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골프장이 변하고 있다. 단순히 라운드를 위한 장소가 아니라 감성을 자극하고 이야기를 전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눈에 띄는 흐름은 과거의 정서를 소환하는 ‘노스텔지어 마케팅(Nostalgia Marketing)’이다. 최신 IT와 AI, 빅데이터가 마케팅을 주도하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골프장은 오히려 정반대의 감성인 ‘추억’과 ‘향수’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며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추억 마케팅은 단지 과거를 떠올리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익숙한 감정, 정겨운 풍경, 잊고 있던 기억을 ‘새로운 경험’으로 재구성함으로써 기성세대에게는 깊은 향수를, MZ세대에게는 신선한 감성을 제공한다. 골프장이라는 공간은 그 특성상 비교적 긴 체류 시간과 여유로운 동선을 갖고 있어 이러한 감성 마케팅을 실현하기에 최적의 무대가 된다.
실제로 마이다스레이크 이천 골프앤리조트는 지난 6월, ‘새참 프로모션’을 기획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새참은 농촌에서 일을 하다 함께 둘러앉아 먹던 사이참 문화로 전과 비빔국수, 순살치킨을 광주리에 담아 제공하며 그 시절의 정취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골퍼들은 식사 이상의 감정을 경험했고, SNS를 통한 자발적 홍보도 이어졌다. ‘추억을 공유한다’는 감정은 단순한 만족을 넘어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만들어낸다.
같은 맥락에서 올데이옥스필드컨트리클럽의 ‘옥다방’ 역시 주목할 만하다. LP판, 다이얼 전화기, 고전 영화 포스터 등으로 꾸며진 옥다방은 단순한 휴게공간을 시간여행의 무대로 바꿨다. 실제로 단성사·피카디리극장 간판 제작자가 옥다방 간판을 만든 사실까지 알려지며, 브랜드의 스토리텔링에 힘을 더했다.
이러한 사례는 골프장이 경쟁 심화된 레저산업에서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힌트를 준다. 단지 코스의 질이나 식음 서비스의 우수성만으로는 고객의 충성도를 확보하기 어렵다. 오히려 고객의 감정을 자극하고, 그 감정이 기억으로 남게 만드는 ‘스토리 있는 경험’이 브랜드 가치를 결정짓는다.
추억 마케팅은 다른 산업에서도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농심은 창립 60주년을 맞아 1970년대 광고 문구와 함께 ‘농심라면’을 재출시해 천만 봉지 판매라는 기록을 세웠고, 롯데웰푸드는 단종됐던 ‘대롱대롱’, ‘체스터 쿵’ 같은 추억의 아이스크림을 다시 선보여 MZ세대의 호기심과 기성세대의 향수를 동시에 자극했다. 컴투스가 주최한 ‘지구방위대 후뢰시맨’ 팬미팅 역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추억 콘텐츠의 실질적인 흡인력을 보여줬다.
골프장은 이제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고객의 감정을 움직이는 감성 콘텐츠의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한다. 추억을 활용한 마케팅은 그 감성에 기반해 ‘또 오고 싶은 골프장’, ‘기억에 남는 골프장’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든다. 특히 추억의 음식, 공간, 음악 같은 요소는 단가 대비 체험 효과가 크고, 고객의 체류 만족도와 재방문율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이제 마케팅은 미래를 이야기하는 동시에 과거를 다시 쓰는 기술이 되어야 한다. 추억은 더 이상 지나간 감상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고객의 지갑을 여는 가장 감성적이면서 전략적인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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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희종 한국골프장경영협회 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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