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이 없어요”…정부 규제·공급 절벽에 ‘전세 눌러앉기’ 심화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5.12.17 07:00  수정 2025.12.17 07:00

10·15 대책 영향…세입자 10명 중 4명 ‘전월세’ 갱신

‘갭투자’ 막히고 대출규제 강화에 전세매물 잠김 심화

월세화 가속도…물량 부족 맞물려 전월세 요동 우려

ⓒ데일리안 배수람 기자

정부 규제 강화로 임대차 물량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계약 만료 이후 이사를 고려하기보다 기존 계약을 연장하는 임차인들이 늘고 있다. 내년부터 신규 입주 물량이 대폭 줄게 되면 임차인들의 전세 눌러 앉기는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0·15 대책 발표 당일부터 지난 15일까지 두 달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은 3만8500건 이뤄졌다. 이 중 전세는 2만1453건, 월세는 1만7047건이다.


전체 임대차 계약 가운데 갱신계약은 1만6099건으로 전체의 41.8%를 차지했다. 10건 중 4건 이상은 기존 계약을 연장한 것이다. 또 갱신계약 중 계약갱신 요구권을 사용한 사례는 7765건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준 대책 발표 직전 두 달 간(8월 15일~10월 15일) 아파트 전월세계약은 3만8083건이다. 갱신계약 비중은 1만4625건으로 전체의 38.4%로 나타났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이전과 비교할 때 갱신계약 비율이 3.4%포인트(p) 늘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및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으로 묶이면서 아파트 매매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 ‘갭투자’(전세 낀 매매)가 차단된 데다 10·15 대책 이후 1주택자의 전세자금대출 이자 상환액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 포함되면서 대출 한도도 종전보다 줄어들게 됐다.


기존 전세 물건이 빠르게 소진되고 전셋값 상승세도 지속되자 이사를 포기하고 기존 계약을 연장하며 시장 상황을 살피려는 임차인들이 늘어난 셈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13% 오르며 43주 연속 오름세를 유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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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시장 내 재계약이 늘어나는 가운데 공급 부족 문제가 더해지면서 전세매물 잠김은 심화하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은 2만4321건이다. 올 1월 2만1814건이던 것과 비교하면 23.6% 빠졌다.


이에따라 월세화도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전세 매물이 줄어드는 동안 서울의 아파트 월세 물건은 올 초 2만83건에서 지난 16일 2만2103건으로 10.0% 증가했다.


갭투자가 막히고 다주택자 물건도 크게 줄어드는 데다 내년부터 아파트 입주물량이 더 감소하면 임대차 시장의 수급 불균형은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임대 제외)은 1만7687가구, 2027년 1만113가구, 2028년에는 8227가구로 1만가구를 밑돌 전망이다.


업계에선 지금의 임대차시장 흐름이 내년 봄 이사철과 맞물리면 덩달아 매매가격도 밀어 올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가 줄곧 강조하는 ‘무주택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선 과도한 규제를 풀고 시장에 다주택자 등 민간 임대 물량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단 지적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살려야 하는 거래는 잡고 잡아야 하는 집값은 통제 불능 상태로 가고 있다”며 “입주물량 부족, 기준금리 인하 기조, 풀리는 유동성 장에서 알맹이 없는 공급 대책만으로 주택시장 안정을 기대하는 건 그 자체가 무모한 도전”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풍선효과가 생기면 수습할 시간을 벌어야 하니 늦어도 3월까지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외곽지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풀어야 한다”며 “누적된 대출 규제 부작용으로 전월세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커 정부 스스로 더 깊은 늪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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