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주류화 신호탄…日, 웹3 육성·금융상품 재분류

황지현 기자 (yellowpaper@dailian.co.kr)

입력 2025.08.26 15:12  수정 2025.08.26 15:19

日 총리·재무상, 가상자산 산업 정책적 지원 의지 밝혀

가상자산 세제 개편 통해 20% 세율 적용 가능성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가상자산을 '주류 자산'으로 편입하려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가토 가쓰노부 재무상이 연이어 웹3 및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 의지를 밝히고, 규제 개혁과 세제 정비까지 언급하며 디지털 자산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26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전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도쿄에서 열린 '웹엑스 2025' 콘퍼런스에서 "웹3는 일본 경제와 사회를 이끌 차세대 동력"이라며 "5개년 스타트업 육성 정책과 연계해 웹3 및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규제 개혁과 투자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오사카 엑스포를 포함한 공공 프로젝트에도 웹3 기술을 적극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같은 날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도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있지만 적절한 제도 아래에서는 투자 포트폴리오의 일부가 될 수 있다"며 가상자산 시장의 안정적인 거래 환경 조성을 공식화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가상자산을 투기성 자산이 아닌 제도권 금융 자산으로 인정하겠다는 방향성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기조 변화는 실질적인 제도 개편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금융청(FSA)은 2026년 세제 개편안에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분리 과세' 도입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현재는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최고 50%에 달하는 누진세가 적용되지만 앞으로는 주식 등과 동일하게 20% 세율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금융청은 동시에 가상자산을 금융상품거래법상 '금융상품'으로 재분류해 투자자 보호 규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또한 FSA는 이달 중 핀테크 기업 JPYC에 자금이동업 라이선스를 발급해 일본 최초의 엔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JPYC' 발행을 허용할 방침이다. JPYC는 1엔과 가치가 연동되며 은행 예금·국채 등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담보로 보유한다. JPYC 측은 향후 3년간 최대 1조엔(약 9조4000억원) 규모로 발행을 확대할 계획이다.


일본은 기축통화 중 하나인 엔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자국 통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할 여건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신뢰도 높은 법정통화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활용에 있어 제도 정비만 이뤄지면 시장 확대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


▼ 관련기사 보기
"송금·콘텐츠 결제·소비쿠폰…원화 스테이블코인, 실사용처 확보가 핵심"
"원화 스테이블코인 수요 미지수…韓 실정 맞는 법제화 필요"
김형우 트래블월렛 대표 "디지털 월렛의 한계, 스테이블코인이 풀어준다"
'업비트-네이버페이' vs '빗썸-토스'…스테이블코인 연합 경쟁


실생활 적용 사례도 구체화되고 있다. 오는 9월부터는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2025'의 공식 결제 애플리케이션(앱)인 'EXPO 디지털 월렛'에 미국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USDC가 도입되고, 행사 종료 이후에는 JPYC도 교환 수단으로 추가될 예정이다. 해당 앱은 추후 탈중앙화 금융(DeFi·디파이) 기능까지 지원하는 웹3 지갑 '해시포트 월렛'으로 전환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일본의 이같은 행보가 2023년부터 이어진 정부 차원의 '웹3 산업 육성 로드맵'과 관련 있다고 본다. 일본은 이미 2023년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단일 법정통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전자결제수단'으로 인정했으며, 발행 주체를 은행·신탁사·자금이동업자 등으로 명확히 규정해 법적 불확실성을 최소화한 바 있다.


김병준 디스프레드 리서처는 "일본은 이미 2023년부터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제도화하고, 가상자산에 대해 주식과 동일한 분리과세 체계를 도입하려는 등 한국보다 훨씬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1990년대 이후 지속된 장기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생태계를 육성하는 전략적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도 "일본은 초장기 불확와 저성장에 시달리면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진흥할 방법이 절실했고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산업의 국가적 육성을 그 방법의 하나로 택한 것"이라며 "이미 JPYW 등 스테이블코인이 유통 중이고, 미쓰비시(MUFG), 미쓰이스미토(SMBC), 미즈호 등 주요 금융기관들이 블록체인 관련 컨소시엄을 구성해 실질적인 사업화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황지현 기자 (yellowpaper@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