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1기 내각 후보자 의혹 '점입가경'
'혁신하는 척'하는 국민의힘은 지지율 급하락
정치권에 더 이상 상식이 통하지 않는단 우려
국민들이 살고 있는 진짜 현실을 되돌아 봐야
요즘 주위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정치 기사는 꼴도 보기 싫다"는 것이다. 정치부 기자로서 굉장히 듣기에 거북한 말이다. 하루 종일 품을 들여 써낸 기사가 독자들에게 외면당했을 때가 기자로서는 가장 참기 어려운 순간이기 때문이다. 취재가 잘못된 것도, 문장이 틀린 것도 아닌데도 정치에 대한 혐오감이 극도로 치달았을 때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기 마련이다. 지금이 바로 그렇다.
최근 기사를 작성하다 보면 '진짜 내가 쓰고 있는 게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이 맞나'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그래서 최근 기사를 쓰는 와중에도 몇 번씩 멈추고 곰곰이 생각하는 일이 잦아진다. 취재가 다 됐음에도,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기자인 필자조차 믿어지지 않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어서다. 출범한지 한 달이 조금 지난 이재명 정부든, 이를 뒷받침하는 여당 더불어민주당이든, 소수 야당으로 전락한 국민의힘이든, 어느 쪽이든 상관이 없다. 지금 정치권은 '상식'대로 흘러가는 곳이 한 군데도 없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 독자들이 실망하고 있는 이유는 인사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지명한 1기 장관 후보자 16명에게 불거진 의혹들은 국민이 알고 있는 상식과는 확실히 거리가 있는 모습들이 많았다. 보건복지부의 수장으로 지명된 정은경 장관 후보자는 자신이 질병관리본부장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던 때, 남편이 손소독제 회사 주식을 사들였단 의혹을 받고 있다.
교육부의 수장으로 우리나라의 교육을 책임질 수장으로 낙점된 이진숙 장관 후보자는 최소 11개 논문에서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보좌진들에 대한 갑질 의혹이 불거졌음에도, 확고한 해명을 내놓거나 사과를 하기보단 이를 제보한 두 보좌진에 대해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단 보도까지 나왔다. 이미 지나간 김민석 국무총리의 맹탕청문회와 다른 의혹이 불거진 장관 후보자들까지 언급하지 않아도, 이미 믿을 수 없기엔 충분하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의 힘을 앞세워 증인 채택에 반대하면서 "후보자 낙마는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정부는 "대통령의 눈이 높다"고 발언했다. 정말로 정부 관계자와 민주당은 이런 말이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국민의힘의 경우엔 '혁신하는 척'이 문제가 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선 패배 이후, 90년생 초선인 김용태 의원이 꺼낸 5가지 혁신안을 수용하지 못할 정도로 망가졌다. 또 혁신의 전권을 약속조차 하지 않아, 안철수 의원이 출범한지 20분 된 혁신위원회의 위원장직을 내려놓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그나마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13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밥 먹고 술 먹고 다닌다는 얘기를 밖에서 하면서 호가호위하신 분들이 그 과정에서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국정 운영이 왜곡되는 것을 방치하고 더 키웠다"며 "이런 분들이 당을 떠나야 한다"고 선명한 발언을 쏟아냈지만, 이것이 받아들여질 기대를 하는 국민과 당원은 거의 없다. 오히려 혁신위와 지도부의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될 것이라 우려하는 이들이 더 많을 것이라 관측되는게 현실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런 믿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라는 점은 모두가 알고 있다. 친윤 구주류의 국민 상식에 맞지 않는 행동과 행태가 바로 그것이다. 그 결과 국민의힘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10%대의 지지율을 기록할 정도로 추락했다.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바꾼 후 10%대 지지율을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은 꿈쩍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혁신에 절박하지 않은 것은 다음 총선이 아직 3년이나 남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권력에 취한 것은 물론이고 혁신이나 개혁·변화·쇄신이 싫거나 두려운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친윤 구주류 세력에게도 정말로 물어보고 싶다. 과연 지금과 같은 말과 행동이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다고 생각하는가.
국회에서 각종 회의나 브리핑 등의 현장 취재를 하면서 모두발언·백브리핑의 워딩을 받아치다 보면 어느 당에서든 가장 많이 들리는 단어가 한 가지 있다. 그건 '국민 눈높이'다. 이 대통령이 장관 인사를 마쳤을 때도, 이에 대한 철저한 인사 검증에 나서겠단 다짐을 했을 때도, 검찰개혁을 예고했을 때도, 당의 혁신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단 다짐을 했을 때도, 현장에서는 어김없이 '국민 눈높이'란 단어가 울려퍼졌다.
하지만 진짜 국민들은 얘기한다. 과연 지금 정치권이 진짜 국민 눈높이를 알고는 있느냐고. 다분히 정치적이고 정무적인 판단이 섞인 말과 행동들이 어떻게 국민 눈높이가 될 수 있느냐고. 우리나라 국민들은 이미 지난 3년 동안 충분히 비상식적인 일을 겪었다. 민주당이 추진한 31번의 국무위원 탄핵안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령이 바로 그것이다. 오로지 여의도와 용산에 있는 정치인들만을 제외하고, 그 어떤 국민도 이 상황을 상식적이라고 판단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이 정치에 바라는 건 거창한 것이 아니다. 정치인들도 함께 살고 있는 이 세상, 이 나라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상식'에 맞춰주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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