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날나리→50대 김부장, 팍팍한 현실에 대처하는 드라마들의 자세 [D:방송 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10.22 11:22  수정 2025.10.22 11:22

29세 이하 청년고용률이 2009년 이후 약 16년 만의 최장기록으로 하락세다. 구직 활동도 하지 않은 20대 ‘쉬었음’ 청년 수는 39만명을 넘는다. 빛은 갚지도 못한다. 5대 시중은행의 ‘연령별 가계대출 현황’을 보면 올 6월 말 기준 20대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평균 0.41%로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았다. 그럼 장년층이라고 나을까. 올해 6월 기준 50대 고용률 역시 12개월 연속 감소했다. ‘50대 명예퇴직’이라고 뉴스를 검색하면, 대기업에서 줄줄이 짐싸서 나오는 50대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현실은 고스란히 드라마를 통해 가공되어 시청자들과 만난다. 현실이지만, 그 안에 의미를 부여했다.


MBC ‘달까지 가자’는 불경기가 지속되며 한탕주의에 빠진 이들에게 경고를 한다. 캄보디아로 출국한 청년들이 실종되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에 대해, 얼어붙은 고용시장과 사회 전반에 만연한 박탈감에 휩싸인 청년들이 범죄 집단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는데 이때 ‘달까지 가자’가 ‘한탕주의’에 대한 유의미한 메시지를 풀어나가고 있는 것.


20대부터 40대까지, 월급만으론 생존할 수 없는 흙수저 세 여자가 코인 투자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디테일하게 그린다.


'태풍상사' 스틸ⓒtvN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면 방으로 물이 흘러넘치는 월세방에서 사는 주인공 정다해(이선빈 분)의 사연 등 한 방을 꿈꾸게 되는 주인공들의 배경에 초점을 맞춘다. 코인이 대박나자 ‘학자금 대출도 갚을 수 있겠다’며 반색하는 정다해의 모습 은 우리네 씁쓸한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SBS ‘우주 메리 미’는 사회 문제로 대두된 전세 사기를 소재로 삼았다. 전세 사기와 파혼으로 삶이 흔들리고 있는 주인공 메리(정소민 분)가 무주택 신혼부부에게만 주어지는 경품을 사수하기 위해 전 약혼자와 이름이 같은 우주(최우식 분)에게 가짜 남편 역할을 제안하는 등 ‘웃픈’ 청춘의 모습으로 공감대 형성을 시도한다.


이 외에도 50대 중년 남성의 고군분투를 다루는 JTBC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가 방송을 앞두는 등 2030 청년부터 50대 중년까지,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세대도 다양하다.


1980년대, 버스 안내양 영례(김다미 분), 종희(신예은 분)의 이야기를 담은 JTBC ‘백번의 추억’과 90년대 IMF 시기를 헤쳐나가는 청춘들의 이야기 그리는 tvN ‘태풍상사’ 등 방송가는 모두가 어려웠던 그때 그 시절을 소환하기도 한다. 어려운 현실에서도, 씩씩하게 이를 극복해 나가는 청춘들을 통해 응원의 메시지를 선사한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 고등학교도 야학으로 겨우 듣지만 씩씩하게 안내양으로 일하며 동생들은 챙기는 영례, 남편 없이 홀로 네 아이를 키우면서도 아이들의 친구에게는 언제든 넉넉하게 밥을 내주는 영례 엄마까지. ‘백번의 추억’이 그 시절 낭만을 통해 지금의 청춘들에게도 위로를 건넸다면 IMF 소재로 한 ‘태풍상사’는 건강한 에너지를 담아내고 있다.


최근 방송을 시작한 ‘태풍상사’는 압구정 날나리로 철 없이 살던 주인공 태풍(이준호 분)이 아버지의 사망 후 초보 상사맨이 돼 회사를 이끄는 과정을 그리는데, 극 중 현실이 씁쓸함을 유발하면서도 이를 극복해 나가는 주인공들의 에너지 넘치는 면모로 흥미를 유발한다. 즉, 복고를 통해 추억을 소환하기도 하지만 과거를 통해 지금의 청춘들에게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 전달하고 있다.


물론 진짜 행복 찾는 결과로 귀결이 될 수밖에 없는 드라마가 현실을 완벽하게 반영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특히 이 같은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달까지 가자’는 의도와 달리 이렇다 할 반응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으며, ‘백번의 추억’ 또한 결국에는 주인공들의 로맨스 향방에 초점을 맞추면서 추억을 겉핡기식으로 소비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팍팍한 현실 속, 콘텐츠를 향한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저마다의 카드를 내밀고 있는 가운데, 메시지와 재미 사이 적절한 균형 감각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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