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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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는 역사와 젊은 혁신이 공존하는 공간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에 위치한 소극장 예터무대는 약 20여 년의 역사를 가진 극단 예터가 운영하는 공간이다. 오랜 세월 지역 예술의 근간을 이루며 전통을 쌓아온 이곳은, 현재 김지현 대표의 혁신적인 마인드와 단원들의 뜨거운 열정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단 두 명의 관객 앞에서도 공연을 올리면서도 극단의 20년 역사를 지켜온 이들의 이야기는 지역 예술계에 깊은 울림을 안긴다.
예터무대는 오랜 시간 강신화 대표가 이끌어오다 약 5년 전부터 김 대표 체제로 전환됐다. 김 대표는 대표직을 맡기 전부터 이곳 극단의 배우로 오래 활동해온 산증인이다. 사실 그의 원래 전공은 무대 의상이었으나, 중학교 때부터 연극반을 만들 정도로 무대에 대한 열정이 있었고, 배우 활동 중 극작에 매력을 느껴 지금은 연출, 극작까지 도맡는 ‘멀티 플레이어’가 됐다.
극단이 가장 큰 위기에 봉착했던 것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였다. 김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대표님이 당시 극장을 없앤다고 하셨을 때 제가 워낙 배우로 여기 오래 있었고 정이 있어서 ‘내가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단순히 극장을 인수를 한 것에 그치지 않고, 극장의 방향성부터 다시 잡고 새로운 시작점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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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느 지역 극단이 그렇듯 김 대표 역시 사비를 털어가며 재정적 고통 속에서 극장을 운영해야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움직이게 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은 가족과 같은 단원들의 ‘신뢰’였다. 그는 재정적 투명성을 최우선으로 한다. “서로가 주주가 되어야 한다”는 김 대표는 지원 사업을 받아도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단원 모두가 알게 하는 투명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신뢰는 단원들의 헌신으로 돌아온다. 김 대표의 곁에는 15년 이상 함께한 단원들 외에도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단원들이 함께 하고 있다. 특히 단원 중에는 단편 영화 감독, 극단 대표 출신, 북청사자 이수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있어 극단에 생동감을 더한다.
‘신선’한 예터무대의 시작, 미래를 향한 확장성
김 대표는 이전 강신화 대표가 주력했던 ‘교육 연극’의 이미지 대신, 전문적인 연극 집단으로의 위상을 확립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 연극제에 부천시 대표로 두 번 참가하는 등 외부 활동을 확대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실험’이다. 김 대표는 “너무 연극이 갇혀 있다”는 생각에 라이브 피아노 연주를 배경음악으로 세우기도 하고, 전통 예술(북청사자)과 움직임 배우를 무대에 올려 경계를 허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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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재 역시 관객의 ‘공감’에 초점을 맞춘다. “관객들이 봤을 때 자신이 경험한 것들, 알고 있는 이야기들에 공감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는 철학을 가지고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 작품을 만들어냈다. 요양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정거장’, 황혼 재혼 이야기를 다룬 ‘70세의 자서전’, 그리고 경기도 콘텐츠 진흥원 최우수상을 받은 라디오 드라마 등은 이러한 시도의 결과물이다.
예터무대의 궁극적 목표는 지역 극단의 한계를 깨는 ‘확장성’이다. “아무도 시도해 보지 못했던 걸 해보고 싶다”는 김 대표는 젊은 관객층 유입을 위해 단편 영화 제작을 계획하고 있으며, 미디어와 연극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고민하고 있다.
또 그는 단원들의 잠재력을 모아 ‘통합 컴퍼니’ 형태로 극단을 발전시키는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했고, “가만히 있는다고 관객 오는 것이 아니”라며 마을 활동가 및 다양한 지역 인사와 교류하여 극단에 시너지를 내는 등, 지역 예술의 폐쇄성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터는 새로운 걸 많이 하는 곳이라는 말, 예터는 신선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극단이 되고 싶어요. 훗날엔 20년 역사의 토대 위에 혁신과 열정을 담아서 새로운 가능성을 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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