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홈피에서 사라진 글들의 행방

입력 2009.04.08 11:03  수정

권양숙 여사와의 대화 등 3월초부터 올린 글, 사과후 삭제

´퇴임후 비리로 구속´ 악순환 재현…실패한 민주주의 2.0

국민들의 실망과 충격이 크다. ‘깨끗한 정치 특권 없는 사회’를 표방하며 도덕성을 앞세웠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7일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을 실토함에 따라, 참여정부 5년의 공과(功過)는 새로운 조명을 받게 됐다.

형인 건평 씨가 지난해 12월 구속될 때까지만 해도 노 전 대통령은 형을 원망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며 ‘부정부패’가 자신과 무관한 것처럼 행동했다. 노 전 대통령 자신만은 끝까지 ‘부패’로부터 자유로운 것처럼 독야청청했다.

노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검찰 수사가 언론을 통해 발표될 때마다 ‘정권의 노무현 죽이기’란 식으로 여론을 호도해 왔다. ‘생사람 잡는다’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게 결국 위장된 거짓이었음이 노 전 대통령 스스로의 ‘고백’으로 드러났다.

노 전 대통령은 형인 건평 씨가 구속수감된 지난해 12월 말부터 ‘침묵’을 지켜오다 지난 3월초부터 다시 인터넷을 통해 여러 현안에 관한 생각을 밝혀 왔다. 3월 5일에는 부인인 권양숙 여사와 나눈 대화 내용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

권 여사는 당시 저녁을 먹으면서 “연속극 하나 끝나고 새 연속극을 하고 있는데, 자꾸 지난 연속극 주인공이 나오니 사람들이 짜증내는 거 아니겠어요?”라고 남편인 노 전 대통령을 타박했다.

전날 노 전 대통령은 ‘정치’를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해 잃어야 하는 것이 너무 크다”며 “정치하지 마라”고 했었다.

현재 노 전 대통령이 올렸던 이 글들은 그의 공식홈페이지인 ‘사람사는세상’에 더 이상 게재돼 있지 않다.

권 여사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박연차 회장에게 직접 돈을 받아썼다는 노 전 대통령의 실토가 있은 뒤 슬그머니 글을 내렸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자신의 홈페이지인 ´사람사는 세상´ 에 올린 사과문.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에 대한 소환을 검토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스스로도 “검찰의 조사에 응하여 진술하겠다”며 “그리고 응분의 법적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돼 사법처리를 받는다면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로 법정에 서는 비극의 주인공이 된다. 김영삼·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은 아들들은 감옥에 갔을망정 본인들은 무사했다.

또 검찰수사로 노 전 대통령과 부인 권 여사 모두 ‘비리 혐의’가 확인될 경우 전직 대통령 부부가 사법처리를 당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벌어질 수도 있다. 지금 국민들은 이런 최악의 사태만은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어쨌든 전직 대통령 부부의 검찰소환만으로 참여정부 5년에 대한 평가를 성공과 실패로 나눈다면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해 2월 퇴임 후 ‘민주주의2.0’이라는 사이트를 개설 ‘온라인 정치’를 꿈꿔왔다. 노 전 대통령은 현직에 재임 중이던 2007년 ‘임기가 끝나고 시민으로 돌아간 후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을 모색’하면서 ‘민주주의2.0’을 구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시민’으로 돌아가기에 앞서 전직 대통령의 노후를 누리기 위함으로 금고에 돈을 두둑이 쌓아놓는 악습을 재연했다. ‘민주주의2.0’은커녕 ‘민주주의1.0’으로 퇴보했다.

지난 2002년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역사의 전면에 등장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386정치인들이 비극의 주인공들로 하나둘 몰락하고 있다.[데일리안 = 김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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