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당뇨 증가에 다시 불붙은 건강증진세 논의
가격 인상 불가피…업계 “자율 개선이 해답”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소비자가 음료수를 고르고 있다.ⓒ뉴시스
정부가 설탕세 도입을 검토하면서 식품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가공식품 가격 인하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세금이 추가되면 원가 부담만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건강증진 명분과 물가 안정 기조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태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설탕 과다사용세 토론회’를 열고 입법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는 최근 당류 과잉 섭취가 비만과 당뇨, 심혈관질환 등 만성질환 발생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제도적 대응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다.
설탕세는 설탕이나 당류가 과도하게 들어간 식음료에 추가로 부과하는 세금이다. 주로 비만과 당뇨 등 질병 예방과 국민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시행되는 것으로, 해외에서는 영국과 미국 등 120여 국가에서 도입된 상태다.
국내에서도 설탕세 논의는 2021년 한 차례 진행된 바 있다. 당시 강병원 전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제품 내 설탕 함량에 따라 최대 ㎏당 2만8000원의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이었으나, 식품업계의 반발로 폐기됐다.
최근 설탕세 논의가 재점화 된 것은 비만·당뇨 등 만성질환 증가로 국민건강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에 따른다.
세계적으로 설탕세를 도입하는 국가가 늘고 있는 데다, 세수 확보와 건강증진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맞물리면서 논의에 다시 불이 붙었다.
실제로 한국 성인의 36.6%가 비만에 해당하고, 이로 인한 의료비 등 경제적 손실이 2018년 11조460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주 일리 없는 주장은 아니다. 설탕세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해 현재 프랑스·영국·노르웨이 등 40여 개국에서는 시행 중이기도 하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소비자가 음료수를 고르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갑작스러운 설탕세에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다. 세금이 부과되면 음료 가격이 인상되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비만 문제를 운동이나 교육이 아닌 증세로 해결하려는 것도 문제다. ‘건강’이라는 이름으로 보기 좋게 포장했다는 비판이 뒤따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업 입장에서도 부담이 크기는 마찬가지다.
원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원부자재와 물류비, 인건비 상승으로 이미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세금이 추가되면 제품 단가를 유지하기 어려워 진다.
같은 맥락에서 세금 인상은 저소득층 부담을 키우고 매출 감소·고용 축소 등 산업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덴마크의 경우 지난 2011년 고열량 식품에 비만세를 도입했으나 소비자 반발로 1년 만에 폐지한 바 있다.
음료업계 관계자는 “설탕을 두루 사용하는 식품사의 원가 부담, 가격 인상으로 인한 매출, 수익 감소는 중장기적으로 관련 산업 성장 둔화, 경영 악화, 고용 감소 등의 부정적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그는 "식품업계 스스로 헬시플레저 트렌드에 맞춰 제로 슈거 및 저당 제품을 출시하며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설탕세와 같이 세금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 보다는 식품 업계의 자율적, 점진적 노력과 소비자 인식 변화가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문제는 제조·유통 구조의 복잡성이다.
제품별로 설탕 함량을 세밀하게 산정하고, 그 기준에 맞춰 세금을 부과해야 하기 때문에 행정 절차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제품 라인업이 많은 대형 제조사의 경우, 과세 기준 적용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또 다른 음료업계 관계자는 “제품 라인업마다 함량이 다르고, 해외 OEM 제품도 많아 실제 과세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며 “제조사와 납품업체, 유통 채널 간 책임 소재를 두고 분쟁이 생길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비만 문제를 운동이나 교육이 아닌 증세로 해결하려는 것도 문제다. 정말 비만을 줄이기 위함이 목적이라면 대체재 생산 장려가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미 대체감미료를 이용한 저당 음료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특히 업계는 정부의 정책 방향성에도 아쉬움을 토로한다.
최근 정부가 가공식품 가격 인상은 물론, ‘슈링크플레이션(용량 축소)’까지 감시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설탕세 부과를 검토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도 막고 용량 조정도 제한하는 가운데 세금까지 더해지면 기업은 사실상 숨통이 막히게 된다”며 “건강 증진이라는 명분에는 공감하지만, 결국 또 다른 인상 요인을 만드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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