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수사관들, 민간인 포함 도청 혐의
1심 징역형 집유…"미필적 고의 인정"
2심서 무죄로 뒤집혀…대법서 확정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데일리안DB
대공수사 과정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도청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진 전직 국가정보원 수사관들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국정원 수사관A씨 등 4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25일 확정했다.
이들은 2015년 충남 서산시 한 캠핑장에서 '지하혁명조직'의 총화(신규 조직원 적격성 확인 절차)가 진행된다는 제보를 받아 캠핑장 캐러밴 내부에 비밀 녹음장치를 설치하고 이 과정에서 제보자가 참여하지 않은 민간인의 대화까지 녹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통신비밀보호법상 대화 참여자는 상대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대화를 녹음할 수 있다. 그러나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가 타인들 간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1심은 유죄로 판단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비밀 녹음장치 특성상 제보자가 참여하지 않는 대화가 무작위로 녹음될 수 있다는 사정을 인식하고 증거능력에 대한 문제를 사전에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필적으로나마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1심 판단을 뒤집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와 제보자 사이에 (녹음이 이뤄진 해당 호실을) '총화와 관련 없는 일반인들은 들어가지 않도록 비워둔다'는 합의가 있었다고 합리적으로 추론할 수 있다"며 "그렇다면 피고인들에게는 제보자의 참여 없는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인식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2심은 나아가 국정원 유급 정보원이던 제보자가 A씨와의 관계가 끊긴 후 보복할 마음에서 허위 진술을 했을 유인이나 동기가 있다고 봤다. 검찰이 불복해 상고했으나 대법원도 2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이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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