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직·고령자 중심 고용환경…소외받는 청년 구직자 [덫에 빠진 청년들 ④]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입력 2025.10.28 06:00  수정 2025.10.28 06:00

캄보디아 취업사기 납치·감금 범죄 속출

청년 고용 구조적 위기 수면 위

캄보디아 당국의 범죄단지 단속으로 적발돼 구금됐던 한국인들이 지난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뉴시스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취업사기와 납치·감금 등 범죄가 이어지는 가운데, 청년 고용의 구조적 위기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청년층의 일자리 부족과 취업난이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 구조에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청년 고용률 17개월 연속 하락…경력직 중심 채용 구조 여전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5.1%로, 17개월 연속 하락세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51개월 연속 하락) 이후 최장 기록이다.


같은 기간 전체 고용률(63.7%)은 1982년 통계 작성 이래 9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청년층만은 반대로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문제는 양질의 일자리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6만1000명, 건설업 취업자는 8만4000명 줄어 각각 15개월, 17개월 연속 감소했다.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반도체 산업은 자본집약적 산업 구조로 고용 창출 효과가 크지 않고, 건설업도 경기 둔화로 신규 채용이 위축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플랫폼 산업이 크게 늘었지만 프리랜서, 배달 라이더 등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단순 일자리 공급만 늘었다.


청년 구직자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경력직 중심의 채용 구조가 꼽힌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 6월 발표한 ‘상반기 채용시장 특징과 시사점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채용공고는 14만4181건이었는데 경력 채용만 원하는 기업이 전체의 82.0%에 달했다. 신입 직원만 채용하는 기업은 전체의 2.6% 수준이었다.


이같은 경력직 선호 현상은 청년들의 구직 의사를 꺾어 청년 고용률을 더욱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기업들이 고령 근로자의 재고용을 확대하는 조짐이 보이면서 청년 고용 상황은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4일 양대 노총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법정 정년연장 등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속에서 고령 근로자가 늘면, 기업의 신규 채용 여력은 그만큼 줄어든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정년 연장 이후 고령 근로자가 1명 늘어날 때마다 청년 고용은 최대 1.5명 줄었다.



캄보디아 당국의 범죄단지 단속으로 적발돼 구금됐던 한국인들이 지난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송환되어 경찰서 압송을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청년고용 사업에 수천억 투입…연속성·실효성 의문


정부는 청년고용 장려금과 구직지원금 등 각종 사업에 매년 수천억 원을 투입해 왔다. 그러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축소·폐지되거나 새로운 사업으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연속성과 실효성이 떨어졌다.


실제로 지난 정권에서 추진했던 ‘사회이동성 개선방안’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혼란 속에 사실상 중단됐고, 이재명 정부 들어 편성된 두 차례의 추가경정예산도 재해 복구나 내수 부양에 집중됐다.


광범위한 경기 부약책에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도 일부 담겼지만, 구조적으로 출구가 보이지 않는 청년 고용 상황에 맞춘 맞춤형 대책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청년 창업도 돌파구가 되지 못했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30세 미만 청년 사업자는 월 평균 35만4000여명이다. 1년 동안 2만6000명이 감소한 수준으로, 2017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일각에서는 청년층 고용난을 일시적 경기 문제로 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달 30일 발간한 ‘NABO 경제전망 2025~2029’ 보고서는 “보건·복지 등 서비스업에서 일자리가 늘고 있지만 제조업·건설업에서 매월 20만개가량이 줄고 있다”며 “내년에는 수출 경기 둔화로 고용 하방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선진적인 사회라면 꿈을 키워가는 청년에게 많은 기회를 준다. 그 과정에서 실패를 하더라도 부활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서도 “현재 한국 사회는 기성세대가 많은 기득권을 갖고 놓지 않으면서 청년에게 기회 조차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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