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꾸러기’ 칼 미첼…마지막에 날았다!

김종수 객원기자 (asda@dailian.co.kr)

입력 2009.04.17 10:37  수정

KCC, 칼 미첼 공·수 맹활약

하승진-브랜드도 업그레이드

5차전까지 이어진 치열한 승부는 결국 KCC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KCC는 16일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펼쳐진 ´2008-09 동부 프로미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동부와의 5차전에서 포스트의 우세를 앞세워 87-64로 승리,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당초 KCC는 전력상 동부에 밀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경험이 적은 젊은 선수 위주의 라인업은 둘째치고라도 팀 내 최고의 무기인 ´질식수비콤비´ 신명호-강병현이 부상으로 경기를 거의 뛸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 여기에 인천 전자랜드와 5차전까지 가는 혈전을 벌인 점도 부담이었다.

하지만 KCC는 베테랑 추승균과 조우현이 분전하고, 마이카 브랜드(29·207cm)-하승진(24·221cm)의 ´트윈타워´가 제 역할을 해주며 난적 동부를 물리칠 수 있었다. 하승진은 경기를 치를 때마다 진화한다는 평이 나올 만큼 놀라운 경기력을 과시, KCC의 결승행을 이끌었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승인 중 하나는 다름 아닌 팀 내 ´말썽꾸러기´로 불리는 칼 미첼(30·201cm)의 활약. 특히 마지막 5차전에서의 활약은 팀과 팬들이 그에게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었다.

KCC 칼 미첼(왼쪽)이 동부 김주성을 앞에 두고 원핸드 덩크를 성공시키고 있다.


효자로 변신한 말썽꾸러기 ´늘 지금처럼´

5차전에서 보여준 칼 미첼은 상대팀의 특급 외국인선수 부럽지 않은 맹활약을 펼쳤다. 그는 체력이 고갈된 마이카 브랜드보다 더 많은 시간인 32분 57초를 뛰며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4득점(3점슛 4개)을 폭발시켰다. 게다가 13리바운드 2블록슛으로 수비에서도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강병현-신명호의 이탈보다 미첼의 경기력이 더 큰 변수로 꼽혔을 만큼, 팬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던 그의 활약은 놀라울 정도다.

사실 미첼은 기복은 있지만 득점력이 상당한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득점이 기습 3점슛 등 팀이 원하지 않는 방향에서 이루어져 좋은 평가를 못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5차전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인 것.

그는 무리하게 외곽슛을 남발하기보다는 동료들에게 패스를 연결하는 기민함을 보여줬고, 틈날 때마다 동부의 골밑을 공략하며 파울을 유도하거나 득점을 올렸다. 특히 포스트업에 이은 훅슛, 추승균과 콤비플레이로 일궈낸 앨리웁 슛, 거기에 미들슛까지 다양한 공격패턴을 보였다.

하지만 미첼의 진정한 공헌도는 공격이 아닌 수비에서 나왔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KCC가 이기기 위해서는 동부의 주득점원인 웬델 화이트를 봉쇄해야만 했다. 따라서 매치업 상대인 미첼의 역할이 무척 중요했다.

미첼은 3차전까지 화이트 수비에 애를 먹었다. 붙으면 파고들고 떨어지면 슛을 쏘는 전천후 공격수인 화이트에게 연신 득점을 허용했다. KCC가 1승 2패로 끌려간 것도 화이트를 막지 못했기 때문.

하지만 전자랜드전에서 리카르도 포웰을 상대로 톡톡한 실전훈련을 쌓았던 미첼은 드디어 4차전부터 조금씩 화이트 수비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계속적으로 슛 거리를 허용하며 화이트에게 외곽슛을 얻어맞던 것을 의식한 듯 한걸음 앞으로 나와 근접거리에서 수비를 시작한 것이다.

이는 좋은 선택이었다. 화이트는 올라운드 형 공격수이기는 하지만 포웰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돌파능력은 떨어진다. 때문에 무리해서 두 가지 옵션을 모두 막아내려 하기보다는 하나를 정해 수비해야했고 역시 돌파보다는 슛 봉쇄가 우선이었다.

브랜드와 하승진이 지키는 골밑의 무게를 감안할 때 뚫린다 해도 화이트가 마음대로 득점을 올리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화이트는 5차전에서 미첼의 수비에 막히며 6득점 5리바운드에 그쳤다.

미첼은 또한 브랜드가 체력적인 한계를 보이자, 하승진과 함께 트윈타워 역할도 든든하게 해냈다. 센터역할을 한 것은 아니지만 높은 탄력을 이용해 거미손처럼 수비리바운드를 걷어내며 동부의 포스트를 무력화시켰다. 그가 잡아낸 13개의 리바운드는 팀 동료 하승진과 더불어 가장 많은 수치였다.

시즌 내내 소속팀을 울리고 웃겼던 미첼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 영웅으로 떠올랐다. 과연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5차전과 같은 맹활약을 펼치며 KCC의 우승을 견인할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데일리안 =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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