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저예산의 대안'이나 '실험적 시도'로 여겨지던 스마트폰 영화가 세계 영화제 프로그램 속에서 점차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수상, 26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콘티넨탈 '25'와 대만의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 부문 출품작 '왼손잡이 소녀'가 모두 아이폰으로 촬영된 작품으로, 기술의 한계를 시험하던 장비가 감독의 시선과 미학을 구현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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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두 주데 감독의 '콘티넨탈 '25'는 전작 '지구 종말이 오더라도 너무 큰 기대는 말라'(2023)에서 이어진 아이폰 촬영 방식을 유지, 체제 안에서 무력해진 개인의 윤리적 혼란을 포착했다.
법원 집행관 오르솔리아가 노숙인 퇴거 명령을 수행하며 마주하는 도덕적 딜레마는 단순한 사회문제를 넘어 인간의 회피와 죄책감, 그리고 체제에 순응하는 본능을 비춘다.
라두 주데 감독은 이를 블랙 코미디의 형식으로 감싸면서 아이폰 특유의 불안정한 프레임과 롱테이크 촬영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세밀하게 끌어올렸다.
장비의 크기가 줄어든 만큼 카메라의 시선은 인물과 현실 사이의 거리를 좁혔고, 흔들림은 불안한 감정을 시각적으로 치환하는 장치가 됐다.
쩌우스칭 감독의 '왼손잡이 소녀'는 대만 타이베이 시장의 풍경을 아이폰 하나로 담아낸 리얼리즘 가족극이다.
영화는 악마의 손 왼손을 쓰는 왼손잡이 소녀가 가져온 할머니의 60번째 생신파티에서 마침내 폭발해버린 3대에 걸쳐 쌓아온 가족의 비밀을 담았다. 제작과 각본, 편집에 참여한 션 베이커 감독은 '탠저린'(2015)에서 이미 아이폰 5S로 영화의 가능성을 입증한 바 있다.
이들은 영화에 여섯살 소녀 이징의 시선에서 야시장의 빛, 소음, 인물의 호흡이 모두 아이폰에 스며들어 거칠지만 생생한 현실감을 만들었다. 이번 작품에서도 쩌우스칭, 션 베이커 감독은 함께 세트를 세우지 않고 실제 상인들을 배우로 기용한 것 역시,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한 선택이었다.
'콘티넨탈 '25'가 베를린에서, '왼손잡이 소녀'가 오스카 무대에서 주목받은 흐름은 스마트폰이 단순한 장비를 넘어 현장을 담는 눈이 됐다. 카메라가 가벼워진 만큼, 그 안에 담기는 세계는 오히려 더 깊고 가까워진 셈이다. 거대한 제작 환경 바깥에서도 영화가 어떻게 현실과 맞닿을 수 있는지, 두 작품이 그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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