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미룰 수 없다"… '노태우家 비자금' 겨눈 임광현 국세청장 지명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입력 2025.07.11 10:30  수정 2025.07.11 11:45

국세청 조사4국 출신 임 후보자, 지난해 노태우家 세무조사 필요성 강하게 제기

이재명 대통령도 "상속자들에게도 민사상 배상 책임을 물어야"

임 후보자 지명에 '역사청산' 공감대 … 노소영 꺼낸 '900억 메모' 방치 끝내야

이재명 대통령과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자의 '노태우 비자금' 관련 견해 및 발언ⓒ데일리안 박진희 디자이너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재명 정부 첫 국세청장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에 대한 재조사 및 과세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 후보자가 의원 시절 "혐의가 나왔는데 방치했다가 조세채권을 일실하게 되면 책임 문제가 있기에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세무조사 및 과세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실제 그는 지난해 7월 국세청 업무보고에서 노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가 작성했다고 알려진 ‘김옥숙 메모’를 제시하며 "법원 자료에서 탈루 혐의(상속세 누락)가 나왔기 때문에 세무조사가 가능한 건으로 판단되는 만큼 조사에 착수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노 관장 측이 스스로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거액에 대해 밝힌 만큼 진상 규명 필요성이 충분하다는 의미였다.


앞서 노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자신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총 900억원 규모의 자금 내역이 적힌 메모를 재판부에 제출해 지금껏 숨겨둔 노태우 비자금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생전 노 전 대통령은 약 4600억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중앙수사부(현 반부패부)가 '6공 비자금'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1995년 12월 공표한 액수다. 이 중 2682억원은 추징했으나 나머지 금액은 출처가 확인되지 않아 환수하지 못했다.


노소영 관장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조명받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여사의 900억원대 비자금 메모ⓒ데일리안 자료사진

특히 당시 임 후보자는 해당 조사 담당자로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청 조사4국을 지목했는데, 임 후보자 자신이 바로 서울청 조사4국장 출신이기도 하다. 행시 38회로 공직 생활을 시작한 뒤 중부지방국세청 조사1·4국장,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2·4국장, 본청 조사국장 등을 거쳤다.


따라서 임 후보자가 국세청장으로 취임하면 노태우 대통령 일가에 대한 조사가 강도 높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미 정치권 일각에서는 언제 나올지 모르는 대법원 판단까지 기다리면 자료의 보관 기간이 지날 수 있는데 국세청이 과세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노태우 비자금을 추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현재로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가족에게 승계된 부분들에 대해서는 상속·증여세법을 통해 징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국세기본법(제26조의2 제5항)에 따르면 과세 관청은 납세자가 부정행위로 상속·증여세를 포탈한 경우 해당 재산의 상속 또는 증여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


무엇보다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에 대한 재조사 및 과세는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이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관련 질문에 "국가 폭력 또는 군사 쿠데타 시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처벌하고, 소멸 시효를 없애서 상속자들에게도 민사상 배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군사정권 시절 발생한 부당한 사건의 경우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는 취지다. 역사청산 관점에서 노태우 비자금을 본다는 점에서 임 후보자는 이 대통령과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셈이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