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김권 셀비온 대표 및 임원진 인터뷰
포큐보타이드, 뛰어난 안정성도 경쟁력
올해 12월 식약처 조건부 허가 신청 예정
김권 셀비온 대표 ⓒ셀비온
“경쟁 약물인 플루빅토가 FDA(식품의약국) 허가를 받을 때 사용했던 가장 엄격한 기준을 그대로 적용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더 우수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했습니다.”
최근 발표된 셀비온의 전립선암 방사선 치료제 ‘Lu-177-DGUL(포큐보타이드)’ 임상 2상 최종 결과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지만, 지난 16일 ‘BIX 2025’가 열린 서울 코엑스에서 만난 김건 셀비온 대표의 자신감은 굳건했다. 김 대표는 논란에 아랑곳하지 않고 ‘데이터가 증명하는 약물의 가치’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종 ORR은 낮아졌지만… 여전히 플루빅토 앞서”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전립선암 환자는 2017년 대비 약 58% 증가하며, 국내 암 중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전립선암이 남성에게만 발병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빠른 증가 속도다.
셀비온은 방사선 치료제 ‘포큐보타이드’로 가파르게 증가하는 전립선암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최근 임상 3상 최종 데이터에서 공개한 셀비온 포큐보타이드의 객관적 반응률(ORR)은 35.9%로 스위스 소재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의 ‘플루빅토’ ORR 29.8%를 상회했다. 여기서 객관적 반응률이란 임상에서 실제로 종양 크기가 줄어든 환자의 비율을 말한다.
하지만 임상 결과 공개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다. 중간 분석에서 셀비온이 발표했던 ORR (47.5%) 기록보다 최종 결과에서의 ORR 수치가 하락했다는 이유에서다. 임상 결과가 발표된 지난달 4일 셀비온의 주가는 21% 가량 급락했다.
김 대표는 이런 시장의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했다. 그는 “중간 결과는 임상의 지속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내부 지표였으나, IR 과정에서 일부 공유되며 최종 결과와 비교되는 상황이 생겼다”며 “미국 FDA 가이드라인인 RECIST v1.1을 그대로 적용해 얻은 최종 결과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ORR 기록 외에도 포큐보타이드의 경쟁력으로 ‘안전성’을 꼽았다. 김 대표는 “PSMA(전립선 특이적 막항원) 표적 방사선 의약품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구강 건조증 발생률은 13.19%로 플루빅토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골수 독성 관련 부작용 역시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아시아인 대상 임상 결과 또한 포큐보타이드의 경쟁력이다. 노바티스는 아시아 인종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일본에서 플루빅토 가교 임상 2상을 진행한 바 있다.
이송진 CTO는 “일본에서 진행한 가교 임상에서 플루빅토 ORR은 30%를 기록했지만 100% 한국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포큐보타이드는 동일한 기준 적용시 ORR이 54.4%에 달했다”며 “이는 아시아인에게 더 나은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최초 아닌 ‘최고’ 전략…글로벌 진출 포문
(왼쪽부터) 송영민 셀비온 이사, 김권 셀비온 대표, 이송진 전무가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셀비온의 글로벌 전략은 MDS의 블록버스터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와의 파트너십에서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지난 9월 셀비온은 MSD와 키트루다 병용요법 임상 1상(시험명 IGNITE)을 승인 받고 오는 12월 첫 환자 투약을 앞두고 있다.
이번 병용 임상은 차가운 종양(Cold Tumor)을 뜨거운 종양(Hot Tumor)으로 바꾸는 전략이다. 면역 항암제가 단독으로 거의 효과를 보지 못하는 ‘콜드 튜머’인 전립선암에 포큐보타이드를 투여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면, 여기서 나온 단백질들이 면역 반응을 촉발시킨다. 이때 키트루다가 T세포의 반응을 극대화해 암을 공격하게 만드는 원리다.
김 대표는 “임상 이름을 ‘IGNITE(불을 붙이다)’로 지은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며 “포큐보타이드의 골수 독성이 낮다는 특징으로 인해 MSD 키트루다와 병용을 추진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셀비온은 국내 1상 이후 MSD와 함께 글로벌 임상을 신속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셀비온는 오는 12월 식약처에 조건부 허가를 신청하며 포큐보타이드 상용화에 속도를 낸다.
방사성 동위원소의 짧은 반감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문 즉시 생산하는 시스템 구축에도 나섰다. 셀비온은 포큐보타이드 상업화 이후 내년 하반기 흑자 전환을 목표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셀비온의 매출은 8억8400만원, 영업손실은 37억3500만원이다.
셀비온이 궁극적으로 그리는 그림은 글로벌 도약과도 맞닿아 있다. 이를 위한 핵심 전략은 세계 최초의 약을 만드는 ‘퍼스트-인-클래스’가 아닌 ‘패스트 팔로워’이자 ‘베스트-인-클래스(계열 내 최고 신약)’를 지향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우리 같은 바이오 벤처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퍼스트 인 클래스를 추구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며 “대신 노바티스 같은 글로벌 빅파마가 성공 가능성을 입증한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되, 기존 치료제를 압도하는 효능과 안전성으로 최고의 약물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셀비온의 목표는 ‘자체 역량으로 가치를 끌어올려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신약 개발의 부가가치는 최종 단계로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때문에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자’는 것이 우리의 철학”이라며 “포큐보타이드의 적응증을 확대하고, 더 강력한 알파(α) 치료제로 파이프라인을 확장해 전립선암 분야의 글로벌 리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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