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4명으로부터 2억152만원 금품 및 문화상품권 챙긴 혐의
대법 "2심 재판부, 피고인에 소환장 전달 충분한 노력 안 기울여"
서울 서초구 대법원.ⓒ데일리안DB
하급심 법원이 재판에 나오지 않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죄자에게 충분한 소환 노력 없이 형을 선고했다가 대법원에서 판결이 파기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달 6일 사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해외에 있는 다른 조직원이 국내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 때 '010'으로 시작하는 휴대전화 번호가 표시되도록 하는 중계소를 운영했다.
A씨는 이런 방법으로 검사를 사칭해 피해자 4명으로부터 2억152만원 상당의 금품과 문화상품권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고, 2023년 9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항소한 A씨는 같은 해 11월 2심 첫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그는 12월 법원의 구속집행정지 결정에 따라 일시 풀려났으나 집행정지가 끝난 뒤 구치소로 복귀하지 않고 도주했다.
2심 재판부는 기존 거주지에서 소재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경찰의 회신을 받고 올해 1월 공시송달 방법으로 소환장을 송달했다.
공시송달이란 소송 서류를 전달할 수 없을 때 법원이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송달할 내용을 게재한 뒤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방법이다.
이후 A씨는 2·3차 공판에도 출석하지 않았고 재판부는 4차 기일인 지난 5월 궐석재판으로 A씨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은 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항소심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소환장을 전달하고자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결과적으로 판결이 위법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사건 기록에 피고인의 기존 주소지 외에 다른 주거지 주소, 본인 및 가족의 전화번호가 기재돼 있는데도 해당 주소로의 송달이나 통화를 시도하지 않은 채 곧바로 공시송달을 하고 피고인 진술 없이 판결을 했다"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 제63조 제1항은 피고인의 주거와 사무소, 현재지를 알 수 없는 때에만 공시송달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또 365조는 피고인이 적법한 공판기일 소환장을 받고도 정당한 이유 없이 출정하지 않을 때에 한해 피고인 진술 없이 판결할 수 있도록 했다.
대법원은 이에 근거해 "원심판결은 형소법을 위반해 피고인에게 출석 기회를 주지 않음으로써 소송절차가 법령에 위배돼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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