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기억력´ 박 회장의 진술로 생사여탈권 손바닥
´결사항전´ 노 전 대통령의 승부수에 대질신문 초관심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탈세와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 수감된 피의자 신분이지만 실제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를 둘러싼 모든 비리의혹 수사의 키를 쥐고 있는 정범(正犯)으로 사실상 ‘검찰 수사관에 진배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검 안팎에서는 박연차 회장을 ‘박연차 중수부장’으로 부를 정도다.
그의 한마디에 전·현직 고관대작들이 줄줄이 대검청사에 불려 나왔고, 언론은 그의 입에서 나온 증언들로 연일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박 회장이 검찰수사를 좌지우지하고 특종에 목마른 언론이 그의 진술을 대서특필하면서 박 회장은 이제 전직 대통령의 명운(命運)과 생사여탈권까지 거머쥐게 됐다.
노 전 대통령 생사여탈권 쥔 박연차… 거침없는 진술
검찰은 박 회장의 진술을 토대로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부정한 금전거래라는 고난도 퍼즐을 짜맞춰가는 지난한 작업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박 회장의 진술이 척척 맞아 들어갔다. 노 전 대통령이 100만 달러를 받았음을 실토하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박 회장은 자신이 돈을 건넨 정황을 마치 어제 있었던 일처럼 아주 세세한 것까지 자세히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억력에 관한한 검찰도 놀랄 정도라고 한다. 모 인사와 골프장에서 만나 1만 달러를 건넬 때를 기억하면서 “왼쪽 호주머니에 100달러짜리 100개를 넣어줬다”거나 “소공동 롯데호텔 38층 식당에서 쇼핑백에 든 5만 달러를 건넸다”는 식으로 아주 구체적이다.
검찰도 자체 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들이 그의 진술과 일치해 박 회장 진술의 신빙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박 회장은 한번 말문이 트이자 돈을 준 정황을 낱낱이 쏟아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거침없는 박 회장의 진술이 언론을 통해 연일 보도되는 것에 대해 당혹해하면서도 한편으로 상당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12일 홈페이지에 올린 세 번째 글에선 “언론들이 근거 없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 놓아서 사건의 본질이 엉뚱한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는 것 같다”며 “소재는 주로 검찰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이 이미 기정사실로 보도가 되고 있으니 해명과 방어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 글에서 “그런데 보도를 보니 박 회장이 내가 아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보도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나는 박 회장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무슨 특별한 사정을 밝혀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할 것”이라고 한 뒤 “참 쉽지 않은 일일 거다. 그러나 나는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검찰에서의 진술로 노전대통령을 궁지에 몰고 있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검찰 소환을 앞두고 배수진을 치고 있는 노 전대통령의 인연이 악연으로 끝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