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 접목 시킨 골프 이론, 프로와 아마추어 지침서
선수 생활 20년간 기록한 일지 바탕으로 노하우 담아내
강지만 프로.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프로 골퍼 강지만은 2006년 신한동해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따내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대회에서 우승 경쟁을 벌였던 선수는 한국 남자 골프의 전설이 최경주, 그리고 직전해 US 오픈에서 정상을 밟았던 마이클 캠벨(뉴질랜드) 등 쟁쟁한 이들이다.
3라운드서 공동 선두로 올라섰던 강지만은 최종 라운드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고, 캠벨과 최경주의 거센 추격에도 보기 없이 6타를 더 줄이며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나이 마흔이 된 2015년에는 돌연 일본행을 선언, 4년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 출전하며 경쟁력을 이어나갔다. 프로 통산 우승은 한 차례에 불과하지만, 강지만은 늘 도전 정신을 마음에 품고 있었고 새 길로 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50세가 된 지금은 골프채를 내려놓았지만 골프에 대한 열정은 그대로이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바로 골프 관련 이론 서적의 집필이다. 현역 시절 골프 일지 작성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강지만은 자신이 적어뒀던 글들과 경험, 그리고 전문 이론 등을 바탕으로 책을 출간했다.
‘공이 안 맞을 때 꺼내보는 골프책’을 쓴 강지만의 이야기를 직접 듣기 위해 서울 동대문구에서 만남을 가졌다.
강지만 프로.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Q : ‘공이 안 맞을 때 꺼내보는 골프책’이라는 제목이 매우 직관적이다. 책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강지만 : 20년 전 골프 선수로 성공하면 꼭 책을 쓰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다. 사실 쓰고 싶었던 책은 자서전이었는데 선수로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해 그건 무리라고 판단했다. 대신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실용적인 책을 만들자 했고,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오상민 작가의 도움을 받아 책을 출간하게 됐다.
골프 이론을 다루게 되면 자칫 지루해질 수 있고 내용도 딱딱해진다. 독자 입장에서 너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도록 편집했다. 예전에 밥 로텔리가 쓴 골프 이론 서적을 아주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공이 안 맞을 때 꺼내보는 골프책’도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Q : 선수 생활을 하며 20년간 골프 일지를 작성했다. 최근 프로 선수들을 만나 물어보면 실제로 일기를 쓰는 선수들이 상당하다. 일기가 선수 경기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강지만 : 오늘 있었던 일들과 경기를 치르며 느꼈던 감정, 훈련했던 점들을 적어두면 다음에 같은 상황과 마주했을 때 리마인드를 할 수 있다. 좋았던 부분은 계속 좋아지게 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점들은 개선해 나갈 수 있는 것 같다.
Q : 이 책은 아마추어 골퍼뿐 아니라 프로 선수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 했다.
강지만 : 골프 실력에 상관없이 모든 레벨의 눈높이에 맞춰 나온 책은 아마도 처음일 것이다. 특히 프로 선수들의 경우 이론 공부를 하는 이들이 거의 없다. 선수들은 어릴 적부터 운동에만 집중을 했고 이론을 배울 기회를 접하지 못했다. 레슨을 받으면 실력이 늘 듯 이론을 알고 원리를 깨우치면 골프를 더 잘 칠 수 있다. 이 책에는 운동을 하며 나타나는 문제점,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노하우 등이 담겨있다.
강지만 프로.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Q : 골프에 뇌 과학을 접목시킨 점도 눈에 띈다.
강지만 : 야구나 축구 종목에서는 이미 뇌 과학을 접목시키고 있는데 골프 쪽은 없다. 골프야 말로 멘탈 스포츠이기 때문에 심리학을 필요로 하고 그 원리는 결국 뇌 과학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뇌 과학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인용했다.
Q : 아마추어 골퍼들의 이야기도 해보자. 모든 골퍼들의 고민은 ‘골프를 잘 치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는다’이다.
강지만 : 프로와 아마추어의 가장 큰 차이는 역시나 스윙이다. 스윙의 궤도, 리듬이 아예 다르다. 실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역시나 레슨을 받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그게 아니라면 몸을 유연하게 만드는 스트레칭도 수시로 해주면 좋다. 회전의 종목인 골프 또한 신체의 유연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캐디를 경험해보는 것도 아주 좋다. 맨투맨으로 붙어 프로들은 이런 상황에서 어떤 클럽을 잡고 어떻게 치는구나를 바로 배울 수 있다. 다만 캐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적이라는 게 단점 아닌 단점이다. KPGA 투어나 KLPGA 투어 대회장을 찾아 선수와 캐디가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선수가 어떻게 치는지 지켜보는 것도 큰 공부가 된다.
Q : 아마추어들에게 연습은 많이 할수록 좋은가, 레슨도 꼭 필요한지 궁금하다.
강지만 : 책의 내용이기도 하다. 연습을 많이 하면 당연히 실력이 향상되지만 엉뚱한 방향으로 연습하고 있다면 오히려 더 손해다. 가령 잘못된 스윙으로 하루 종일 연습하면 오히려 더 나빠질 수 있다. 레슨은 이를 잡아주는 도구다.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이들에게는 원 포인트 레슨을 추천한다. 유튜브 등을 보며 스윙 연습을 하면 99% 틀린 방향으로 간다. 거기 나오는 분들이 내 스윙을 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정 여유가 되지 않는다면 본인의 스윙을 카메라로 촬영해 유튜브 영상과 비교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Q :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린다.
강지만 : 스윙 궤도와 그립이다. 일단 그립이 좋지 않으면 좋은 스윙도 나올 수가 없다. 최경주 프로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골프채가 내 몸과 붙어있는 부분은 두 손이다. 골프채와 손의 연결이 잘 잡혀 있지 않으면 좋은 스윙을 할 수 없다’라고 말이다.
아마추어를 가르칠 때에도 그립부터 봤다. 그립을 뜯어 고치고 이후 스윙 궤도를 교정해준다면 최소한 공은 보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기본 요소 두 가지이며, 이게 된다면 골프가 재밌어진다.
강지만 프로.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Q : 선수 시절 이야기도 궁금하다. 어떻게 골프를 시작하게 됐나.
강지만 : 중학교 때 잠시 방황하던 때가 있었다. 당시 고모와 작은아버지가 프로 선수였는데 아버지께서 골프를 배워보라 하셨다. 바로 골프에 빠져들었고 무엇보다 내가 무언가를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라 선수까지 하게 됐다.
사실 골프에 재능은 크게 없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쇼트게임을 잘하기 위해서는 손이 부드럽고 좋은 손을 가져야 한다고 하는데 그것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나는 노력형 골퍼였다.
첫 우승이었던 ‘신한동해오픈’도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당시 밥 먹고 잠자는 시간 외에는 퍼팅 연습에만 매진했다. 심지어 숙소에서도 공을 굴렸다. 결국 대회 기간 내내 2~3m짜리 퍼팅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고, 퍼팅 덕에 우승을 했다.
Q : 최근 KPGA 투어를 보면 40대 이후에도 현역 생활을 유지하는 선수들이 상당히 많다. 강지만 프로 또한 선수 생활을 길게 이어갔다. 특별한 관리 비법이 있었다면?
강지만 : 롱런을 펼치면서 성적까지 내는 선수들은 피지컬보다 멘탈 쪽이 확실히 강하다. 지금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강경남, 박상현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생각 자체가 다르다. 당연히 좋은 몸을 갖고 관리도 해야 하지만 어떻게 하면 탑 플레이어로서의 마인드를 가져야 하는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그게 대성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2006년 신한동해오픈을 우승한 강지만. ⓒ KPGA
Q : 이번에 책을 발간하는데 오상민 작가와 박태성 사진기자, 둘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이들에게 한 말씀 부탁 드린다.
강지만 : 오 작가는 친구이면서 대학 동기다. 아마 내가 아는 골프인 중 골프 지식이 가장 많은 사람일거다. 박태성 기자는 필드에서 오랫동안 봤고 늘 웃으면서 좋은 사진을 찍어주셨다. 이들과 함께 책을 출간하게 돼 너무 큰 영광이었다.
Q : 마지막 질문이다. 나에게 골프란?
강지만 :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게 골프다. 골프 선수로서 우승도 한 번 했고, 이후 골프 쪽으로 사업도 잘 풀렸다. 내 인생의 전부나 마찬가지다. 골프 덕분에 즐겁고 행복했다.
강지만 프로.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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