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마이크 끄시게요?" "판검사 협박"…'필버 극한대치' 나선 국민의힘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5.12.12 05:05  수정 2025.12.12 05:12

'61년 만에 의장이 필버 방해한 곳'

항의 메시지 등장…禹 "방해 아냐"

국민의힘, '우원식 사퇴 결의안'도 제출

'8대 악법' 저지 때까지 '대치 지속'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이 12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에서도 '8대 악법'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에 나서면서 여당과의 극한대치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특히 지난 9일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던 나경원 의원의 마이크를 꺼버린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 사퇴를 촉구하며 일방적 국회 운영에 대한 항의에도 열을 올렸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법'에 대한 첫 번째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서 민주당의 추진하는 8대 악법을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진을 예고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법 왜곡죄 신설법(형법 개정안)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 △4심제 도입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공수처 권한 확대) 등을 '사법 파괴 5대 악법'으로 규정했다.


또 △정당 현수막 설치 제한법(옥외광고물법 개정안) △유튜브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필리버스터 요건 강화법(국회법 개정안) 등을 '국민 입틀막 3대 악법'으로 규정하며 둘을 합쳐 8대 악법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날 극한대립은 필리버스터 시작 전부터 있었다. 우 의장이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에 돌입하기 직전 지난 9일 나 의원의 마이크를 끈 일을 언급한 뒤 "국회법에 따른 합당한 조치"라며 "국회법이 정한 무제한 토론은 시간에 제한이 없다는 것이고, 의제는 국회법의 제한을 받는다"고 주장하면서다.


이 같은 우 의장의 주장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장(직을) 그만해요" "그만둬라" "마이크 끄는 의장이 어딨어" 라면서 항의를 지속했다. 주변이 소란해지자 우 의장이 "잘 들어보세요"라고 하자 국민의힘에선 "뭘 들어요 듣긴"이라는 고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어 연단에 선 곽 의원은 우 의장과 나경원 의원 간의 충돌로 벌어진 필리버스터 중단 사태를 두고 신경전부터 벌였다. 곽 의원은 연단에 올라오자마자 준비해 온 스케치북을 펼쳤다. 해당 스케치북에는 '61년 만에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 방해한 곳'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는 "국회의장께서 국회 담벼락에다가 본인을 기념하기 위해 담을 넘은 곳이라고 설치를 해놨다"며 "내가 의장님 좋아하기 때문에 하나 더 기념하시라고 만들어왔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우 의장은 "(지난 9일 나 의원의 마이크를 끈 것은) 시작부터 국회법을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까지 하고, 의장의 요청을 거부한 것이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서 발언을 중단시킨 것"이라며 "과거에도 무제한토론 중 의제 벗어나는 경우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의장이 의제에 맞는 토론을 요청하면 발언하는 의원이 원만한 의사 진행에 협조했었고,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민주당은 곽 의원을 향해 "내리라고" "뭐하는 거냐"라고 고성을 질렀고, 곽 의원은 대꾸하지 않고 필리버스터를 이어나갔다.


좌중이 소란해지자 우 의장은 "그냥 두셔도 괜찮다"라면서도 "회의 진행을 방해하는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국회법을 본인이 계속 어기겠다고 하니까 그것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판단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우 의장은 결국 스케치북을 제지했다. 민주당의 항의가 이어지자 우 의장은 곽 의원을 향해 "피켓이 회의 진행에 방해되기 때문에 내려달라는 요청이 많다"고 말하며 스케치북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곽 의원은 스케치북을 '국회의장님, 또 마이크 끄시게요?'라고 적힌 면으로 넘겨 대답을 대신했다.


이후 진행된 필리버스터에서 곽 의원은 '법 왜곡죄? 판검사 협박수단'이라고 적힌 스케치북 면으로 바꿔 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곽 의원이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특별재판부에 대한 비판을 가하자, 우 의장은 "안건과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라고 재차 제지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자 곽 의원은 "알겠다"고 말하며 재차 스케치북을 '국회의장님, 또 마이크 끄시게요?'라고 적힌 면으로 바꿔 내걸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석에서 웃음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우 의장은 당황한 듯 "방해하는 게 아니다"라고 짧게 말했다.


곽 의원이 내려간 후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김남희 민주당 의원의 토론을 마치자마자 세 번째로 연단에 선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법'에 반대하는 논리를 펼쳤다.


김재섭 의원은 "법원행정처 배형원 차장은 국민들이나 법제처 국회 등에서 모두 모두 반대하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말했다. 법제처·국회·국민 모두가 반대하는 그런 상황 속에서 이 법을 추진해야 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나"라며 "충분하게 부작용을 고려하고 충분하게 토론하고 이것이 국민들에게 미칠 영향, 이것이 사법 체계의 형사사법 체계에 미칠 영향들을 충분히 고려해서 법을 통과시켜야 되는 것이지, 무슨 여론이 높다는 이유로 법을 통과시킬 거면 민주당 의원들은 왜 존재하느냐"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필리버스터에 멈추지 않고 지속해서 대여투쟁을 이어가겠단 입장이다. 실제로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과 박수민·강선영 의원은 이날 국회 의안과에 지난 9일 필리버스터 도중 정회를 선포한 우 의장에 대한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최 원내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의 무제한토론에 대해 우 의장이 보여준 여러 만행은 사회권 남용"이라며 "정치적 중립성을 무시하고 민주당에 야합하는 행태를 보인 우 의장은 의장으로서 자격이 전혀 없다"고 결의안 제출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이번 필리버스터는 민주당이 오는 14일까지 본회의를 계속 열어 하루에 1개씩 3개 법안을 처리하겠단 입장을 밝힌 만큼 3박 4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민주당은 21일부터 다시 본회의를 열어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비롯한 사법개혁 법안들을 처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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