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퇴직연금사업자 위법행위 검사... “퇴직연금 지키려면 이렇게”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입력 2025.08.31 13:24  수정 2025.08.31 15:02

퇴직연금사업자 위법·차별·관행 검사

영세기업일수록 낮은 수익률 피해

퇴직연금가입자 “실물이전·부담금 확인” 당부

금융감독원이 퇴직연금사업자에 대한 검사를 통해 위법행위, 가입자 차별, 선관주의 의무 미이행 등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하 퇴직급여법)’ 미준수 사례를 확인했다고 31일 밝혔다. ⓒ데일리안 AI 이미지

금융감독원이 45개 퇴직연금사업자에 대한 검사를 통해 위법행위, 가입자 차별, 선관주의 의무 미이행 등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하 퇴직급여법)’ 미준수 사례를 확인했다고 31일 밝혔다.


금감원은 퇴직연금 계약 이전 시 손실 최소화를 위해 ‘실물이전’ 방식을 고려하라는 등 검사 지적사례를 바탕으로 퇴직연금 가입자가 알아두어야 할 사항에 대해서도 당부했다.


금감원이 공개한 주요 지적사례는 △예금상품 만기 시 불리한 조건의 기존 예금에 재가입하도록 방치 △확정기여형(DC) 장기 미운용자 관리 소홀 △다양한 상품 대신 계열회사의 금융상품 주로 제시 △기업(사용자) 규모에 따른 상품 차별 제공 △DC형 사용자의 부담금 미납 관리 불철저 △계약이전 시 실물이전 장점에 대해 소극적 안내 △사용자에게 퇴직급여 지급 등 불합리한 업무관행 등이다.


우선 확정급여형(DB)을 도입한 회사는 만기재예치 방식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고 있는데, 기존에 가입한 상품보다 높은 금리 등 유리한 조건의 상품이 있어도 기존 상품을 재가입하는 경우가 드러났다.


특히 50인 미만의 영세한 기업에서 이런 상황이 더욱 두드러졌다. A사의 경우, 원리금보장삼품의 만기재예치 방식 비율은 50인 미만 기업에서 74.8%, 500인 미만 기업에서 50.0%, 500인 이상 기업에서 35.7%로 나타났다.


또 상당수 확정기여형(DC) 가입자가 적립금을 장기간 운용하지 않고 대기성 자금으로 두어도 운용을 권유하거나 적절한 상품을 적극 제안하지 않았다. 일부 퇴직연금사업자의 경우 대기성 자금으로만 운용한 비중이 전체의 약 30%를 차지했다.


퇴직연금 사업자는 사용자의 투자 목표와 성향에 맞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을 제시해야 하지만 일부 사업자는 사용자에게 유리한 조건의 상품이 아니라 사업자 계열회사가 발행한 원리금보장상품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퇴직연금사업자는 판매 물량이 한정된 고수익률 상품을 적립금 운용규모가 큰 기업과 주요 고객에게만 적극 제시하고, 영세 기업에게는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 업무 관행이 드러났다. 이로인해 영세기업의 적립금 운용수익률이 타 기업들에 비해 저조한 성과를 보이는 원인으로 지적됐다.


C사 사례에서, 300인 이상 기업의 확정급여형(DB) 원리금보장상품 운용성과는 3.80%에 달했지만, 규모가 작아직수록 운용성과가 낮아졌다. 300인 미만 기업의 경우 3.50%, 50인 미만은 3.30%, 30인 미만 기업은 2.80%였다. 300인 이상 기업과 30인 미만 기업의 운용 성과차이가 1%에 달한 셈이다.


더불어 일반 고객과 비교해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불리한 조건의 상품을 제시하는 업무관행도 나타났다. 일부 퇴직연금사업자는 동일한 원리금보장상품에 대해 다른 일반 고객보다 더 낮은 금리를 적용하고, 사전지정운용방법(디폴트옵션) 상품에 대해서도 다른 퇴직연금 상품보다 더 낮은 금리를 적용했다.


확정기여형(DC)은 사용자가 연간급여의 12분의 1 이상을 부담금으로 매년 납입하고 근로자가 이를 운용하는 방식으로, 사용자가 부담금을 제대로 납입하는 것이 근로자의 수급권 보호와 직결된다.


하지만 일부 퇴직연금사업자는 사용자가 부담금을 납입하지 않거나 부족하게 납입한 경우에도 미납사실을 근로자에게 고지하지 않았고, 부담금 납입액의 적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근로자의 급여정보를 확보해야 하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지 않는 사업자가 다수 적발됐다.


가입자의 퇴직 시 확정기여형(DC) 계좌에서 자사의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로 이전하려는 가입자에게 ‘실물이전’의 장점을 안내하지 않아 불필요한 수수료를 부담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마지막으로, 퇴직급여법에서 퇴직급여를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사용자에게 퇴직급여를 지급하거나, 계약서에 정한 기한 내 퇴직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사례도 확인됐다.


또 가입자가 연금을 개시한 이후 가입자의 여건과 편의를 고려해 연금수령 금액·기간 등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이를 허용하지 않거나, 법률에서 정한 최소 연금수령기간보다 더 긴 기간 동안 연금 수령을 강제하는 불합리한 연금지급 업무관행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런 검사 지적사례를 바탕으로 가입자가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사항을 당부했다.


퇴직연금 적립 단계에서 확정기여형(DC) 가입자는 사용자가 법에서 정한 기준금액을 제대로 납입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용자가 부담금을 제대로 납입하지 않은 경우, 미납부담금에 대해 사용자는 퇴직급여법 시행령에 따라 지연보상금을 더해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부담금 납입 기준일 다음날부터 퇴직 등 급여지급 사유발생일에서 14일까지 연 10%의 지연보상금, 14일 다음날부터 부담금 납입일까지 연 20%의 지연보상금을 더해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금감원은 퇴직연금 계약 유지·관리 단계에서 계약이전 시 ‘실물이전’ 방식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퇴직연금 운용 과정에서 퇴직연금사업자를 변경(타사 이전)하거나 동일 퇴직연급사업자 내에서 퇴직연금 계좌를 변경(퇴직 후 IRP 계좌로 이전하는 경우)를 통칭해 ‘계약 이전’이라고 한다.


계약이전에는 운용 상품 그대로 새로운 계좌로 이전하는 ‘실물이전’과 모든 상품을 매도 후 현금으로 이전하는 ‘현금이전’ 방식이 있는데, 상품의 현금화 의사가 없는 가입자라면 ‘실물이전’ 방식을 선택해 불필요한 수수료 부담과 운용 공백을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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