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가 쓴 케이팝 새 역사, ‘그래미’ 수상 레이스까지 이어갈까 [D:가요 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09.10 09:08  수정 2025.09.10 09:08

블랙핑크 로제가 케이팝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MTV Video Music Awards, 이하 MTV VMA)에서 팝 가수 브루노 마스와 협업한 솔로곡 ‘아파트’(APT.)로 대상 격인 ‘올해의 노래’ 부문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2021년 방탄소년단도 뚫지 못했던 벽을, 로제가 뚫은 셈이다.


ⓒ뉴시스

그간 케이팝 아티스트들이 팬덤의 막강한 영향력을 기반으로 해당 시상식에서 ‘베스트 케이팝’이나 ‘베스트 팬’과 같은 부문에서 수상한 사례는 있었지만, 장르의 구분 없이 모든 팝스타와 경쟁하는 주요 본상, 특히 대상 격인 ‘올해의 노래’를 수상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이는 케이팝이 이제 특정 팬덤의 지지를 넘어 전 세계 대중과 평단의 보편적인 인정을 받는 음악적 성취와 대중성을 모두 확보했음을 공식적으로 공인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사실 K-콘텐츠는 지난 몇 년간 세계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연이어 내왔다. 2020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거머쥐며 세계를 놀라게 했고, 2022년에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작품상을 포함해 4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공연계에서도 박천휴 작가의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 6관왕을 차지하는 등 영화, 드라마, 공연을 막론하고 K-콘텐츠의 위상은 날로 높아졌다.


하지만 유독 케이팝은 세계적인 신드롬과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최고 권위의 시상식에서는 번번이 고배를 마시며 아쉬움을 남긴 것이 사실이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에서 대상 격인 ‘올해의 아티스트’를, ‘빌보드 뮤직 어워드’(BBMA)에서도 꾸준히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케이팝의 위상을 높였지만, 대중음악계 최고 권위로 꼽히는 그래미 어워드에선 후보에 3년 연속 올랐지만 수상으론 이어지지 않으며 보이지 않는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로제의 이번 수상은 케이팝의 오랜 숙제를 풀어내는 결정적인 전환점이자,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로제의 솔로곡 ‘아파트’는 발매 직후부터 독특한 음악적 시도와 깊이 있는 메시지로 전 세계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으며,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도 최상위권에 오르는 등 대중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팬덤의 힘을 넘어 음악 그 자체의 힘으로 얻어낸 성과였기에 이번 수상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이번 수상은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그래미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단 노미네이트 자체는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의 대중문화 시상식 예측 매체인 골드더비에 따르면 ‘아파트’는 그래미 어워드 대상 중 하나인 ‘올해의 레코드’ 부문 5위, ‘올해의 노래’ 부문 7위로 관측되고 있다. 또 ‘올해의 신인’ 부문에선 로제가 8위에 랭크돼있다.


로제는 물론, 케이팝의 수상 가능성이 커졌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수록곡 ‘골든’(Golden)이 유력한 ‘최우수 영화 주제가상’(Best Song Written for Visual Media)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이라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로제가 쏘아올린 신호탄을 시작으로 ‘케더헌’의 열기까지 더해져 케이팝이 세계 권위의 시상식에서 본격적인 수상 레이스를 펼치며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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