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조 부채에 짓눌리는데…역할 확대로 재정 부담 가중 우려 [위기의 LH-②]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입력 2025.10.01 06:00  수정 2025.10.01 06:02

‘연말 170조’ LH 부채…직접 시행으로 재무 구조 악화 불가피

부채 증가 우려…임대주택 사업 적자 해소 방안도 ‘안갯속’

“공공 분양 수익성 한계…미분양 리스크도 떠안는 부담까지”

ⓒ뉴시스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설립된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변화의 기로에 섰다. 지난 7일 발표된 ‘9.7 주택공급 대책’으로 그동안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해 수익을 올려 온 사업 구조가 직접 시행으로 전환되면서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의 적극적인 개혁 주문으로 조직도 개편될 처지에 놓였다. 160조원이 넘는 부채로 재정 부담이 큰 상황에서 역할과 조직의 변화라는 큰 파고를 맞은 LH가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로 삼을지 주목된다. LH의 위기와 기회, 변화와 개혁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9·7 대책으로 LH가 그동안의 택지매각 방식에서 탈피해 직접 시행에 나서기로 하면서 수도권 주택공급이 LH를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 LH의 역할이 증대되면서 재정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미 부채 규모가 160조원을 넘어 170조원을 향해 갈 정도로 LH의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인데 재무구조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1일 LH에 따르면 올해 말에는 LH의 부채 규모가 17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 규모가 160조1055억원(부채비율 217.69%)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 한 해 10조원 가량이 증가하는 셈이다.


LH의 ‘2025~2029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살펴보면 부채 규모는 올 연말에 170조1817억원을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쌓여 오는 2029년에는 261조9125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재무적 상황에서 LH가 직접 시행을 위한 충분한 역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의 시선이 짙어지고 있다. 지난달 7일 발표된 9·7 주택공급 대책의 핵심인 LH의 직접 시행은 공공 중심의 주택공급 확대와 LH 조직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그동안 LH는 저렴한 임대료로 임대주택을 공급·운영하고자 공공임대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택지를 민간에 판매해 발생하는 수익으로 메꾸는 교차보전 방식을 택해 왔다.


하지만 토지를 낮은 가격에 매입해 조성한 뒤 되팔아 수익을 확보하는 택지매각의 수익 구조 상 ‘땅 장사’라는 비판이 일면서 정부는 LH가 개발 주체로서 안정적인 주택공급을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역할을 재정립한단 계획이다.


공공 주도의 공급 방식이 상대적으로 부동산 시장 흐름에 영향을 받지 않고 진행될 수 있다는 점도 LH 직접 시행 필요성에 힘을 싣는 이유다.


ⓒ데일리안 DB

하지만 문제는 당장 택지매각을 중단함에 따라 이를 대체할 수익모델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에 있다. 이에 만성적인 적자를 내는 임대주택 사업을 지속하고 주택 공급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선 결국 정부 지원이 불가피하단 관측이 크다.


특히 사업비 회수 시점이 늦춰지는 만큼 부채 해소 속도도 더뎌질 것으로 예상된다. LH가 택지조성에 투입한 사업비를 매각을 통해 회수하는 데 통상 토지 보상 후 7년이 소요되는데 직접 시행으로 사업구조가 전환되면 분양 및 입주까지 회수 기간이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분양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LH가 공급하는 공공분양 주택의 분양가는 시세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어렵다”며 “분양 대금으로 사업비를 보완하는 데 한계가 있고 미분양이 발생하면 손실은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차보전에서 벗어나겠다고 했지만 뚜렷한 대체 수익 마련 방안도 나오지 않아 결국 정부의 재정지원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LH는 택지매각 중단과 직접 시행 전환으로 당장 재무구조 악화를 걱정해야 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기존에 매각했던 택지에 대한 중도금과 잔금이 남아 있기 때문에 당장 수익이 끊기는 것은 아니”라며 “총 부채의 40% 가량은 이자를 부담하지 않는 회계상 부채고 이자부담부채 중 절반을 상회하는 부채도 도시기금을 융자한 금액으로 상환기간이 긴 후순위 채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택지매각이 중단되는 대신 임대주택 효율적 관리와 운영을 통해 비용을 줄일 것”이라며 “최근 LH개혁위원회가 직접시행과 관련된 제도개선 방안 연구용역에 착수한 만큼 개혁위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이 도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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