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슬로우푸드’ 두부의 진화…풀무원, 규제 넘어선 지속가능 경영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5.09.29 08:00  수정 2025.09.29 08:00

조연에서 주연으로…식탁의 중심에 선 두부

하루 30만모 생산, 국내 최대 자동화 공정 가동

‘당일 입고·출고’로 전국 3시간 내 신선 배송

탄소·용수 절감 앞장선 ESG 경영, 업계 선도

풀무원 충북 음성 두부 공장 전경.ⓒ풀무원

“두부를 만드는 데 이보다 더 많은 공을 들일 순 없다.”


고소한 풍미로 한국인의 밥상을 책임져 온 단백질의 정석 ‘두부’. 한때 두부는 보글보글 끓는 찌개 속 부속 재료 정도에 불과했다. 한국인 밥상에는 늘 빠지지 않았지만, 주연이 아닌 조연 같은 존재였다. 담백한 탓에 매일 식탁에 올랐으나 중심 자리를 꾀하진 못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두부가 식탁 위 핵심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현대인의 건강과 식습관의 변화가 맞물리면서, 단순한 재료가 아닌 한 끼를 책임지는 주식으로 자리 잡았다. 전통 두부에서 벗어나 두부텐더에 두부면까지 다양하고 새로운 제품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그 중심에 바로 ‘풀무원’이 있다. 생계형적합업종 이라는 정부의 규제와 치열한 경쟁, 원가 상승이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시장을 리드해 온 기업이다. 풀무원은 두부 제조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제품군을 넓히며, 두부의 무한한 가능성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기자는 풀무원의 대표 제품이 탄생하는 핵심 생산기지를 보기 위해 충청북도를 찾았다. 풀무원의 뿌리는 두부와 콩나물에 있다. 특히 두부는 가장 자신 있는 제품군이다. 1984년 작은 두부 제조회사로 출발한 풀무원은 지난해 기준 매출 3조원에 육박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풀무원 음성두부공장 갤러리에 풀무원 두부 제품이 진열돼 있다.ⓒ임유정 기자
◇ 한국인 밥상 책임지는 전초기지로 ‘우뚝’


지난 25일 기자가 방문한 충청북도 음성군에 위치한 풀무원 음성두부공장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큰 규모를 자랑했다. 음성공장은 지난 2003년 제1의 생산기지로 준공됐다. 풀무원은 충북 음성·강원 춘천·경남 의령 등 3곳에 두부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음성공장은 이 중 최대 규모다.


1·2 공장동으로 이뤄진 음성 두부 공장에서는 국산두부와 소가두부, 충진두부 등을 만든다. 생산 규모는 하루 최대 30만모다. 준공 당시 국내 최대 자동화 생산설비를 갖추면서 시장의 흐름을 바꿨고, 2006년에는 2공장동을 증설하면서 생산량을 본격 확대했다.


두부는 겉보기엔 단순해도, 한 모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긴 여정이 필요한 ‘슬로우 푸드’다. 콩을 고르고, 갈고, 굳히는 과정에는 ‘시간과 정성’이 뒤따른다. 선별된 콩을 가져와 침지하고, 가공한 뒤 두유를 만들어 하나의 두부 단위 제품이 완성되기까지 약 48시간이 소요된다.


풀무원의 두부 생산은 전자동화로 진행된다. 콩의 크기와 수분 함량 등 엄격한 기준으로 선별된 콩은 3차 세척 후 콩의 상태에 따라 12시간 이상 불려진다. 이후 영양소 보존을 위해 전통 맷돌 방식으로 콩을 갈아 고온 가열 과정을 거친 후 두유와 비지로 분리한다.


이후 걸러진 맑은 두유는 천일염에서 추출한 간수로 응고한다. 파이프로 두유와 응고제를 빠르게 혼합하는 공정을 거친다. 응고된 순두부가 판두부까지 변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시간 가량이 걸린다.


다음으로 두부는 뜨거운 상태 그대로 응고한 후 잘 엉겨있는 제형을 파쇄기로 쪼개는 작업을 거친다. 이때 찌개용, 부침용 등 두부의 용도에 따라 수분을 조절해 입자 크기를 각기 다르게 하는 게 포인트다. 쪼갠 두부는 다시 프레스 압력을 가해 표면을 고르게 다듬는다.


포장된 두부는 두 차례에 걸쳐 이물검사와 보존제 없는 살균 과정, 화상 검사를 거친다. 저온 숙성과 5℃ 이하 온도를 유지하는 콜드체인 유통 시스템으로 냉장차량의 온도까지 철저하게 관리해 고객을 만날 때 까지 최상의 신선함을 유지한다.


풀무원 음성 물류센터에서 제품이 출고되는 모습.ⓒ임유정 기자

만들어진 제품은 인근 물류센터로 이동된다. 공장 5분 거리에 위치한 풀무원 음성 물류센터는 전국 배송을 책임지는 핵심 거점이다.


수도권의 양지·용인 물류센터와 함께 전국을 3시간 이내로 연결하는 전략적 입지에 위치해, 신속하게 매장까지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당일 입고, 당일 출고'를 원칙으로 하는 음성 물류센터는 연면적 4만2000㎡ 규모의 3층 구조로 운영된다. 식품이 녹거나 변질되지 않도록 입고부터 보관, 출고까지 전 공정을 냉장 및 냉동 상태로 관리한다.


수천 개의 제품이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정확하게 움직이는 풀무원의 최첨단 자동화 분류 시스템은 전국 각지 매장으로 신선한 제품을 빠르게 전달하는 핵심 동력이다. 공장별로 입고된 제품은 자동화 시스템을 거쳐 단계별로 분류되고 제품의 조립 및 패키징은 3층에서 이뤄진다.


풀무원이 지난 2013년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가스보일러에서 교체한 우드팰릿보일러로의 모습.ⓒ풀무원
◇ ESG 경영 선도…공장 전체 에너지 39.4% 신재생에너지 대체


풀무원은 이 시장에서의 1등 기업 타이틀 답게,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경영도 선도하고 있다. 풀무원 음성 두부 사업장은 지난해 기준 공장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39.4%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했다.


충북 공장에서는 탄소 배출 저감과 자원 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우드펠릿 보일러를 사용하고, 두부를 만드는 과정에서 용수 절약과 부산물인 비지 재활용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두부를 만들 때나 포장 후 고온살균 하는 작업에서 고열이 필요한데, 지난 2013년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가스보일러에서 우드팰릿보일러로 교체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우드펠릿 보일러를 설치한 후 현재까지 온실가스 배출권 9076톤을 거래했다.


용수절약에도 힘쓰고 있다. 보통 식품 기업은 위생 관리를 위해 물을 많이 사용한다. 가령 콩을 불리고 세 번 세척하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세척수가 필요하다. 이때 풀무원은 3차 세척수만 새 물로 사용해 물을 절약하고 있다.


또한 용수 절약을 위해 두부 만드는 과정을 변경하기도 했다. 원래는 전통 방식대로 네모난 판모틀을 썼는데, 세척수가 많이 드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따라 기계 성형을 도입, 응고된 두부가 기다란 바 형태로 만들어지도록 바꾸면서 용수 사용을 기존의 3분의 1로 줄였다.


특히 풀무원은 친환경 포장 원칙 5R을 기반으로 ▲신재 플라스틱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플라스틱 절감’ ▲친환경 재활용 기술을 적극 개발하여 활용하는 ‘자원 순환 강화’ ▲친환경 포장 정책의 신속한 확산과 시너지를 위한 ‘파트너십 강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풀무원은 향후에도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전 공장에 표준화된 환경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 사용량 ▲용수 사용량 및 재이용량 등 관리 항목을 공개하는 등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 개선하고 있기도 하다.


풀무원 관계자는 “풀무원 두부 제품 포장 용기 무게 감량은 물론 떡볶이 제품 포장 용기를 종이 소재로 전환해 신재 플라스틱 사용량을 절감했다”며 “배송 역시 지난 2023년부터 식품업계 최초로 물류 현장에 수소 전기트럭 2대(대형)를 도입해 운영 중이고, 향후에도 이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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