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부장 박연차-변호사 노무현´ 대결?

입력 2009.04.15 10:02  수정

´놀라운 기억력´ 박 회장의 진술로 생사여탈권 손바닥

´결사항전´ 노 전 대통령의 승부수에 대질신문 초관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탈세와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 수감된 피의자 신분이지만 실제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를 둘러싼 모든 비리의혹 수사의 키를 쥐고 있는 정범(正犯)으로 사실상 ‘검찰 수사관에 진배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검 안팎에서는 박연차 회장을 ‘박연차 중수부장’으로 부를 정도다.

그의 한마디에 전·현직 고관대작들이 줄줄이 대검청사에 불려 나왔고, 언론은 그의 입에서 나온 증언들로 연일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박 회장이 검찰수사를 좌지우지하고 특종에 목마른 언론이 그의 진술을 대서특필하면서 박 회장은 이제 전직 대통령의 명운(命運)과 생사여탈권까지 거머쥐게 됐다.

노 전 대통령 생사여탈권 쥔 박연차… 거침없는 진술

검찰은 박 회장의 진술을 토대로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부정한 금전거래라는 고난도 퍼즐을 짜맞춰가는 지난한 작업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박 회장의 진술이 척척 맞아 들어갔다. 노 전 대통령이 100만 달러를 받았음을 실토하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박 회장은 자신이 돈을 건넨 정황을 마치 어제 있었던 일처럼 아주 세세한 것까지 자세히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억력에 관한한 검찰도 놀랄 정도라고 한다. 모 인사와 골프장에서 만나 1만 달러를 건넬 때를 기억하면서 “왼쪽 호주머니에 100달러짜리 100개를 넣어줬다”거나 “소공동 롯데호텔 38층 식당에서 쇼핑백에 든 5만 달러를 건넸다”는 식으로 아주 구체적이다.

검찰도 자체 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들이 그의 진술과 일치해 박 회장 진술의 신빙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박 회장은 한번 말문이 트이자 돈을 준 정황을 낱낱이 쏟아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거침없는 박 회장의 진술이 언론을 통해 연일 보도되는 것에 대해 당혹해하면서도 한편으로 상당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12일 홈페이지에 올린 세 번째 글에선 “언론들이 근거 없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 놓아서 사건의 본질이 엉뚱한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는 것 같다”며 “소재는 주로 검찰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이 이미 기정사실로 보도가 되고 있으니 해명과 방어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 글에서 “그런데 보도를 보니 박 회장이 내가 아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보도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나는 박 회장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무슨 특별한 사정을 밝혀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할 것”이라고 한 뒤 “참 쉽지 않은 일일 거다. 그러나 나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검찰에서의 진술로 노전대통령을 궁지에 몰고 있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검찰 소환을 앞두고 배수진을 치고 있는 노 전대통령의 인연이 악연으로 끝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두 사람 대질신문 가능성 높아… 박연차가 말을 바꾼다면

노 전 대통령이 언급한 ‘특별한 사정’이 무엇을 지칭하는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데,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과 대질신문까지 가는 상황까지를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대질신문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왜 그런 없는 이야기까지 했느냐? 이유가 뭔가? 검찰이 압박이라도 했나?’라는 식으로 역공을 펼치고, 그 과정에서 박 회장이 막판 자신이 그동안 했던 말들을 뒤집는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노 전 대통령으로선 극적 반전에 성공하는 셈이 된다.

노 전 대통령은 앞서 글에서 “나는 박 회장이 검찰과 정부로부터 선처를 받아야 할 일이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진술을 들어볼 수 있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검찰 출두를 앞두고 비장한 각오를 드러낸 바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과 박 회장이 이른바 ‘유죄답변거래’로 불리는 플리바긴(Plea Bargain)을 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플리바긴은 ‘피고가 유죄를 인정하거나 다른 사람에 대해 증언을 하는 대가로 검찰 측이 형을 낮추거나 가벼운 죄목으로 다루기로 거래하는 것’을 일컫는 용어로 우리나라엔 없는 제도지만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실제 검찰이 박 회장의 사업이나 자식의 신변문제를 압박해 굳게 닫혔던 박 회장의 입을 연 것 아니냐는 검찰 안팎의 시각도 있다.

검찰-박연차-노 전 대통령, 숨 막히는 두뇌게임 시작

어쨌든 통상 뇌물사건의 경우 그 당사자들이 증거를 남기지 않기 때문에 검찰이 혐의를 입증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수수 의혹도 마찬가지다. 노 전 대통령이 “중요한 것은 증거”라고 치고 나오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당초 검찰은 이번 주말쯤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할 예정이었지만, 확실한 증거 확보에 주력, 다음 주로 소환 일정을 연기할 수도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이와 관련,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을 앞두고 네 번째 글을 홈페이지에 올릴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또 봉하마을 사저 출발에 앞서 기자회견 형식으로 자신의 입장을 매스컴을 통해 밝힐지도 지켜봐야 한다. 검찰과 박연차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치열한 ‘두뇌 게임’, 그리고 숨 막히는 ‘심리전’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데일리안 = 김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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