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벌판 홍수조절지가 ‘13만의’ 파크골프장으로...구복규 화순군수 “결단이 일으킨 상전벽해”[인터뷰]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입력 2025.11.20 14:20  수정 2025.11.20 14:20


화순군 내 방치됐던 홍수조절지(왼쪽)가 1년 만에 13만 명이 이용한 화순 파크골프장으로 변모했다. ⓒ 화순군


“10년이 넘도록 방치된 채 잡초만 무성했던 이 땅이 이렇게 넓고 푸른 잔디밭과 함께 펼쳐진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전라남도 화순군 구복규 군수가 화순 청풍면 파크골프장 완공식(지난해 10월)에서 했던 말이다. 지금도 말 그대로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국 최대규모의 ‘87홀’ 화순 파크골프장은 험난한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지난 2013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지정됐던 화순홍수조절지는 지난 10년 동안 역할과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사실상 방치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구복규 군수는 취임(2022년) 후 방치된 홍수조절지를 관광자원으로 변모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설득 끝에 영산강유역환경청과 업무협약을 체결, 지난 2023년 10월 하천점용 허가를 받아 추진했다. 총사업비 63억 원을 들여 18만8347㎡ 부지에 정규홀 81홀(연습홀 6홀) 등 총 국내 최대 규모의 파크골프장(87홀)을 건립했다.


만 1년이 된 10월 기준, 일평균 500여 명이 방문해 누적 이용객 수 13만여 명을 달성했다. 10년 동안 허허벌판(A=188,347㎡)으로 방치됐던 곳이 13만 명의 파크골프장으로 변모한 것을 확인한 요즘이다.


지난 8일 개최한 ‘제1회 화순춘란배 파크골프대회’에도 전국 동호인들의 열띤 참여 속에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전국 각지에서 선수 590명과 관계자 90명 등 700여명이 참가했다. 구장을 이용한 뒤 지역의 명소를 찾아볼 수 있도록 관광안내소도 운영 중이다.


파크골프장 손님들은 “라운딩 자체만으로도 즐거운데 천혜의 자연경관을 함께 즐길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파크골프를 마치고 화순 관광지를 둘러볼 계획”이라며 파크골프로 화순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화순적벽, 고인돌 축제 등 체류형 관광지와 함께 남산공원에서부터 청춘신작로, 만연천, 화순천, 개미산 전망대까지 빛과 꽃이 어우러진 곳도 즐길 수 있다. 밤낮 가리지 않고 즐길 것들이 많아 화순에 하루 더 체류, 침체된 지역경제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스포츠마케팅을 통한 지역소멸위기에 대응 솔루션 중 하나인 스포츠마케팅을 통해 지역으로의 방문을 유도하는 것을 넘어 화순의 관광지로도 이끌며 생활인구 증대에도 힘이 되고 있다.


화순 파크골프장은 지방소멸위기 극복을 위한 새로운 대안 중 하나인 스포츠관광마케팅에도 한층 더 탄력을 가하고 있다. 스포츠관광마케팅은 인구감소지역에서 생활인구 증가를 위해 스포츠이벤트와 관광 상품을 결합해 수익 창출을 통해 지역경제 발전을 꾀하는 정책 중 하나다. 단순히 경기관람과 체험 및 참여 활동을 넘어 해당 지역의 숙박시설, 식당, 관광명소 등에 체류하게 하며 다양한 소비활동으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생활인구를 늘릴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화순군


화순적벽 ⓒ 화순군


파크골프장을 통해 급증할 방문객들이 화순의 관광지를 방문해 만족도가 높아지면 향후 생활인구(관계인구)가 될 수 있다. 생활인구는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하는 보통교부세 산정 기준이 되는 새로운 인구 개념이다.


데일리안은 이달 초 화순군청에서 구복규 군수를 만나 파크골프장을 통한 스포츠마케팅 등 지역소멸위기에 대응하는 화순군 전략 등을 들어봤다.



Q. 87홀 화순파크골프장이 지역의 자랑이 됐다. 이런 대규모 파크골프장을, 그것도 홍수조절지역에 조성할 결단을 어떻게 했는지 배경이 궁금하다.


100년에 한 번 발생할 수준의 집중호우에 대비해 조성된 홍수조절지가 허허벌판으로 방치되어 있는 게 안타까웠다. 그 공간에 파크골프장을 조성해 지역 주민을 비롯한 관광객들이 자연 속에서 운동과 휴식을 겸할 수 있게 하고, 파크골프 전국대회 유치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 목적으로 영산강유역환경청과 업무협약(2022년 11월)을 체결한 뒤 2024년 10월 준공했다. 그 사이 환경청을 상대로 수차례 설득했고, 준공시기를 맞추기 위해 관련 (화순군)공무원들이 휴가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등 크고 작은 어려움과 희생 끝에 결실을 맺었다. 결단이 일으킨 상전벽해라고 표현하고 싶다.



Q. 올해부터 정식 운영에 들어갔다. 반응이 좋다는 얘기는 들었다. 지금까지 이용객 수와 지역경제 기여도 등 운영 성과는 어떤가.


화순군이 직영하는 파크골프장은 87홀 화순파크와 먼저 개장한 18홀 능주파크(민선 7기)를 통합해 집계하고 있다. 10월 기준으로 올해 누적 이용객 총수는 10만 7000여 명으로 수입금이 6억 1000만 원, 화순사랑상품권으로 환급한 금액이 2억 6000만 원이다. 1일 평균 이용객이 500명 수준으로 생활인구 증가에 큰 몫을 차지했고, 지역 식당과 로컬푸드 등에 손님이 불어나 지역 상권 및 관광 활성화, 일자리 창출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Q. 군 직영으로 파크골프장을 운영하면서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지역소멸위기 상황에서 입장 수입도 올리고, 지역 활성화에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놀랍다. 운영 비결이 있다면?


화순군의 파크골프장 운영 방침은 근본적으로 이용자 편의주의다. 이를 위해 팀장 1명, 주무관 1명의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또 공무직 8명, 기간제 14명 총 22명의 직원이 현장을 365일 열심히 관리하고 있다.


이용객의 골프장 이용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하기 위해 별도의 회원가입 절차를 요구하지 않고, 예약 완료 시 문자 알림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크골프장 예약시스템 구축, 코스안내판 설치, 이용 중 휴식을 위한 그늘막 (39개소), 벤치(58개), 음수대 설치, 그리고 이용 후 휴식을 위한 쉼터(몽골 텐트 등) 운영한다. 주변 관광명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화순군 관광안내소를 설치·운영해 스포츠관광마케팅에 탄력을 가하고 있다.


관외 이용자에게는 요금의 50%를 지역화폐로 환급해 식사, 쇼핑, 숙박 등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운주사·적벽·꽃강길 등 화순 11경을 비롯한 지역 관광콘텐츠와 연계해 체류시간 증대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도 도모하고 있다.



Q. 호우주의보 등 기상특보 발령 시 파크골프장 대처 방안은?


당연히 있다. 안전이 최우선이다. 방치됐던 홍수조절지를 바꿔 만든 파크골프장이라 더 신경 썼다. 호우주의보, 대설주의보 등 주의보 이상의 기상특보 발령 시 골프장 운영은 즉각 중단한다. 휴장으로 입·출구 차단기 가동한다. 화순파크골프장은 침수 발생 시 배수펌프(조절지 하류)를 즉시 가동하고, 재난 대비를 위해 시설물 유지관리 업무를 잠정 중단한다. 상황이 해제되면 시설점검 및 보수 작업을 진행한다. 당일 예약자에게는 기상특보에 따른 휴장 및 이용불가 알림 문자가 발송돼 이용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


ⓒ 화순군

Q. 파크골프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활력소라면 가급적 전국대회를 많이 유치하는 게 유리해 보인다. 대회 운영 역량을 판가름할 수 있는 화순파크골프장의 공인인증 현황은 어떤가.


화순파크골프장은 지난해 (사)대한파크골프연맹, 올해 (사)대한파크골프협회로부터 대회를 치를 수 있는 공인인증을 각각 획득했다. 지난 4월에는 이틀간 전국 17개 시·도 선수 635명이 참가한 2025 전국생활체육대축전 파크골프 대회를 치렀다. 9월에는 전국에서 600명이 참가한 제1회 화순적벽배 파크골프 대회가 있었다. 10월에는 632명이 참가한 제1회 화순고인돌배 파크골프 대회 등 굵직한 3개 대회 개최로 대회 운영 역량을 충분히 입증했다.



Q. 2026년 전국대회 개최 일정은?


호남권 파크골프 지역 거점으로서의 입지를 선점한 화순군은 내년에도 계속 파크골프대회를 개최한다. 예정된 대회만 5개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국대회만 놓고 보면 내년 3월 제2회 화순군파크골프협회장배 파크골프대회, MTN-화순군 전국 파크골프대회가 4월 중 개최 예정이다.



Q. 화순군이 운영하는 화순농특산물 온라인 쇼핑몰 ‘화순팜’이 임기 3년 차에 2022년 대비 연매출 27배 성장이라는 폭발적 성과로 화제다. 비약적인 성장 비결이 있나?


연매출에서 매년 신기록을 경신했다. 2022년 1억 6700만 원에 불과했던 것이 2023년에 16억 4300만 원, 2024년 36억 7,400만 원, 2025년 10.10. 기준 45억 1700만 원을 달성했다. 올해 연매출 50억 원 목표는 2022년 대비 무려 27배 늘어난 수치지만, 무난히 초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화순팜의 초고속 성장은 전담팀의 지속적인 홍보와 각종 이벤트 기획, 운영 시스템 개편, 지역사랑상품권 결제 시스템 도입 등 꾸준한 노력으로 운영 효율을 극대화 한 것이 주효했다. 위탁업체에서 운영 노하우를 익혀 2024년 직영 전환 후 품목수·참여업체·가입 회원의 지속적인 배가 노력이 성과 달성에 기여했다. 화순팜의 급성장은 직원들의 피와 땀으로 이룬 값진 결실이다.


ⓒ 화순군

Q. 한국 춘란을 수출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화순군이 한국 난의 중국 수출을 앞두고 있다고 들었다.


민선 8기 화순군은 지역을 부유농촌으로 만들기 위해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난 산업’을 추진했다.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2024년 1월부터 4월까지 중국 호북성 수이현, 하남성 동백현, 정강성 소홍시 가교구, 복건성 장주시 남정현을 방문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국 춘란의 첫 중국 수출을 위해 현재 검역 및 수출입 허가 등 우리 측 통관 절차를 모두 마친 상태로 총 6개월이 소요되는 통관 절차에서 중국 측 통관 절차만 남았다.


화순군의 ‘난 산업’ 역사가 짧고, 현재는 농가 보급 단계이기 때문에 이번 수출 규모는 아직 자랑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렇지만 한국 난 불모지인 중국 남정현을 상대로 역사상 처음 수출 물꼬를 튼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내년부터는 상하반기 각각 2회씩 수출을 진행해 전체적인 수출 규모를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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