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희끗한 머리에 야윈 모습으로 "보석되면 재판 협조" 호소(종합)

어윤수 기자 (taco@dailian.co.kr)

입력 2025.09.26 16:27  수정 2025.09.26 16:37

가슴에 수용번호 '3617'…쉰 목소리로 석방 요청

공소사실 모두 부인…"고의도 행위도 결과도 없어"

"박근혜 때도 이렇게 안 했다…유치하기 짝이 없어"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모습이 형사 법정에서 공개된 것은 지난 4월 내란 사건 재판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재구속 이후 줄곧 구치소에서 두문불출하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다소 야윈 모습으로 법정에 섰다. 특검이 기소한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도 구속 상태로는 재판에 나오기 어렵다며 직접 재판부에 석방을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백대현 부장판사)는 26일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 사건 첫 재판을 진행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35분께 서울구치소를 나와 오전 9시40분께 서울법원종합청사에 도착한 뒤 구치감에서 대기하다 법정에 들어섰다. 희끗한 짧은 머리에 정장 차림을 했지만 넥타이는 매지 않았다. 왼쪽 가슴에 수용번호 '3617'이 적힌 명찰을 달았고 살이 많이 빠진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재판부의 허가로 본격적인 재판 시작에 앞서 30초가량 촬영이 이뤄졌다. 이날 재판은 중계도 허용돼 개인정보 비식별화 과정 등을 거쳐 인터넷에 영상이 공개될 예정이다.


선고가 아닌 하급심 재판 과정이 중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들의 형사재판은 선고가 중계됐고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재판 전 법정 모습만 공개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추가 기소한 이 사건 5가지 공소사실 모두를 부인했다. 대체로 범죄의 사실 자체가 없거나 특검의 기소 자체가 위법이라는 취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에 대해선 "위법한 수사와 체포에 대한 경호처의 정당한 직무 집행이었다"고 반박했다.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위원 9명의 계엄 심의·의결권을 침해한 혐의에 대해선 "직권을 남용한 고의와 행위가 없었고 따라서 결과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계엄선포문을 사후에 허위로 만들고 이후 폐기한 혐의는 "문서를 만들어 사후에 정당성을 꾸며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계엄 이후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외신에 허위 사실이 담긴 공보를 지시한 혐의는 "국제사회에 불필요한 우려를 줄이고 대한민국 헌정 시스템이 정상 작동 중임을 알려야 했다"고 반박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사진공동취재단

재판부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두 차례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오는 10월10일 두 번째 공판기일을 연 뒤 같은 달 17일, 21일, 31일까지 10월 중 4차례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 첫 재판이 끝난 직후 점심시간도 없이 윤 전 대통령 측이 청구한 보석에 대한 심문이 이어졌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주로 건강 악화와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들며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약 20분간 보석 필요성을 호소하기도 했다. 쉰 목소리를 입을 뗀 윤 전 대통령은 "1.8평짜리 방 안에서 서바이벌(survival·생존) 자체가 힘들다"며 "지금 기소된 것만 해도 주 4~5일은 재판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건강이 당장 숨도 못 쉴 정도로 위급한 상태는 아니지만 여기 나오는 것 자체가 보통 일이 아니"라며 "집도 가깝고 하니 보석을 해주면 운동도 좀 하고 당뇨식도 하면서 사법절차에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특검을 향한 불만의 목소리도 냈다. 윤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 당시 제가 중앙지검장이었는데 그때는 지금처럼 검사 120명, 수사관 600명씩 이렇게 안 했다"며 "지금 200명 가까운 검사가 저한테 붙어서 오만 것 가지고 기소하는데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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