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양향자 "李정부, 첨단산업 관심없다…반기업·친노동만 매달려"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입력 2025.09.23 04:15  수정 2025.09.23 05:26

데일리안 '산업코리아 생존전략' 기획

"첨단 산업 육성을 국정 최우선 여기지 않아

반도체가 협상 전략인데도 활용방법 모른다

약속했었던 친기업 중도실용 철학 지켜라"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기업인들이 유독 어려운 상황이다. 기술의 판도가 재편되면서 국내외 경영환경도 빠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AI 시대의 급물살이 몰아치는 와중, 중국은 제조업에서,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관세를 앞세워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뛰어난 몰입도와 강한 집념을 보여준 창업주 세대가 저물고 2·3대로 승계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강점인 기업가정신이 빛을 잃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한국은 글로벌 기업가정신 순위는 올랐지만, 과도한 규제와 경직된 노동 시장 등 문제로 자원 투입이 충분한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데일리안이 기업인과 정치인 그 중간 지점에 있는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을 찾은 이유다.


국민의힘에서 큰 핸디캡을 갖고 8·22 전당대회에 도전한 이가 양 최고위원이다. 고졸 출신 삼성전자 임원의 기록을 세운 뒤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낸 그는 국민의힘에 입성한 지 넉 달 만에 3위(10만3957표)로 최고위원에 당선되는 저력을 발휘했다.


지난 2016년, 양 최고위원이 정치권에 발을 들인 계기는 명료했다. 국민과 나라를 사랑하고, 이념을 떠난 기업과 실용이라는 가치에 자신을 투영했던 그는, 더 많은 사람이 보다 큰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경제 철학을 펼칠 발판이 필요했다.


양향자 최고위원이 진단하는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 현황은 반기업·친노동정책이다. 양 최고위원은 "정부·여당의 지금 독주가 맞는 것이냐, 대한민국의 미래, 즉 정치의 미래, 경제의 미래, 법치의 미래를 위해 옳은 것이냐"라고 물으며 "투쟁이 잦아드는 대로 정부·여당의 산업 정책을 견제할 수 있는 대안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Q1.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났다. 현 정부의 경제 행보 어떻게 보나.

"한국보다 3배 작은 대만이 20년 만에 1인당 GDP로 한국을 넘어섰다. 경제성장률이 무려 8%이다. TSMC라는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반도체보다 매출이 30조 더 나오는 회사이다. 이 시대 경제는 결국 첨단 산업이다. 국정 최우선 순위를 첨단 산업에 두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나? 야당 탄압, 법원 장악, 검찰 해체, 반기업·친노동에 매달리고 있다."


Q2. 현 정부 산업 정책 가운데 가장 문제점은 무엇인가.

"첨단 산업 육성을 국정 최우선으로 여기지 않는 것, 그 자체이다. 여당의 잘못도 크다. 첨단 산업에 관심이 없다. 얼마 전 정청래 당대표가 평택 삼성반도체 캠퍼스를 방문했다. 그런데 준비도, 공부도 하나도 안돼 있었다. 반도체 특별법 시즌2 빨리 통과시키겠다, 그거만 얘기하고 갔다. 쇼라는 얘기를 들을만 하다. 그래도 그 법이라도 통과시키면 다행이다. 반도체 특별법 시즌1은 2022년 내가 발의해서 당시 민주당 의원 한 명 한 명 설득해서 통과시킨 법이다. 그때 민주당 의원 대부분은 대기업 특혜법이라며 반대했다. 규제 개혁·기술 보호·인력 확보·에너지 정책 등 정부·여당이 할 일이 태산이다."


Q3.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와 의약품에 대한 높은 관세를 예고하면서 고강도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대해 특별한 레버리지를 못 찾고 있다. 반도체가 협상에 큰 힘이자 전략이 될 수 있지만, 활용할 방법을 모른다. 트럼프가 가장 두려워하고 부러워하는 것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다. 3500억 달러 대미 투자가 거론되었다는 건 정부가 협상 무기를 사실상 다 쓴 것이다. 그러고도 미국에 끌려다니고 있다. 안타깝다."


Q4. 국민의힘의 관련 정책, TF 상황은 어떤가.

"지금 국민의힘은 산업 관련 정책 대안이나 TF를 운영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그것도 참 안타깝다. 의석수 때문에 더 센 상법과 노란봉투법과 같은 반기업 입법도 저지하지 못하는 처지다. 유능한 경제 정당을 만들겠다며 당원을 설득하고 당선이 되었는데, 대여 투쟁이 급하니 거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투쟁이 잦아드는 대로 정부·여당의 산업 정책을 견제할 수 있는 대안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Q5. 추석 연휴 밥상 화두는 무엇이 될 것 같나. 국민의힘은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둬야 하나.

"추석 때 국민들은 정치 얘기하지 마시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내셨으면 하는 바람이다.(웃음) 다만, 지금 정부·여당의 독주가 맞는 것이냐, 대한민국의 미래, 즉 정치의 미래, 경제의 미래, 법치의 미래를 위해 옳은 것이냐를 한 번씩만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


Q6.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한 전략은 어떻게 마련되어야 하나.

"무엇보다 계엄프레임을 빨리 벗어나야 한다. 이 프레임은 민주당이 무조건 유리한 전장이다. 최대한 빨리, 중도에 어필할 수 있는 정책·인물·메시지를 수립하고 일사불란하게 중도층을 공략해야 한다."


Q7. 민주당은 당의 텃밭인 호남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광주 국가 인공지능 컴퓨팅 센터 설치를 비롯해 국립 의대 설립 등을 들고 나왔다. 이에 대한 실효성은.

"실효성은 철학이 담보돼야 한다. 그래야 우선순위가 높아지고 실행력이 생긴다. 그러나 현재 정부·여당의 호남 경제에 대한 철학이 잘 보이지 않는다. 내가 민주당에 있으면서 호남발전 특위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는 것을 수도 없이 봤지 않았겠나."


Q8. 마지막으로, 이재명 정부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두 가지다. 모두 이재명 대통령이 매우 강력하게 약속한 것이다. 하나는 친기업 중도실용 철학을 지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상대 진영을 적으로 보고 죽이려는 정치 안 하는 것이다. 두 가지 대표 약속, 지금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 두 가지 약속만 지켜도 많은 기업인이 안심할 것이고, 많은 국민이 정치를 믿고 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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