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규 우리은행 플랫폼사업부 팀장
기업·은행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
이덕규 우리은행 플랫폼사업부 팀장이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우리은행
#"김 과장, 2년 반 동안 우리한테 소개해줬던 상품 중 이게 제일 맘에 들어. 이렇게 비싼 시스템을 전부 무상으로 준다고? 진짜야?"
우리은행에서 기업금융 RM(Relationship Manager)으로 일하는 김 과장은 평소 자주 방문했던 중소기업 대표에게 '원비즈 플라자'를 소개했다. 우리은행이 구매 관리부터 발주·검수까지 전 구매 과정에 필요한 공급망 관리 시스템을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설명에 대표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우리은행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디지털 공급망 금융 플랫폼 '원비즈 플라자'가 보수적인 기업금융 시장에 혁신을 만들고 있다.
지난 20일 데일리안과 만난 이덕규 우리은행 플랫폼사업부 팀장은 원비즈플라자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필요한 업무 시스템을 무상으로 제공하며 새로운 상생 모델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담보가 아닌 '거래 데이터'로"…발주 단계에서 운전자금 대출
이 팀장은 "기업이 정말 돈이 필요한 순간은 물건을 만든 뒤가 아니라, 만들기 전이라는 현장의 목소리에서 모든 것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기업금융은 담당자의 인적 네트워크나 금리·한도 경쟁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자금이 절실한 중소기업은 물품을 납품하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뒤 발생하는 매출 채권을 통해서만 자금 융통이 가능했다.
이는 정작 원자재 구매와 생산 단계에서 자금이 필요한 기업의 현실과는 괴리가 있었다.
우리은행은 이러한 시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과감한 역발상을 시도했다.
은행이 직접 구매·조달, 전자계약, 발주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업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결과는 기업과 은행의 윈윈효과였다. 기업은 복잡한 구매 전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은행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시간 경상 거래 데이터를 확보하게 돼서다.
이 팀장은 플랫폼의 핵심 경쟁력이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탄생한 '원비즈 데이터론'이라고 강조했다.
이 상품은 플랫폼 내에서 발생하는 발주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매출 채권이 형성되기 이전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운전자금을 지원하는 혁신적인 모델이다.
이 팀장은 "기업이 정말 돈이 필요한 순간은 물건을 만들기 전 발주 시점이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많았다"며 "과거에는 리스크 때문에 불가능했던 생산 단계 금융을 플랫폼 데이터를 통해 실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짜 맞나요?"…수익 모델을 넘어 '포용금융'으로
"이렇게 비싼 시스템을 정말 공짜로 주셔도 되나요?"
이 팀장은 원비즈플라자를 처음 접한 기업 대표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라며 웃었다.
우리은행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플랫폼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상생 금융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다.
물론 기업대출 상품 등을 통해 얻는 이자수익 효과도 있지만, 원비즈플라자의 목표는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 맞춰져 있다.
우선, 기업의 핵심 업무 시스템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을 플랫폼에 묶어두는 '락인(Lock-in) 효과'를 통해 장기 우량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플랫폼에 축적된 거래 데이터는 기존의 재무제표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었던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예측한다. 이는 새로운 금융 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귀중한 자산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플랫폼이 자연스럽게 상생과 포용금융의 가치를 실현하는 도구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방향성 확대 뒤에는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정진완 우리은행장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
이 팀장은 "행장님은 중소기업그룹 집행 부행장 출신으로, 저희 사업부 역시 같은 배경을 가진 인력들이 주축"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장님도 평소 상생, 포용금융, 소상공인 지원에 관심이 많아 '더 가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보라'고 독려해주신 덕분에 상생의 가치를 더욱 강조하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원비즈플라자는 금융 서비스 외에도 법률·세무·특허 자문, 임직원 복지몰, B2B 마켓, 어학 교육 등 다양한 비금융 경영지원 서비스를 제휴를 통해 파격적인 조건으로 제공한다.
이는 대기업 수준의 복지나 경영 인프라를 갖추기 어려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넘어야 할 산도…미래를 향한 끊임없는 진화
원비즈플라자는 출시 이후 8만5000여 개가 넘는 기업 회원을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고령층·소규모 기업 등 일부 고객은 디지털 플랫폼 활용에 익숙지 않다는 점이다.
이 팀장은 "그래서 요즘에는 리텐션, 즉 기존 고객의 재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들을 찾아가 불편함은 없는지,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끊임없이 소통하며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원비즈플라자로 단순히 비대면 채널을 하나 늘린 것이 아니다.
데이터를 통해 고객을 이해하고,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가치를 제공하면서 기업금융의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덕규 우리은행 플랫폼사업부 팀장이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우리은행
다음은 이 팀장과의 일문일답.
▲ '공급망 금융'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다. 쉽게 설명해달라.
-공급망은 기업 간의 경상 거래 네트워크라고 보면 된다.
물건이 한쪽으로 흐르면 돈은 반대쪽으로 흐르는데, 이 거래의 각 단계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공급망 금융의 핵심이다. 원비즈플라자는 이 모든 과정을 디지털 플랫폼 안으로 가져온 것이다.
▲ 플랫폼을 무상으로 제공하면 은행은 어떻게 수익을 얻나?
-플랫폼 수수료는 받지 않는다. 주 수익원은 '원비즈 데이터론'과 같은 금융 상품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관점이다. 기업이 우리 플랫폼을 업무 시스템으로 사용하게 되면 쉽게 이탈하지 않는 락인 효과가 발생해 우량 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쌓이는 거래 데이터는 미래의 소중한 자산이 된다.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상생 생태계 구축에 투자하는 개념이다.
▲ 대표적인 금융 상품인 '원비즈 데이터론'은 기존 대출과 무엇이 다른가?
-기존 운전자금 대출은 물품 납품 후 발생하는 매출 채권이 있어야 가능했다.
하지만 '원비즈 데이터론'은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발주 데이터를 근거로 자금을 선제적으로 지원한다. 기업이 실제로 돈이 가장 필요한 생산 준비 단계에서 자금 융통의 길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 플랫폼을 통한 상생 사례가 있다면?
-플랫폼의 '공개 입찰' 기능을 통해 새로운 거래처를 발굴한 사례가 많다.
구매사는 원가 절감과 품질 향상을 이루고, 기술력은 있지만 판로가 없던 공급사는 안정적인 거래처를 확보하며 서로 윈윈했다.
또한, 플랫폼 내 '공급사 탐색' 기능은 기업들이 필요한 파트너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상생의 장이 되고 있다.
▲ 원비즈플라자의 궁극적인 비전은 무엇인가?
-은행만 이익을 얻는 구조가 아니라, 플랫폼에 참여하는 구매사, 공급사 모두가 원가 절감, 판로 확대, 업무 효율화, 금융 혜택 등 각자의 이익을 얻어가는 선순환 상생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포용적 금융을 실현하고,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 우리의 최종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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