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현실적인 예산’ 안에서 완성도 높은 룩을 제안한다. 11월의 키워드는 보온감과 밸런스, 그리고 부츠다. 기온이 뚝 떨어지는 11월에는 옷의 무게가 늘어나지만, 스타일의 중심은 여전히 실루엣에 있다. 겉옷보다 먼저 시선을 끄는 건 발끝의 무드다. 그래서 이번 달의 룩은 부츠에서 출발한다.
ⓒ루에브르, 타크트로이메, 레이브
이번 코디는 총 39만2000원의 예산 안에서 구성했다. 과소비까지는 아니지만, 퀄리티와 실루엣을 분명히 챙길 수 있는 선이다.
ⓒ루에브르
먼저 루에브르의 Asymmetric Panel Half-neck Knit Pullover는 13만9000원이다. 부드러운 울 혼방 소재에 한쪽으로 흐르는 비대칭 절개가 특징으로, 단정한 니트의 기본 틀 안에서 자연스럽게 구조감을 만들어준다.
목선을 살짝 감싸는 하프넥은 답답하지 않게 올라오며, 겨울 아우터 안에서도 형태를 유지한다. 니트의 실루엣이 여유로워 하의 밖으로 빼 입으면 편안한 무드가 완성되고, 슬림한 스커트나 팬츠와는 앞단만 넣어 입어 라인을 잡아주기 좋다. 소재 특유의 밀도감 덕분에 코트 안에 단독으로 착용해도 충분히 따뜻하다.
ⓒ레이브
다음으로 레이브의 Slit Long Skirt in Black은 11만8000원이다. 무릎 아래로 떨어지는 길이와 슬릿 디테일이 겨울 특유의 답답함을 덜어주면서, 일자로 떨어지는 실루엣이 단정한 인상을 남긴다.
허리선이 높게 잡혀 다리가 길어 보이고, 발목 부근에서 길이가 끊기며 부츠와의 비율이 깔끔하게 맞아떨어진다. 기본 블랙 컬러지만 원단이 탄탄해 빛에 따라 살짝 결이 드러나는 점도 매력적이다. 출근 룩으로는 셔츠나 니트와 매치하고, 주말에는 후드나 가벼운 스웨트셔츠로 무드를 바꿔 입기 좋겠다.
ⓒ타크트로이메
마지막으로 타크트로이메의 Dance Belt Half Boots 베이지 스웨이드는 13만5000원이다. 부드러운 스웨이드 질감과 낮은 굽 덕분에 오랜 시간 신어도 피로감이 적고, 둥근 앞코가 주는 여유로운 실루엣이 전체 룩의 균형을 잡아준다.
특히 블랙 롱스커트와 매치하면 톤의 대비가 은근하게 시선을 끌면서 룩 전체의 온도를 부드럽게 높여준다. 캐주얼한 데님과 매치하면 주말용 데일리룩으로, 슬랙스나 미디 스커트와 매치하면 차분한 오피스룩으로 확장된다. 지나치게 트렌디하지 않아 계절이 바뀌어도 활용하기 좋은 아이템이다.
이 룩의 핵심은 톤과 질감의 밸런스다. 그레이 니트와 블랙 스커트의 단정한 조합에 베이지 부츠가 온도를 더하면서 부드러운 조화를 만든다. 니트는 한쪽 소매를 가볍게 롤업해 손목선을 드러내고, 아우터는 블랙보다는 다크 그레이나 카멜 컬러를 선택하면 부츠의 질감이 더욱 선명해진다. 주얼리는 작고 단정한 형태로 마무리해 전체 룩의 조용한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결국 이 조합의 매력은 ‘과하게 꾸미지 않았는데 완성도가 느껴지는 옷차림’에 있다. 총 40만 원 이하의 예산 안에서 각 아이템이 가진 구조감과 질감의 조화만으로도 충분히 감도가 생긴다.
루에브르의 니트가 여유를 만들고, 레이브의 스커트가 선을 정리하며, 타크트로이메의 부츠가 발끝에서 그 균형을 완성한다. 한층 차분해진 공기 속에서, 11월의 현실적인 세련됨을 은근하게 채워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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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 어반에이트 패션 크리에이터, 아나운서minjeoung7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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