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APEC 당일치기 유력…'李대통령 외교' 한계점 드러나나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입력 2025.10.12 06:05  수정 2025.10.12 06:05

李정부, '실용외교' 펼칠 공간 넓힐지 주목

APEC 쉽지 않다…미중 정상회동 성사될까

'경주선언' 상징성 퇴색 우려…골치 아픈 韓

'가교 국가' 기회…미북대화 모멘텀 생길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말 개최되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본행사에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 뒤, 본행사 전후로 당일치기 또는 1박 2일의 짧은 방한 일정을 검토하면서 본회의의 무게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APEC을 외교 성과 무대로 삼으려던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 구상에도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6일부터 아시아 순방에 나선 뒤 오는 29일 한국을 방문해 '당일치기' 또는 '1박 2일' 일정을 소화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방문하기 전 26~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후 27~29일 일본을 방문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아마 오는 29일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에 이틀간 머물 가능성이 높으나 당일치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한미·미중 정상회담을 가지고 짧은 일정 등을 소화한 뒤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10월 31일∼11월 1일)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예정했던 것과 관련해 "우리가 그것(미중 정상회담)을 할지 모르겠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그곳에 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미국 측이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하지 않은 만큼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예측불허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성향도 감안하면 길지 않은 방한 속 한미·미중 정상회담도 진행하지 않는다 해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1박 일정으로 경주에 체류하게 되면 정작 31일 개막하는 APEC 본행사에는 참석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결과적으로 경주 APEC 참석이 아니라 '스쳐가는 방문'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한국의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을 경우, 한미 정상회담이 형식적 수준의 약식 회동에 그치거나, 최악의 경우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안팎에선 APEC까지는 협상 진전이 쉽지 않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부 스스로 기대치를 낮추는 것은 이례적이다.


또 APEC 회원국들은 대부분 트럼프 대통령이 일으킨 관세 전쟁의 피해자라는 점에서 합의문서인 '경주 선언'이 도출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최소한의 공감대도 마련되지 못할 경우 의장성명만 나올 수도 있을뿐더러 트럼프 대통령이 본행사에 빠질 경우 '경주 선언'의 상징성도 희석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외교가 안팎에서 나온다.


한 전직 고위 외교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아시아 순방을 통해 관세 협상 성과를 높여야 하는데, 한국은 해당 사항이 크지 않아 방한에 큰 무게를 두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미국이 APEC 무대 참여를 통해 한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는 적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은 미중 정상회담이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에 더 우선을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시진핑 주석은 경주 회의 본행사 참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백이 중국에겐 미국발(發) 관세전쟁을 비판하고, 아시아 내 영향력을 과시할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정부는 시 주석의 경주 방문을 계기로 2014년 이후 11년 만의 국빈 방한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중국 측은 시 주석의 서울 방문 여부에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의전이 필요한 국빈 방문의 특성상 서울행이 전제되지 않으면 성사되기 어렵다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장으로 쓰이는 경북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HICO) 전경. ⓒ연합뉴스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참석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이 대통령의 '가교 국가' 전략을 본격적으로 선보일 기회는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단 미·중 정상이 경주 회동을 통해 '관세 전쟁'과 반도체·희토류 등 핵심 전략품목을 둘러싼 수출통제 문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사적 긴장 완화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국이 이 자리에서 실질적 타협점을 찾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중국이 최근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개발도상국 특혜 지위를 스스로 내려놓은 조치는 미국을 의식한 제스처에 가깝다는 평가도 있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분위기 조성용이란 해석이 적지 않다.


일각에선 미·중 간 대화 재개가 우리 외교에 숨통을 틔워줄 것이란 기대도 내놓지만, 정작 우리나라가 스스로 주도권을 쥔 사안은 아니라는 점에서 신중론이 고개를 든다.


미·중이 한반도나 첨단산업 문제를 협상의 카드로 활용할 경우, 오히려 우리의 외교적 입지는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APEC을 계기로 미북 대화 가능성이 지속해서 나오는 가운데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에서 진전 모멘텀을 만들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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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쟈뭉이 아양떨며 사기치는 모습 참 불쌍토다. 거짓의 대가가 무엇인지 이제 알아차려야하는데 머리가 돌이라 아직도 모른다. 그러니 쫓겨나지!
    2025.10.12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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