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ETF 베끼기' 'TDF 꼼수'에 경고장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5.12.17 09:40  수정 2025.12.17 09:40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 강도 높게 감독"

"일부 TDF, 분산투자 원칙 미준수…우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6일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진행된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단기 유행에 편승한 상품을 집중 출시하는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에 대해 강도 높은 감독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7일 "단기 유행에 편승한 상품을 집중 출시하는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에 대해 강도 높은 감독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날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진행된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단기 성과에 매몰된 나머지, 상품 '쏠림' '베끼기' 등 과열 경쟁 양상이 나타나는 것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대형사의 상품 베끼기에 대한 볼멘소리가 지속돼 온 가운데 금융당국이 칼집을 만지작대는 모양새다.


현재 자산운용 시장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절대적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이에 중소형사들이 참신한 상품을 내놓더라도 대형사들이 베끼기 상품을 빠르게 출시해 주머니를 채우는 관행이 반복돼 왔다.


감독당국이 관행 근절을 언급한 만큼, 참신한 상품 개발 관련 경쟁에 불이 붙을지 주목된다.


이 원장은 "무분별한 경쟁과 고객 신뢰 훼손은 자산운용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림으로써 결국 소비자가 시장을 떠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금감원은 창의적 혁신상품 출시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일부 운용사들의 타겟 데이트 펀드(TDF) 관련 '꼼수'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 원장은 "장기상품인 TDF에서 분산투자 원칙이 준수되지 않는 일부 사례는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며 "TDF가 모범적인 장기투자 수단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시장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적격TDF 인정요건 정비 등을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노후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퇴직연금 계좌는 자금의 30%를 안전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운용사들은 TDF가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는 점을 활용해 투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일례로 퇴직연금 자산 70%를 주식형 상품으로 배정하고, 미국 지수 추종 비중이 높은 TDF로 나머지 30%를 채울 경우, 전체 퇴직연금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비중이 90%를 넘게 된다.


운용사 입장에선 제도 빈틈을 파고든 셈이지만, '안전자산 30% 의무배정'이라는 퇴직연금 도입 취지에 반하는 만큼, 제도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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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장은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 온 투자자 보호 강화를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금감원이 지향하는 투자자 보호는 설계-제조-판매 전 과정에서 투자자, 금융투자업자, 감독당국 시선을 완전히 일치시키는 것"이라며 "CEO 여러분들께서 의지와 책임감을 가지고 투자자 최우선 원칙이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앞장서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돈을 굴려 돈만 버는' 금융이 아닌, '돈을 굴려 가계자산과 경제를 키우는' 금융이 돼야 한다"며 "CEO 여러분께서 자산운용업계의 생산적 역량 확대와 성장, 그리고 투자자 시선에서 상품을 설계‧제조하는 방안을 새해 화두로 고민해 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간담회에는 이 원장을 비롯해 서재완 금감원 금융투자 부원장보,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20개 자산운용사 CEO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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