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본 관련 자해적 댓글문화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5.09.20 07:07  수정 2025.09.20 07:07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우리 댓글문화가 과도하게 자해적으로 발전(?)하는 경향이 있다. 아시아 국가들 관련 댓글에서 그런 성격이 많이 나타나는데 중국, 일본 관련 기사에 특히 심하다. 과거엔 일본 관련 기사에 악플이 심했고 동남아 기사엔 차별적 발언들이 보였었다. 요즘은 중국에 대한 부정적 글들이 많고 일본이 그 뒤를 따른다.


이게 문제인 이유는 우리가 충분히 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댓글문화엔 사회적 감정 배설의 성격이 있어서 여러 부정적인 정서가 댓글로 쏟아지곤 한다. 그런데 우리는 다른 나라를 상대로 날것의 감정을 자유롭게 터뜨려도 될 정도의 위상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그렇다는 것은 우리가 물건 파는 판매자의 입장이라는 얘기다. 다른 나라 국민들은 우리에게 시장, 즉 잠재적 소비자에 해당한다. 세상에 어떤 판매자가 소비자들을 상대로 감정을 터뜨리나.


우리는 러시아처럼 자원이 풍부해 유아독존할 수 있는 형편도 못 된다. 해외 시장에 대한 의존도도 높지만 해외 자원에 대한 의존도도 매우 높다. 그러니 더욱 다른 나라의 눈치를 봐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 댓글창을 보면 누리꾼들이 마치 다른 나라에 아무런 아쉬운 게 없는 사람들처럼 그야말로 ‘호탕’하게 적대적 감정을 표출한다. 그런 날선 말들이 결국 우리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중국이 우리에게 매우 위협적인 건 맞다. 일부 중국 누리꾼들의 문화침탈, 역사왜곡 등은 아주 심각하다. 일본 우익의 혐한도 도를 넘었다. 그런 잘못된 부분에 대해 이성적으로 논박하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중국, 일본 등을 싸잡아 증오를 배설하는 것이 문제다. 동남아 국가에 대한 차별적 발언도 과거보다는 줄었지만 요즘도 불쑥불쑥 나타난다.


이런 댓글을 우리들끼리의 이야기라고만 할 수 없는 것은 이런 내용들이 번역 돼서 해외로 퍼지기 때문이다. 그런 증오나 혐오의 내용을 접하면 혐한 감정이 없던 사람이더라도 한국에 부정적 인식이 생길 것이다.


한국에 부정적인 내용을 담은 기사에 반발하는 댓글이 많은 건 당연한데, 우호적인 내용인데도 악플로 뒤덮이는 게 황당하다. 최근 중국의 일부 젊은이들이 우리 서울을 좋게 이야기한다는 기사가 한국에서 화제가 됐었다. 이건 우호적인 내용이었는데도 비난 댓글이 가득했다. 그런 반응들이 혐한 세력을 더 키울 것이다. 일본에서 재난이 터졌을 때 ‘잘 됐다’는 식의 반응이 많이 나오는데 그것도 대표적인 자해적 행동이다. 유튜브에서 일본의 한류팬들을 조롱하는 목소리도 그렇다.


부정적인 감정을 시원하게 배설한다고 우리나라가 당당해지는 것이 아니다. 다른 나라 눈치를 안 봐도 될 정도로 강해져야만 한다. 감정배설할 에너지를 우리 힘을 기르는 데 써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의 기술과 문화를 발전시키고 성숙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잠재적 고객이 있는 시장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자극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우리 SNS 문화에선 중국과 일본을 조롱하는 게 유행이다. 이른바 ‘국뽕’ 트렌드가 인기를 끌면서 타국 조롱이 더 심각해졌다. 그런 흐름은 결국 타국민의 반발을 초래해 우리 해외 시장을 협소하게 만들 것이다.


타국의 위협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은 자강이다. 무작정 부정적 감정을 난사할 것이 아니라 그런 감정을 안으로 갈무리하고 냉정하게 힘을 길러야 한다. 감정배설은 손해를 초래하지만 우호 정서를 키워 시장을 늘리면 국익으로 돌아온다. 근본적으로, 우리가 판매자 입장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시장을 넓힐 판매자가 잠재적 고객들에게 어떻게 대할까? 뜨거운 감정보단 냉정한 대처가 필요하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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