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혁신위원장 전격 사퇴에
부랴부랴 윤희숙 앉히기로 수습
대여 공세에는 기구 설치·입법 추진
실효성은 글쎄…"찬성한 의원은 1명"
국민의힘이 당 '혁신'을 두고 내홍을 겪는 가운데, 정부·여당의 공세까지 더해지면서 그야말로 '내우외환' 상황에 처했다. 안철수 의원의 전격 사퇴로 공석이 된 혁신위원장 자리에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을 급히 앉히고, 특별검찰 대응 기구 설치와 입법 추진 의지를 내세우며 대여 공세에 맞서고 있지만, 내부 갈등을 진정 시키지 못한 채로는 어떤 대응도 뚜렷한 돌파구가 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및 원내대표는 9일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열고 신임 혁신위원장으로 윤희숙 원장을 선임했다.
당초 신임 혁신위원장 발표는 오는 10일로 예상됐지만, 이날 갑작스럽게 선임이 이뤄진 것으로 미뤄볼 때, 당내에선 안철수 의원 전격 사퇴 사태에 따른 후폭풍의 수습을 서둘러야 한다는 긴박한 기류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윤희숙 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과 당원의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추진하겠다"며 "지도부가 다같이 망할 작정이 아니라면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다만 윤 원장은 안 의원이 쏘아올렸던 '인적 쇄신'과 관련해서는 "특정인들에게 칼을 휘두를 권한을 당원들이 어떤 개인에게도 준 적이 없다"며 "지도부가 수용해야 혁신안이 성공할 수 있다"고 거리를 뒀다.
이에 따라 과연 '인적 쇄신' 없이 한 달여 간 활동할 혁신위가 유의미한 혁신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우려 섞인 시선도 감지된다. 국민의힘은 내달 중순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가 선출되면 혁신의 무게중심은 새 지도부로 옮겨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의원의 돌연한 사퇴로 당내 갈등이 격화되자, 송언석 원내대표는 직접 나서 '당 화합'을 호소하기도 했다. 안 의원이 인적 쇄신 등 핵심 이슈를 사이에 두고 전권을 확보하지 못하자 지도부와 충돌 끝에 자리를 내려놓게 된 것이라는 배경이 알려지면서다.
앞서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과 친한(한동훈)계 소장파 모임인 언더73은 이날 당 비상대책위를 향해 당원주권 확립을 위한 당헌 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안 의원 사퇴로 혁신위원회가 좌초를 통해 당이 혁신위를 들러리 세우려는 비대위의 민낯이 만천 하에 드러났다는 주장 하에서다.
송 위원장은 이날 오후 긴급의원총회에서 "우리가 당원을 부를 때 당원 동지라고 한다. 우린 동지"라며 "동지는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용어다. 내부에서 서로 싸우더라도 외적이 침략하면 힘을 합쳐 맞서 싸우는 게 동지라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지금 인적 쇄신이라든지 얘기가 많이 오가고 있다. 의원들 뜻 모두 존중한다"면서도 "하지만 쇄신을 해도 우리가 하는 것이고 청산을 해도 우리 손으로 하는 것이다. 정치 특검의 힘을 빌려 청산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고, 우리끼리 서로 다투고 있을 시간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정부·여당 대응 방안으로는 독재 방지 특별법 제정, 특검 대응 기구 설치 등을 내놨다.
독재방지특별법에는 △대통령의 보은성 사면·복권 제한 △1특검 1사건 원칙에 따라 특검의 무제한 수사 금지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된 공공기관장에 대한 정치적 사퇴 압박 금지 △불법 대북송금 등 대북제재위반범 배출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차단 △기존에 진행 중인 대통령의 형사재판 모두 속행 등이 담긴다.
박성훈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특검 대응 기구 발족이) 논의가 됐고 여기에 참석하신 의원들 만장일치로 기구를 설치하는 데 대해 동의를 했다"며 "기구 성격이나 위원장 이런 부분은 추후에 말씀드리겠다. 오늘은 단지 대응 기구를 만들자는 데 대해 참석한 의원 전원이 동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구가 만들어지게 되면 위원회 성격을 갖게 될 것 같다"며 "위원장 선임이 되고, 각각 위원들이 해당 파트를 맡아서 대응할 것이다. 구체적인 아이디어나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에 대해서는 구성되는대로 발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독재방지특별법과 관련해서는 "준비되는 대로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말하겠다"며 "민주당 폭주 상황에 대해 손 놓고 있을 수 없다는 의원들의 절박함과 당이 좀 더 강하게 민주당 일당 독재에 대처해야 한단 공감대가 충분히 있었단 말을 드린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작 당 내부에서는 싸늘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개혁을 둘러싼 당내 혼란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도부의 이 같은 '묘수책'이 실질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비판이다. 게다가 이번 대응 역시 의원들의 한 목소리가 담긴 것이 아닌 지도부 주도의 '강요 아닌 강요'란 지적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독재 방지 특별법' 제정 및 특검 대응 기구 설치를 만장일치라고 했지만, 사실상 지도부가 강요한단 느낌이 들었다"며 "(특검 대응 기구 설치·독재방지특별법 제정 등에) 찬성한 의원은 1명이었고, 의견을 내는 과정에서 무엇을 제안한 의원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당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것들을 한다고 한들 실효성이 있을까 싶다"고 의문을 제기하며 "107석 소수 야당이어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우리들이 국민에게서 신뢰를 잃었단 것 아니겠느냐"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이런 것들이라도 해야지 정부·여당 공세에 손 놓고 있을 수 없진 않겠느냐"라면서도 "'인적 쇄신'을 말하지도 않는 혁신위가 혁신에 성공할 리 없다. 윤 원장이 혁신위원장이 됐다고 해서 기대감을 내비치는 사람이 있겠느냐"고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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