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력 약한 박지성, 윙포워드 역할 수행 미흡
최근 컨디션 저하까지 겹쳐 18인 엔트리서 제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서 활약 중인 박지성(28)이 15일(이하 한국시간), FC 포르투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 결장했다.
더욱이 박지성은 벤치워머가 아닌 18인 엔트리에서 아예 제외된 것이라 국내 축구팬들은 의문을 품고 있다.
물론 맨유가 시즌 막판 일주일에 두 번 경기를 치러야하는 바쁜 일정을 앞두고 있는 만큼, 고작 1경기 빠졌다고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4강 진출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고비에서 벤치 명단에도 없었다는 것은 다소 아쉽다.
박지성 결장, 맨유 4-3-3 포메이션 영향?
이번 포르투전 박지성의 결장은 최근 컨디션 난조로 인해 저조한 경기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A매치 차출 및 한국에서 잉글랜드를 왕래하는 엄청난 비행거리와 시차에 대한 피로를 극복하지 못하며 지난 8일 포르투전과 선더랜드전(11일)에서 극도로 부진했다.
포르투와의 1차전에서는 후반 13분 교체되기까지 패스성공률 56%(41개 시도 23개 성공)에 그치며 팀 공격력에 이렇다 할 힘을 실어주지 못했고, 선더랜드전에서는 후반 23분 교체되기까지 특유의 기동력이 살아나지 않았다.
결국 박지성은 맨유의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 및 퀸투플(5관왕) 달성과 직결되는 포르투와의 2차전을 앞두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더욱이 벤치 명단에 마케다-테베즈-나니 등 골 결정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대거 포함된 것은 공격 포인트가 부족한 박지성이 엔트리에 제외될 수밖에 없던 결정적 이유로 작용했다. 국내 팬들에게는 아쉬운 일이지만 퍼거슨 감독 입장에서 바라보면 당연한 결과다.
또한 퍼거슨 감독은 이날 경기서 4-3-3 전술을 들고 나와 ‘박지성 카드’가 쓸모없게 돼버렸다. 쓰리톱의 구성원은 선수 개인이 뛰어난 공격력을 지녀야 하지만 박지성은 호날두-루니-나니-테베즈 등 무서운 파괴력을 지닌 공격 옵션들에 비해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
2차전에서 호날두와 루니가 각각 좌우 윙포워드를 맡았고, 호날두 골로 승기를 잡았다. 아울러 후반 중반에 나니가 교체 투입된 것은 윙 포워드가 지녀야할 공격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박지성의 1차전 부진은 뼈아플 수밖에 없다. 지난 1차전에서 웨인 루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더불어 쓰리톱의 일원으로 활약했지만 공격 침투 과정에서 여러 차례 잔 실수를 범하다가 후반 중반에 교체됐다.
컨디션 저하의 이유도 있었지만, 4-4-2의 측면 미드필더에서 4-3-3의 윙 포워드로 활약하면서 동료와의 활동 폭이 넓어지더니 부정확한 패스와 크로스가 속출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짧은 패스로 톡톡한 재미를 봤던 그에게 맞는 옷은 4-3-3이 아니었던 것.
박지성이 쓰리톱의 윙 포워드로 제 구실을 발휘하려면 출중한 개인 공격력을 보유해야 한다. 물론 PSV 에인트호벤 시절에는 4-3-3의 왼쪽 윙 포워드로서 맹활약을 펼쳤지만, 에인트호벤과 맨유의 레벨은 엄연한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다.
맨유는 세계 최고의 팀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실력이 요구될 수밖에 없으며 쓰리톱의 윙 포워드라면 수비력이 아닌 공격력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한다. 윙 포워드는 미드필더가 아닌 공격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격력에 약점이 있는 박지성으로서는 쓰리톱에서 자신의 모든 역량을 발휘하기 다소 어렵다. 아마추어 시절까지 수비형 미드필더와 오른쪽 윙백을 오가며 수비에서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던 선수로, 천부적인 공격력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맨유에서 ´수비형 윙어´로 불릴 만큼 궂은 역할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최적의 위치는 바로 4-4-2의 측면 미드필더다.
물론 맨유 데뷔 시즌인 2005-06시즌에는 쓰리톱의 왼쪽 윙 포워드로 간간히 모습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 시절의 맨유는 ´킹 뤼트 시스템´을 표방하며 뤼트 판 니스텔로이에 집중된 공격 전술을 구사했기 때문에 박지성이 무리 없이 활약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맨유의 공격 루트 및 유기적인 움직임이 판 니스텔로이가 있던 시절보다 더 강해졌고, 팀 전술의 중심인 루니와 호날두가 윙 포워드로 출전하다보니 박지성이 자리 잡을 곳이 없어지게 됐다.
그럼에도 맨유가 4-3-3이 아닌 4-4-2를 즐겨 쓰는 이유는 4-3-3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거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쓰리톱으로 변신할 때마다 중앙 미드필더들의 위치가 서로 엇갈리는 문제점이 나타나더니 중원에서 상대 공격에 뚫리는 불안한 경기력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하지만 4-4-2를 줄곧 구사하면 그동안 즐겨 쓰던 팀 전술이 상대에게 손쉽게 읽히는 문제점이 드러나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변형 전술(4-3-3)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박지성은 앞으로도 맨유가 4-3-3을 쓰는 경기에서 중용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9월 13일 리버풀전에서도 ‘루니-베르바토프-테베즈’ 쓰리톱에 밀려 18인 엔트리에서 제외된 전례가 있다.
4-4-2에서는 백업 멤버 나니와 경쟁하지만 4-3-3에서는 나니를 비롯해 루니, 호날두, 테베즈 등 기존의 주전 공격수와 자리싸움을 해야 한다는 점이 박지성이 견뎌내야 할 현실이라 할 수 있다.[데일리안 = 이상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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