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금융기관 '제각각' 외부 감사 의무 손질…회계 공백 논란 해소될까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5.12.03 07:35  수정 2025.12.03 08:09

신장식 의원, 상호금융기관 외부감사 강화 4법 개정안 대표 발의

자산 300억원 이상 조합·금고 매년 외부 회계감사 의무화 골자

업계 "제도 정비 필요성 공감하지만…시기·방법 현실적 고려 필요"

전문가 "단순 외부 감사 강화할 게 아닌 비재무 인프라도 보완해야"

상호금융권의 외부 회계감사 의무를 강화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면서 업권 전반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상호금융권의 외부 회계감사 의무를 강화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면서 업권 전반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업계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일괄적인 의무 강화가 소형 조합·금고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1일 '농업협동조합법', '산림조합법', '수산업협동조합법', '새마을금고법' 등 이른바 '외부감사 강화 4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자산 300억원 이상 조합·금고에 대해 매년 외부 회계감사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업권별로 다른 감사 기준과 주기를 신협 수준으로 통일하겠다는 취지다.


상호금융권에서는 매년 적지 않은 금융사고가 발생하지만, 사고 원인과 책임을 체계적으로 규명할 장치는 여전히 미비하다. 금융당국이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해 도입 중인 '책무구조도' 역시 상호금융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감독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 등 5개 상호금융의 최근 5년간 금융사고 건수는 총 263건, 피해 금액은 1854억원에 달한다다. 사고 유형은 횡령, 배임, 사기 등 전통적 내부통제 실패 사례가 대부분이다.


업권마다 외부감사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신협은 자산 300억원 이상이면 매년 감사를 받지만, 농협은 500억원 이상 4년 주기, 수협은 300억원 이상 2년 주기, 산림조합은 500억원 이상 2년 주기다. 새마을금고 역시 500억원 이상일 때 2년 주기로 감사를 받는다.


이로 인해 회계 투명성과 재무 정보 신뢰도에서 업권 간 편차가 크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매년 감사가 이뤄지지 않는 업권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재무제표가 공시될 위험이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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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권에서는 제도 정비 필요성에는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자산 규모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기준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정비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시기나 방법에 대한 현실적인 고려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자산 300억원 이상이라는 기준은 현실과 다소 거리가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중대형 조합 중심으로 매년 시행하는 방향을 원하고 있다. 소형 금고의 경우 회계 뿐만 아니라 관련 규정, 업무 전반에 대해 감독하는 중앙회 주관 감사·정부 합동 감사 등이 진행하고 있는 만큼, 해당 제도를 통해 보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산 300억원 이상 조합·금고라는 기준을 일괄 적용되면 소형 금고의 경우 비용부담으로 인한 수익감소, 회원서비스 제공 감소 등으로 연결될 우려도 있다"며 "법 개정으로 일시에 회계감사 수요가 급증할 경우 회계관련 비용 상승에 대한 우려도 상존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조치가 상호금융의 회계 신뢰도 제고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업권별 자산 규모·지역적 특수성을 고려한 세부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입법 취지는 존중하되 실제 시행에서는 단계적·차등적 적용이 필요하다. 자산 300억원 이상을 동일 기준으로 두되, 일정 구간별로 감사 주기나 범위를 달리 해야 한다"며 "또한, 소규모 조합에는 소규모기업 감사기준 등 간소화된 제도를 적용해 비용 부담을 줄여야 한다. 이 밖에 감사보수 일부를 공적 재원이나 업권 공동기금으로 지원하는 '외부감사 공영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단순히 외부 감사 의무 강화할 게 아닌 회계·내부통제 교육, 표준 매뉴얼, IT 시스템 등 비재무 인프라를 함께 보완해야 현장에서 제도를 규제가 아닌 역량 강화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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