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해빙무드·日中 갈등고조…韓 외교리스크 냉철한 관리 필요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입력 2025.11.27 04:00  수정 2025.11.27 08:27

동북아 외교안보 지형 '변곡점'…빅딜 가능성

미중정상 셔틀외교 복원…악화일로 중일갈등

"명확한 원칙·이익 중심 대응 전략 마련해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다카이치 일본 총리(왼쪽부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한 데 이어 내년 4월 중국을 방문하겠다고 밝히면서 미중 관계가 급속히 '해빙 무드'로 돌아서는 조짐을 보인다. '관세전쟁'으로 치열하게 대립했던 두 정상이 9년 만에 사실상 셔틀 외교 복원을 예고한 셈이다. 미중 양국이 거대 경제·안보 현안을 놓고 '빅딜'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면서 동북아 외교 지형에도 변화의 파고가 밀려올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최근 동중국해 일대를 중심으로 일본과 중국의 충돌 양상이 거칠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중 간 관계 개선이 동북아 전략 질서 전반에 어떤 연쇄효과를 낳을지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 언급을 공개적으로 재확인하면서 중국의 강한 반발을 샀고 중국군은 연일 해·공군 전력을 대만 주변에 전개하며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일중 간 군사·외교적 긴장선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중 정상 간 대화가 다시 열리면 역내 힘의 균형이 미묘하게 재조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선 외교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선언을 두고 미중이 실익을 따져 다시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려는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대선 이후 불확실성이 커진 글로벌 공급망 문제부터 중국의 과잉 생산·산업 보조금 이슈, 반도체·인공지능(AI) 분야 기술 규제 등 양국이 얽힌 갈등은 산적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예고한 강경 관세 재가동 카드 역시 시 주석이 직접 나서지 않고서는 풀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양국 정상의 직접 교류가 재개될 경우, 미중 간 충돌이 전면전에 준하는 '전략 경쟁'에서 '관리 가능한 경쟁'으로 완화될 여지도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한국 외교·안보 환경에는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중 해빙이 곧바로 한반도 긴장 완화를 의미하지는 않지만, 역설적으로 한국이 미일중 사이에서 선택 압박을 받을 구도가 더 선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미일 동맹 강화 기조 속에서도 중국과의 갈등을 장기전으로 끌고 가는 분위기고 중국은 대만과 일대를 둘러싼 군사 행동을 고도화하며 군사적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 정책 방향 역시 뚜렷한 윤곽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한국이 감내해야 할 전략적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다음 방문지인 튀르키예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서 순방 기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정부는 겉으로는 상황을 주시한다며 한발 비켜선 모습이지만, 날로 격화하는 일중 간 갈등은 한반도 주변 긴장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기내 간담회에서 일중갈등에 대해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현재 상황을 냉철하게 지켜보고 대한민국 국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대한민국 국익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철저하게 국익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게 이 대통령 생각이다.


외교가 관계자는 "미중은 실제로는 양국이 각자의 전략 공간을 넓히기 위한 고도의 기 싸움이 전개된다"며 "중일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명확한 원칙·이익 중심의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중 관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가운데 일중 간 갈등 고조 상황까지 더한 지금이 한국 외교의 시험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반도 정세가 북한 변수뿐 아니라 미일중 구도의 구조적 변화에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가 냉철한 판단과 균형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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