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2분으로 줄이기 시작한 사람, 노래에 브릿지 빼버린 사람은 케이팝의 악이다"
6월 22일 X(구 트위터)에 게시된 한 네티즌의 글이다. 조회수 약 800만 회를 기록한 이 글은 다수의 케이팝(K-POP) 팬덤에게 공감을 얻으며 화제를 모았다. 이 글과 함께 재게시된 2NE1, 걸스데이, 소녀시대 등 2세대 그룹의 히트곡이 다시 한번 주목을 받기도 했다.
코로나19 이전까지의 케이팝은 일반적으로 인트로, 벌스, 코러스, 브릿지, 하이라이트, 아웃트로의 구조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인해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의 SNS가 발달하기 시작했고 숏폼 영상이 유행하며 케이팝도 플랫폼에 최적화될 수 있도록 변화했다. 이에 따라 곡의 길이는 2분 가량으로 짧아졌으며 곡의 구조도 훅, 벌스, 코러스, 아웃트로의 형식으로 간소화되었는데, 뉴진스의 '이티에이'(ETA), 아일릿의 '마그네틱'(Magnetic), 르세라핌의 '언포기븐'(Unforgiven)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플랫폼 최적화 형식으로 변화한 케이팝은 음원 소비 구조에 가장 유리한 형태를 띄고 있는 만큼 수익성 면에서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단점 또한 치명적인데, 짧은 만큼 곡의 서사가 부족하고, 지나치게 단순한 구조를 띄는 만큼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으며, 비슷한 구조의 다른 곡으로 쉽게 대체될 수 있다.
최근의 케이팝은 대중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 써클차트에 따르면 5월 월간차트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아이돌 곡은 단 6개 뿐이다. 그마저도 두 곡은 2세대 아이돌이었던 빅뱅의 곡이다. 반면 1월부터 10위권을 지키고 있는 우즈의 '드라우닝'(Drowning), 조째즈의 '모르시나요', 황가람의 '나는 반딧불'은 각각 4분, 5분, 3분을 훌쩍 넘긴 분량으로 일정한 기승전결이 존재하는 구조를 띄고 있다. 서사가 탄탄한 곡에 대한 수요도 꾸준하게 존재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케이팝 소비 구조 특성상 수익성을 고려한다면 서사를 쌓아 하이라이트에서 터뜨리는 곡을 선택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 한 기획사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이지리스닝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고음을 강조한 브릿지를 생략하거나 최소화해 듣기 편한 음악을 만드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비슷한 멜로디가 계속 이어지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 곡의 길이도 2분 내외로 짧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숏폼 콘텐츠가 인기를 얻으며 음악 소비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과거 3분 내외의 영상이 높은 재생 수를 기록했다면 최근에는 1분 이내의 짧은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음악 또한 이 같은 흐름을 따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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