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믹기술원, 차세대 ‘친환경 석유’ 미래 앞장…연구성과 공개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입력 2025.09.26 10:13  수정 2025.09.26 10:15

반추동물 유래 혐기균의 탄소 연장 기작 규명 과정. ⓒ한국세라믹기술원

국제 공동연구팀이 소의 위(胃)에서 발견한 미생물이 만들어 내는 중쇄 유기산을 석유계 연료로 전환시킬 수 있는 원리를 밝혀냈다.


전병승 한국세라믹기술원, 김언정 농림축산검역본부 선임연구원, 김경진 경북대 교수, 상병인 한양대 교수, Largus T. Angenent 독일 튀빙겐대 교수로 구성된 연구팀은 26일 이같이 밝혔다.


이 미생물은 기존과 달리 발레르산, 카프로산, 헵탄산, 옥탄산 등 탄소 사슬 길이가 5~8개인 ‘중쇄 유기산’을 효율적으로 만들어낸다.


중쇄 유기산은 석유 기반 연료로 전환될 수 있어, 앞으로 바이오 연료나 친환경 화학소재의 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기존에는 이같은 물질을 석유에서 추출하거나 화학적으로 합성했지만 이번 연구로 미생물 발효만으로도 대체 가능성이 입증된 셈이다.


연구진은 이 미생물이 짧은 탄소 분자를 두 개씩 이어붙여 더 긴 탄소 사슬을 만드는 ‘역 β-산화(reverse β-oxidation)’ 대사 경로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시 말해, 작은 레고 블록을 차례대로 연결해 더 큰 구조물을 만드는 원리와 비슷하다.


연구팀은 유전체·대사체·전사체를 모두 분석하는 오믹스 기법과 단백질 구조분석을 활용해 이 미생물의 특징을 정밀하게 규명했다. 그 과정에서 어떤 효소 내 특정 아미노산 위치가 생산되는 유기산 길이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해당 위치를 바꾸면 생산되는 연료의 특성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실험으로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효소의 아미노산을 암호화하는 DNA 염기서열을 ‘지문’처럼 활용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덕분에 음식물 쓰레기나 농업 부산물 같은 다양한 유기성 폐자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석유와 유사한 연료를 잘 만들어내는 미생물을 빠르게 선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기술을 향후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 연료·화학소재 생산 공정을 한층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병승 세라믹기술원 박사는 “반추동물의 위에서 자라는 미생물이 농업과 화학 산업에 동시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상병인 한양대 교수는 “산업적으로 중요한 중쇄 유기산을 바이오 기반으로 생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크게 넓혔다”며 “향후 화석연료 생산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해법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소의 위에서 발견한 미생물이 산업 현장에 적용 가능한 친환경 연료 생산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으로 이 미생물에 대한 후속 연구와 기술개발이 이어진다면,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화학 소재 생산 체제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고 한국연구재단에서 추진하는 바이오 의료기술 개발사업과 선도연구센터(ERC)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했다. 국제학술지 2025년 9월 ‘어드밴스드 사이언스’에 게재됐으며, 상용화를 위한 후속 연구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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