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 부인하며 수사 협조 의지 없다고 보고 발빠른 조치
이날 오후 권성동 의원 소환…구속 후 첫 조사
국민의힘 당사 압수수색…당원 명부 확보 재시도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한학자 통일교(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가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은 지 하루 만에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 총재가 조사에서 혐의를 대부분 부인해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봤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상진 특검보는 이날 서울 중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서 브리핑을 통해 "한 총재 및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한 총재가 구속 기로에 놓인 것은 2012년 9월 총재직에 오른 이래 처음이다. 특검팀은 한 총재가 대면조사에서 혐의를 대체로 부인하는 등 수사에 협조할 의지가 없다고 보고 발빠른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 총재는 특검팀 출석 요구에 세 차례 불응 끝에 전날 오전 9시46분께 특검팀 사무실에 자진 출석했다. 한 총재 측은 그간 심장 시술에 따른 건강상 문제를 이유로 소환에 불응해왔으나 자진 출석 약속을 지키기 위한 차원에서 조사에 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자진 출석은 특검팀과 사전 조율된 일정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권성동 의원에 대한 구속 여부 결정을 지켜본 후 임의로 자신이 원하는 출석 일자를 택해 나왔다고 보고 세 번의 소환 불응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특검팀이 법원에 청구한 영장에 적시된 한 총재의 혐의는 '건진법사·통일교 청탁 의혹'과 관련한 정치자금법 위반과 청탁금지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업무상 횡령 등으로 알려졌다.
한 총재는 2022년 4∼7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와 샤넬백 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혐의를 받는다. 청탁 내용은 ▲국제연합(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YTN 인수 ▲교육부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으로 알려졌다.
같은 혐의로 먼저 재판에 넘겨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공소장에는 통일교 측이 한 총재의 뜻에 따라 국가가 운영돼야 한다는 '정교일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여러 현안을 청탁했단 내용이 담겼다.
한 총재는 윤 전 본부장과 공모해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한 혐의도 받는다.
이와 관련해 권 의원은 지난 16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2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권 의원을 구속 후 처음으로 소환해 조사 중이다.
특검팀은 이날 여의도에 있는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수사관 등을 보내 당원 가입 명부 확보에도 나섰다. 통일교 교인들의 무더기 입당 의혹과 관련해 한 달 만에 이뤄진 압수수색 재시도다. 이번 압수수색에는 국민의힘 당원명부 데이터베이스(DB) 관리업체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3월 치러진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건진법사' 전씨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권 의원을 당대표로 만들기 위해 통일교 교인들을 대거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시켰단 의혹을 수사 중이다.
특검팀은 이러한 계획을 2022년 11월 초순 김 여사가 전씨를 통해 윤 전 본부장에게 요청했다고 보고 있다. 특검팀은 해당 의혹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 사이 당원 명단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특검팀은 지난달 13일과 18일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국민의힘 측의 반발로 무산됐다. 국민의힘은 특검이 대규모 개인정보를 강탈하려 한다며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날 한 총재와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씨는 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인 천무원 부원장이자 한 총재의 전 비서실장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윤 전 본부장, 한 총재와 공모해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한 총재와 정 전 실장의 구속 심사는 다음주 초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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