시 대피소가 됐다. 이 과정에서 한 여성은 겨우 손에 넣은 기저귀 한 팩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바닥에 몸을 던져 기저귀를 감싸기도 했다고 AP는 전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는 이번 지진으로 최대 676만명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베네수엘라에서 이중 지진이 발생한 나흘째인 27일(현지시간) 라과이라에서 구조대원들이 야간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 AP/연합뉴스

이번 이중 강진으로 물적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피해액이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한다는 유엔의 잠정 평가가 나왔다. 유엔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이번 강진으로 인한 물리적 손실 규모는 67억 달러(약 10조 3000억원)로 추산된다.


이는 지진 모델링과 위성 이미지, 인구 데이터 등을 활용해 주택과 자산 손실 등을 중심으로 산출된 수치다. UNDP는 이번 추산에 도로·교량 등 공공 기반 시설 피해와 광범위한 경제적 혼란, 장기 재건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이를 모두 포함한 전체 경제적 파급 효과는 직접 피해액의 1.5∼3배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네수엘라에서 이중 강진이 발생한 나흘째인 27일(현지시간) 라과이라에서 구조대원들이 야간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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